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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너희들 귓구멍이 막혔어?” 수녀님이 뿔났다

김인숙 수녀 2012. 06. 26
조회수 17098 추천수 0

 평소의 존칭어 뺀 ‘막말’에 삐딱이 3명도 꼬리 내려

 질책도 진실한 만남이면 절망이 희망으로 별이 된다



부드러움의 상징-.jpg



 주일 미사 중, 앞에 서 있는 소녀를 바라본다. 어제 법원에서 온 송이다. 단정하게 묶은 머리와 하얀 피부. 사슴처럼 긴 목선이 왠지 서럽다. 송이가 오른손을 뒤로 하여 묶은 머리끝을 살짝 돌린다. 뒷모습이 내 어릴 적보다 훨씬 이쁘다. 그래서 속으로 말을 건다. 

 ‘송이야, 넌 수녀님 어릴 때보다 더 이뻐. 그런데 왜 여기 왔어?…… 엄마가 없어서 왔구나… 널 지켜줄 어른이 없었구나… 그치?…….’ 

 코끝이 찡해지면서 송이의 뒷모습이 흔들린다. 

 

 센터 아이들 숫자가 계속 늘어만 간다. 그만큼 가정이 무너지고 부모가 제 역할을 못하여 아이들이 집을 나와 방황하고 있다는 증거다. 사춘기 청소년들은 한번 쯤 충동으로 어느 날 가출을 실행할 수 있다. 그 뒤 한쪽 부모라도 울타리를 쳐 줄 수 있는 가정의 아이들은 언젠가는 돌아가 방황을 멈춘다. ‘그래도 날 기다려 줄 거야.’ 하는 믿음이 발길을 돌리게 한다. 그러나 자신을 진심으로 기다려 주는 어른이 없을 때 가출의 발길은 돌리기 어렵다. ‘우리 집은 아무도 날 찾지 않아’하는 절망은 분노가 되어 비행의 연속이 되는 것이다.

 

 센터 아이들은 이런 가정이 거의 대부분이다. 그래서 세상을 망치고 있는 아이들에게 돌을 던지다가도, 그들 비행의 근본 원인이 결국 누구에게 있는가를 생각하면 연민의 마음을 접을 수가 없다. 어린 나이에 부모에게 버림받았다는 것, 그 이상 더 무서운 일이 세상에 있겠는가? 그래서 무서움 없이 일을 치다 결국 법에 의해 들어온 아이들이 센터에 머물고 있다. 

 

 센터는 상처와 분노에 죄의식까지 무디어진 소녀들을 호락호락 살게 하지 않는다. 청소년기에 책임과 성실을 배우지 않으면 평생 자기 통제가 어렵다. 그러므로 적어도 센터에 사는 동안 규칙적인 생활 속에서 성실을 익히며 자기 행동에 대한 인식과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지금까지 막살던 아이들이 정상적인 생활 패턴에 적응하기 위해 가장 절대적인 주변 조건은? 이것 또한 어른들의 강하면서 부드러운 보살핌이 가장 필요조건이다. 최대한 그들을 존중하고, 마음을 읽어주는 어른들이 없다면 야생마처럼 살았던 소녀들은 센터 안에서 순한 양으로 변하지 않는다.   

 

 입소 후 한 달 정도 지나면 아이의 예전 모습들이 드러난다. 팀장인 미화 수녀는 계속 규칙을 우습게 아는 은수와 이슬이, 거기에 부채질하는 구 멤버 윤경이를 불렀다. 세 아이들 모두 다리를 쩍 벌리고 앉아 사시눈으로 말끝마다 에? 에? 하며 옆으로 샌다. 안되겠다. 기강이 해이해지면 교육은 실패다. 군기반장 미화 수녀는 먼저 당찬 표정으로 주변 공기를 서리 내리게 하고선 평소 아이들에게 깍듯이 쓰던 존칭어를 확 버리고 육중한 목소리로 쐐기를 박는다.   

 

 “너희들, 눈 똑바로 떠. 귓구멍 막혔어. 한 번 말하면 알아들어야지 말하는 태도가 그게 뭐야.”

 

 헉, 수녀님의 돌변에 가장 먼저 윤경이가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라며 잘못했다는 반응을 보인다. 다행이다. 그녀는 반성한 윤경이와 아직도 히죽거리는 이슬이를 밖으로 내 보낸다. 홀로 된 은수가 미화 수녀를 질세라 쳐다보지만 벌써 눈꼬리가 내려가 있다. 그녀는 은수에게 가까이 다가가 눈과 몸으로 강압하고선 깍듯한 존칭어, 그러나 힘을 빼지 않고 묻는다.   

 

 “평소에 은수를 내성적이고, 그래서 얌전한 아이인 줄 알았는데 내가 잘못 봤나요?” 

 잠깐의 침묵을 그녀의 목소리로 다시 깬다. 

 

 “사람은 언어와 몸으로 말을 하는데 은수는 몸으로 말을 해. 그 말은 너무 버릇없어. 우리 친구들이 그런 태도 때문에 밖에서도 이해받지 못했어. 여기서 그것을 고치지 않으면 밖에 나가 계속 이해받지 못하는 친구가 될 거야. 평소에 은수를 조용한 친구로 봤는데 수녀님이 잘못 본겁니까?” 

 “아니요?” 금방 튀어나온다. 됐다. 다음, 이슬이를 부른다. 

 “이슬이는 왜 이렇게 아직도 히죽대? 지금 웃을 상황이 아닌데 개념 상실했나봐?” 

 

 그녀는 이슬이의 치켜뜬 눈을 점점 강도 높은 말로 내리깔아 엎어친 뒤 일으켜 세운다. 

 “이슬이가 자기 일을 잘해서 멋진 친구라 생각했는데 요즘 좋지 않는 일로 연달아 부각되는 게 수녀님 마음이 편치 않아.” 

 옆에 있는 은수, 이슬이가 고개를 숙인다. 그녀에게 막힌 물꼬를 트는 시늉이다. 미화 수녀는 윤경이도 불러들여 세 아이들에게 진심 어린 말로 마무리 짓는다. 

 

 “수녀님은 너희들이 예의를 갖출 때, 존중하고 소중하게 대하지만 그러지 않을 때는 오늘처럼 막 대할 수 있다. 나는 너희들을 소중히 여기고 싶다. 서로 도와서 잘 해보자.” 

 

 그러나 마무리는 윤경이로 인해 오후에서야 끝났다. ‘죄송하다’는 그 한마디로 자리를 면한 윤경이가 입에 거품을 물고, 수녀님이 어떻게 그런 욕을 할 수 있냐며 아이들과 선생님 사이를 돌아다녔다.


댄스그룹-.jpg


 아니, 윤경씨! 수녀님은 욕하면 왜 안 되는데? 너희만 사용하는 특허품? 아니야. 아무나 할 수 있어. 다만 안 한 것뿐이야. 미화 수녀는 윤경이를 또 다시 불러 이번에는 방석에 앉히고 그녀는 약간 높은 의자에 앉아 내려보며 말을 한다. 


 “윤경님, 듣자하니 윤경님이 저를 씹으셨다면서요?” 

 화들짝 놀란 윤경이, “예? 그게…… 그게 아니고…….” 

 

 “윤경님이 몹시 흥분하여 저를 씹으셨다고 하던데요? 앞으로 궁금하거나 이해되지 않는 게 있으면 저에게 직접 말해주세요. 제가 겉모습은 무서워 보여도 대화가 가능한 사람입니다.”

 

 “죄송합니다. 다음에는 주의하겠습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깊이 알겠다는 윤경이의 표정. 미화 수녀는 속으로 이런 윤경이가 고맙다. 이처럼 센터의 스텝들은 아이들의 상태, 적절한 찬스를 놓치지 않고 강함과 또한 부드러움의 조화로 아이들을 만나고 있다. 

 

 센터의 원장인 오수산나 수녀는 하루를 마감하면서 자신의 책상 유리 안에 넣어진 아이들 사진을 보며 한 명 한 명 이름을 부른다. 청이, 이슬, 은수, 윤경, 현미, 지민, 성아, 청미……. 그녀의 눈이 미애 사진에 멈춘다. 오늘 하루 중 한 번도 마주치지 않았던 아이다. 그녀는 그날 밤 미애 방을 찾아가 말을 건다. 

 

 “미애랑 오늘 만날 시간이 없었네? 내일은 수녀님이 시간을 꼭 마련할게. 잘 자.” 

 아무 생각 없던 미애는 그녀의 만나자는 말에 무척 기뻐한다. 자기를 누군가가 관심 있게 보고 있었다는 사실이 미애는 기쁜 것이다. 다음날 아침, 미애는 계단을 내려오는 원장 수녀를 기다리고 서 있다 먼저 인사를 한다. 

 

 “원장 수녀님, 어제 저녁에 저보고 잘 자라고 하셨죠?” 

 미애 목소리가 그녀를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듯이 정답다. 그녀는 아이들과 지속적으로 친밀감을 나누어 관계 형성이 될 때 인격적인 지도가 가능하다는 것을 믿는다. 그래서 개별적으로 알아가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일 대 일의 개인 만남은 교육자와 피교육자가 서로 상대를 알아 가는 시간이다. 개인 만남은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오거나 그녀가 먼저 접근하기도 한다. 

 

 입소 첫날부터 까칠하기 그지없는 민희는 자신이 저지른 일에 반성의 자각이 없다. 나는 억울하다며 무조건 적응을 거부하다 간신히 하루가 지났다. 원장 수녀는 이틀째 되는 밤에 민희를 잠깐 불렀다. 

 “민희야. 또 하루가 지났네.”

 “하루가 너무 길었어요.”

 “그래? 내일은 오늘보다 좀 짧을 수 있어.”

 “왜요?”

 “오늘 하루가 지났기 때문에 그래.”

 “아직 그래도 많이 남았잖아요.”

 “그건 사실이야. 그러나 하루하루 살다보면 짧아져. 민희야, 우리 내일 또 만나자.”

 “안 그래도 만나려고요. 정말 미칠 것 같아요.”

 

 원장 수녀는 민희의 두 눈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말한다. 

 “민희야. 그런데 민희가 솔직하게 바른말을 하는 걸 보면 미치거나 돌 것 같지 않는데?”

 그랬더니 민희는 이렇게 돌아버릴 것 같은데요? 하며 고개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빠르게 회전시킨다. 그녀는 민희의 변화 한 건을 말해준다. 

 

 “아니야. 어제는 민희가 땅바닥만 보고 이야기 했는데, 오늘은 수녀님 얼굴을 쳐다보고 말하는 걸 보면 아마 조만간 잘 지낼 수 있을 거 같애.”

 

 그녀는 과장하거나 포장하지 않고 느낀대로 전해 주었다. 출생 보름만에 가출한 엄마. 자신 또한 집을 나와 몸과 마음을 놔버린 민희는 한 달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똑똑, 원장 수녀의 사무실을 익숙하게 들어와 이제는 자기의 변한 이야기를 한다. 

 

 “수녀님, 저 잘 살고 있어요. 이제 삐딱하게 말하지 않고 속으로 욕도 하지 않아요. 전에는 엄청 했거든요? 수녀님들이 저를 보호해 준다고 느꼈어요. 판사님도 그렇게 말했지만 믿지 않았는데 지금은 믿어요.” 

 그러면서 민희는 판사님께 자기가 잘 살고 있다고 전해 달란다. 

 

 원장 수녀는 수시로 학습장을 자주 돈다. 아이들의 눈과 마주치기 위함이다. 그녀는 창문 밖에서 아이들을 찾는다. 센터 소녀들은 어른들이 주변에 있는 것을 좋아한다. 어른들의 부재 속에서 방치되어 자란 아이들의 특징이다. 

 

 가출하여 돌아온 떼쟁이 은채가 할 말이 있다고 원장실에 들어왔다. 

 “수녀님, 저 지금 많이 노력하고 있는데 보여요?”

 “그럼, 아까도 수녀님이 은채 어디 있나 어디 있나 찾았는데?” 

 

 그녀의 말이 끝나자 은채는 환한 표정으로 

  “아, 맞아요. 수녀님이 나, 봤어요. 우리가 공부하고 있을 때 돌면서 한 명 한 명 씩 눈을 바라보고 있었어요. 그래서 수녀님이 나를 보고 있구나.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지 했어요. 그때 엄청 졸렸거든요?” 

 

 은채는 이제 자기가 떼를 써도 안 되는 것은 안 된다고 말해주는 그녀에게 말한다. 

 “수녀님은 마치 들어줄 것처럼 내 말을 다 듣고, 나중에 가서는 그건 안 되는데 해요.”

 “그럼 엄청 속상하겠네” 

 은채는 고개를 흔든다.

 “아니요? 그래도 끝까지 들어줘서 시원해요.”    

 

 센터 아이들은 일 대 일의 만남을 하면서 개념과 원칙을 알아간다. 원장 수녀는 설득을 통해 아이를 교정하고 자기 환경에 적응하면서 새로운 생각을 갖도록 한다. 마음의 대화로 관계형성이 된 아이는 그녀가 한마디만 해도 알아듣는다. 또 그 아이가 일을 냈을 때, “오늘 일어난 일, 어떻게 된 거야?” 하면 아이는 신뢰를 깨고 싶지 않는 마음이 있기에 다시 원천으로 돌이키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다. 약자에 대한 연민이 깊은 센터 아이들은 그녀가 지쳐 있으면 문고리를 잡고 자비를 베푼다. 

 “길게 말하지 않도록 할게요.” 

 

 때론 만남을 통해 아이에게 도움을 청한다. 아이들 속에서 은밀한 힘으로 군림하고 있는 현지에게 “넌 이제 기둥역할을 해야 돼, 부탁할 게 현지야. 새로 온 친구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현지가 도와줘,” 

 

 신뢰받은 약효가 내일 끝나더라도 현지의 양 볼이 불타는 사명감으로 터질 것만 같다. 이제 또 하루를 마감하는 시간. 원장 수녀는 여전히 아이들의 사진을 보며 이름을 불러준다. 미진이, 청미, 지수, 수빈이, 소이……. 그녀는 3일 전 입소한 승이 사진에서 시선을 멈춘다. 엄마가 자살을 시도했으며 승이도 같은 경험을 했다. 계속 사이드만 돌고 있는 승이를 내일 가장 먼저 만나야지. 

 

 센터의 책임자인 원장 수녀는 아이들과의 개인적 만남을 자기 업무의 1순위로 매긴다. 그 업무를 뒤로 내치지 않기 위해 그녀는 끊임없이 시간을 내야 한다. 아이들의 변화는 어른들의 스치는 말 한마디, 자신을 걱정해 주는 진심 어린 눈빛, 강하지만 솔직한 지적, 기뻐하는 칭찬 등을 통해 자신을 존중해 준다는 것을 느끼는 시점에서부터 시작된다.   

 

 열다섯 살은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란다. 우리 센터에서도 15살 유미가 가장 무서운 존재다. 그런 유미가 벌칙으로 점심 식사 설거지를 혼자 하고 있다. 싱크대 위에 자기 키보다 높이 쌓인 국그릇, 밥그릇, 반찬그릇, 숟가락, 젓가락 등을 수세미에 세제를 듬뿍 묻혀 “시간아, 놀자”하며 유미는 열심히 설거지를 한다. 오늘이 아니어도 좋다. 어느 적절한 순간에 센터 스텝들이 오늘 유미의 책임지는 태도에 대한 칭찬이 빠졌다면 우리의 업무는 미완성이다. 단 몇 초의 스침일지라도 진실한 만남은 아이에게 절망이 희망으로, 무수한 별들을 보여주는 찰나가 되기에.

알고보면 저도-.jpg





돈보스코 예방교육 영성 


돈보스코의 예방교육 체계에서는 아이들이 어느 때라도 교육자를 만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미리 약속을 하고 교육자를 만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약속이 필요한 경우는 특정 교육자와 면담하고자 하는 학생들의 수가 아주 많을 때일 뿐입니다. 

예방교육자 돈보스코는 하루 중 어느 때라도 기꺼이 대화를 나누거나 도움을 주는 것은 교육자의 의무라고 말합니다. 


돈보스코는 교육자를 만나고 싶어하는 아이에 대한 무조건적인 수용 내지 환영을 주창합니다. 그는 마음 대 마음의 대화에 가장 좋은 분위기는 내담자를 환영하고 신뢰하는 자세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그는 찾아온 아이들을 중요한 인물처럼 대접했습니다. 소파에 앉도록 권하고서 큰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종종 그는 아이와 함께 방안을 왔다 갔다 하기도 했습니다. 얘기가 끝난 후에는 문까지 다가가 직접 열어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항상 친구로 지내자.” 


교장직 경험이 있는 살레시오 미란다 수녀에게 어떻게 교장실에서 아이들을 만났느냐 물었을 때 그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좀 말썽부리는 아이들, 공부도 뒤쳐지고, 아이들 사이에 끼지 못하는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참, 지체 장애 아이가 있었는데 아침마다 교장실에 왔습니다. 어느 날은 저를 주려고 감자도 가지고 오고 또 어느 날은 고구마를 가져와 저랑 먹으면서 이야기를 하고 갔습니다. 교장실에 아이들이 언제든지 저를 찾아오도록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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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숙 수녀
청소년 교육에 헌신하는 살레시오 수녀이며 작가입니다. 지난 5월에 또 한 권의 책 <괜찮아, 인생의 비를 일찍 맞았을 뿐이야>를 냈습니다. 먼저 방황해본 10대 아이들이 또래 친구들에게 들려주는 멘토링 책입니다.
이메일 : clara21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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