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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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행스님의 호스피스 병동에서] 

백혈병 슬기가 세상에 남긴 메시지 


  

13400894389075.jpg삶을 살아내는 방법은 다양하다. 삶의 여정 중에서 마주치는 상황과 사람들 또한 다양하다. 무엇하나 같은 것이 있을까마는 질병을 얻게 되는 원인과 투병 그리고 몸을 벗게 되는 과정에서 특히 연기법의 깊은 고리를 발견하곤 한다.


요즘 들어 각 지역 대학병원에는 불치병을 앓고 있는 어린이들로 넘쳐난다. 여린 생명에 치유할 수 없는 질병이 깃든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무엇이,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됐다는 것인가. 암을 비롯한 불치병을 앓는 유아와 아동, 청소년이 늘어난다는 사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조금만 숙고해본다면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부모는 어린생명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임신 전부터 몸 상태에 각별히 신경써야한다. 결혼을 앞둔 젊은이들 그리고 결혼해 자녀를 기다리는 예비 부모들에게는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사항이다. 부모의 밝고 긍정적인 정신건강과 바른 음식물 섭취 등 건강한 신체의 유지는 소중한 자녀를 불치의 질병으로부터 지켜낼 수 있는 면역력이다. 너무 차갑거나 뜨거운 몸 상태를 비롯해 오염된 음식 그리고 술·담배·인스턴트식품 등 다양한 요소들이 태아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고 그러한 원인들이 결국 불치의 질병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백혈병으로 고통 속에서 살다 우리 곁을 떠난 슬기를 잊을 수 없다. 슬기는 감기증세가 지속돼 동네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호전되지 않아 찾아간 종합병원에서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슬기와 가족, 주변 친척들이 2년 동안 겪은 경제적·정신적·육체적 고통은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40대 초반인 아버지, 30대 어머니와 8살 언니는 김해와 서울을 오가며 입·퇴원을 수십번 반복하는 과정에서 웃음을 잃어갔다. 아이가 점점 죽음에 가까이 갈수록 슬기 부모님의 몸과 마음도 함께 죽어갔다. 슬기가 세상을 등진 날, 텅 빈 늦가을 들판에 홀로 서 있는 허수아비 같았던 슬기 아버지는 죽은 자식을 안고 온몸을 떨며 오열했다. 슬기 어머니는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작은 나무 관을 곁에 놓고 향물로 몸을 닦는 내 손이 떨려왔다.


“슬기야, 무슨 인연으로 이렇게 가야하니. 이제부터는 세세생생 질병의 고통에서 벗어나거라.”


나 또한 이런 상황에 놓일 때마다 큰 고통을 경험한다. 어떻게 해야 초연하고 무심할 수 있을까. 이렇게 극심한 고통이 내 인생에는 없기를 바라지만 그게 어디 마음대로 되는 것인가.


“스님, 사람들이 아무리 좋다고 웃어도 저는 웃을 일이 없어요. 자꾸만 무기력해집니다. 돈만 많았다면 고칠 수도 있지 않았겠습니까. 자식을 가슴에 묻었는데 더 살아서 뭐합니까. 그 어디를 가도 슬기 얼굴만 보여요. 어서 늙어 죽기만을 바라고 있습니다.”


이들 부부에게 슬기의 마지막 여정은 기억에서 묻어버리고 싶지만 평생 잊지 못할 아픔일 것이다. 자식의 고통스러운 모습 앞에서는 어떤 것도 의미가 없다는 깊은 절망감을 털어놓을 때마다 그 무엇으로도 위로할 수 없는 막막함을 느끼곤 했다.


간혹 아이들이 힘든 질병을 딛고 일어서는 사례도 있지만 그러지 못한 경우가 더 많다. 온몸에 병이 완연해도 살기 위해 참고 견디는 아이의 의지가 담긴 맑은 눈망울과 무너지는 육체 사이에는 희망과 절망이 함께 흘러내린다.


임신 중에 친할아버지와 고모가 암으로 돌아가셔서 슬기 어머니가 정신적으로 힘들고 고통스러워했다는 사실을 상기해보면 임산부의 정신건강이 태아의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13340403647739.jpg이 시대를 살아가는 부모들은 후손들의 건강한 삶을 위해 스스로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돌봐야 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혼탁한 세상만을 탓하기에 앞서 부모의 불안정한 마음과 건강하지 못한 육체로 인해 어린 생명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성찰해봐야 한다. 


건강한 아이의 삶은 부모님의 몸과 마음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잊지 말자. 부처님 가르침 안에서 태교가 이뤄지고 아이의 양육이 이뤄진다면 아이들은 건강한 육신과 마음으로 미래세상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능행 스님 정토마을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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