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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모습을 인정해줄 친구

박미라 2018. 12. 11
조회수 7534 추천수 0

자식 때문에 이혼 못한다는 말, 핑계일 수도
남편 없는 삶에 지친 40대 주부 “한심한 인간 용서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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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가식적인 삶에 지치네요. 제 나이 45살, 누가 봐도 성격 좋고 애들 잘 키우고 화려하진 않지만 잘 살고 있어 부러움을 받으며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이 세상에 저처럼 우환 덩어리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이 또 있을까 싶을 만큼 실제 삶은 최악입니다. 굉장히 낙천적인 성격이라 여태 버티고 살았습니다.

하지만 결혼 뒤 남편이 돈을 벌어 온 건 처음 3개월, 예상치 못한 일에 엄청 싸우기만 하고, 거기다가 남편은 돈은 못 벌면서 교회 골수 분자였습니다. 돈은 포기해도 주말에 교회 가느라 가족과 함께 못하는 건 정말 최악이었어요.

사이비 교회. 그후로도 회사 취직을 해도 예배 가느라 야근하는 회사는 들어가지도 않고, 가족을 먹여 살리려는 그 어떤 노력도 하지 않으며 여태 살고 있습니다. 1년 살고 2년 집 나가고, 1년 살고 집 나가고, 용서하고 받아 주면 또 싸우고 나가기를 반복했습니다. 저런 한심한 인간을 이제는 애들 아빠라는 이름으로도 용서할 수가 없어요. 미움도 사치, 싸움도 사치, 이젠 싸우기도 지쳐서 무조건 입 다물고 살고 있네요. 말만 하면 닥쳐 꺼져….

그런 사람이랑 살면서 친정과도 아예 연을 끊고 정말 혼자 발버둥치며 큰애가 중학교, 작은애가 초등학교를 다니도록 이렇게 잘 키웠습니다. 그동안도 제가 티를 내지 않아 아이들은 저런 애비인지 모르고 자랐습니다. 남편이 없는 세월, 파견 갔다 출장 갔다 얘기하며 버텼죠.

제가 이렇게 애들 키우며 딴짓 한 번 안 하고 성실하게 사는 거 주위 사람들이 다 아는데, 왜 나를 욕하는지…. 애 잘 키워 줘서 고맙다는 얘기는 이젠 바라지도 않네요. 어쩌다가 돈 50만 원 주며 줄 거 다 준 양 큰소리치고, 50만 원도 아쉬워서 거절하지 않고 받아 삼키는 제 상황도 싫습니다.

애들에게 이혼 가정이라는 굴레를 주기 싫어 여태 호적으로만 가족으로 버티고 살고 있는데, 이혼을 해야 할지 걱정입니다. 다 잘라내고 애들 친권 뺏고 홀가분하게 살고 싶은데, 지금 제 주위 사람들이 제 진실을 알면 배신감에 저보다 먼저 쓰러질지도 모르겠어요. 이목이 두려워 이혼도 못하고 남들은 제 남편이 돈 잘 벌어 제가 엄청 속 편하게 사는 팔자 좋은 여자인지 알고 있으니 그 허울 벗는 게 두렵기만 합니다. 도와주세요. 제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이렇게라도 소통하고 싶어 용기를 냈습니다. 로라


A. 자신의 삶을 ‘가식적인 삶’이라고 이야기하시니 일종의 ‘자기 고발’ 같은 느낌입니다. 겉으로는 화목한 가정의 안주인으로 알려져 있는데, 내적으로는 오랜 기간 남편 없는 가정을 홀로 지키며 사셨군요.

이미지를 관리하느라 개인의 삶을 희생하셨으니 정말 괴로우셨을 겁니다. 멋진 이미지를 유지하느라 본의 아니게 거짓말을 많이 하셨겠지요. 자신의 감정도 감추셨을 거고요. 남편 때문에 불행한 날이 무척 많으셨을 텐데 그 고통을 누군가에게 털어놓지 못하고 숨죽여 울면서, 이러지 말아야 한다고 자신을 다그치셨겠지요. 그러니 사람들에게 위로 받는 경험도 못하셨을 겁니다. 자신의 본성이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허용하지 못하는 것, 그것이 바로 개인적 희생입니다.

포장된 이미지와 현실의 차이가 크다는 것도 굉장히 심각한 심리적 문제들을 만들어냅니다. 괴리가 클수록 자아는 그 어느 곳에도 안착하지 못하고 공허한 방황을 계속하지요. 멋진 이미지를 고수할수록 그걸 비난하는 목소리도 커집니다. 넌 거짓말쟁이야, 위선자야라고 스스로를 비난하면서 멋진 이미지와 반대되는 비참한 감정과 생각을 내면에 키우게 되는 겁니다.

참으로 희한하게도 우리가 무슨 행동을 하든 마음은 그 대가를 치르게 합니다. 우리가 ‘멋진 사람’으로 보이려고 애쓸수록 그만큼의 공허가 내면으로 밀려들어와 정신적 배고픔을 호소합니다. 이것이 바로 정신의 보상 작용입니다. 멋진 이미지라고 하는 한쪽 극단과 동일시할수록 균형을 잡기 위해 반대편의 부정적 특성이 강화되는 것이지요.

다행히도 로라 님은 자신의 삶이 가식적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인정하셨네요. 당신의 용기에 격려와 지지의 박수를 보냅니다. 사실 당신만 그런 게 아닙니다. 우리는 모두 쿨한 척 멋진 척하려고 애쓰고 있으며, 가장 괴리가 없어야 할 ‘내추럴하다’는 말도 이제는 연출해야 하는 시대니까요. 그러니 ‘유독 나만 최악’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조금씩 소탈하게 자신을 드러내 보세요.

 

타인의 이목이 이혼의 가장 큰 방해물이라고 생각하신다고요? 그런데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편 잘 만나 근심 걱정 없는, 아이 때문에 속 썩어 보지 않은 현모양처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시기와 질투 때문이겠지만 더 중요하게는 그림자 없는 사람을 매력적으로 느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남들이 보기에는 당신이 그런 사람일 겁니다. 부럽다고 칭찬은 해 주지만 깊게 교류하고 싶지 않은 존재 말이지요. 이제부터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는 진짜 친구들과 만나세요.

그리고 이혼에 대한 편견을 내려놓으세요. 추측건대 당신은 단란한 가정을 가장 큰 가치로 여기고, 이혼 가정에 대해 유난히 짙은 색안경을 끼고 계셨던 거 같습니다. 이혼하는 사람들은 아주 큰 문제가 있는 사람들일 거야. 이혼은 인생의 파탄이나 마찬가지야. 굉장히 수치스러운 거야. 나는 절대 이혼하지 않을 거야라는 생각을 하셨다면 정작 그 일이 자신에게 닥쳤을 때 해결할 힘이 없습니다. 너무 당황해서 문제를 성찰할 겨를이 없을 뿐 아니라 상의하고 자문을 구할 사람들도 주위에 없기 때문입니다. 세상을 보는 우리의 편견이 어느 순간 우리 자신의 족쇄가 되는 것이지요.

 

이혼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시고, 부부 관계를 점검해 보세요. 먼저 자신이 진짜 이혼을 원하는지 자신의 욕구부터 살펴보세요. 자식 때문에, 남의 이목 때문에 이혼하지 못한다는 말은 어쩌면 핑계일 수도 있습니다. 마음 깊은 곳에서는 여전히 남편이 가정으로 돌아오기를 바라면서요.

만약 그런 마음이 있다면 인정하시고 부부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노력해 보세요. 저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시기를 권합니다. 오랜 시간 의사소통이 불가능했던 부부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끝까지 노력해 본 뒤 결정을 내리신다면 아마 어떤 미련도 남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 성찰이라는 선물을 덤으로 받게 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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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라
심신통합치유학 박사다. 페미니스트저널 <이프> 편집장, <여자와닷컴> 콘텐츠팀장을 지냈고, 마음치유학교에서 ‘치유하는 글쓰기’ 프로그램을 안내중이다. <천만번 괜찮아>, <치유하는 글쓰기>, <완벽하지않아도 괜찮아>등의 저서가 있다.
이메일 : blessm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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