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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절해도 괜찮아요

법륜 스님 2015. 06. 21
조회수 16107 추천수 0




시어머니와 시동생, 시누이를 데려와서 같이 살고 싶어하는 남편 때문에 고민인 여성 분의 질문에 대한 스님의 답변을 전해 드리겠습니다. 문답 과정도 무척 재미있었지만 문답 끝에 환하게 웃는 질문자의 모습이 훈훈한 감동을 주었습니다.

 

“저는 시댁을 좋게 생각할 수 있는 기도를 하고 싶어요. 시부모님이 저한테 거는 기대감이 높아요. 저는 아이가 넷이 있어요. 시어머니한테는 딸이 있는데 아직 결혼을 하지 않고 집에 그대로 있어요. 이분은 나이가 37살인데 정신 연령은 7살이예요. 시어머니는 자기가 죽고 나면 자기 딸의 보호자가 필요한데 그 일을 저희 부부에게 넘기려고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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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가 몇 살이예요?”

 

“이제 환갑 지나셨어요.”

 

“한국인 여성의 평균 수명으로 계산하면 시어머니가 앞으로 몇 년 더 사실까요?”

 

“한 20년 더 사시겠죠. 너무 많이 남은 것 같아요.”

 

“죽은 뒤에 딸을 맡긴다고 했으니까 앞으로 20년 동안은 안 맡길 것 아니예요? 그러니 20년 뒤의 일을 지금 걱정할 필요가 없지요.”

 

“그런데 시어머니는 저희가 허락만 하면 언제든지 같이 사실려는 마음을 자꾸 내비치시거든요.”

 

“그러면 같이 안 살면 되지요.” (청중들 웃음)

 

“그런데 신랑은 부모님이 원하니까 그렇게 해주고 싶어 해요.”

 

“그건 안된다고 얘기하면 되지요.”

 

“안된다고 얘기하니까 제가 너무 미안한 거예요. 그래도 제가 좋아하는 사람의 부모이고, 좋아하는 사람의 여동생인데요.”

 

“그래도 안된다고 얘기하면 돼요. 남편은 자기 부모와 자기 여동생을 데리고 살고 싶어 하겠지만 그것은 남편의 요구죠. 내가 어떻게 남편의 요구를 다 들어줄 수 있어요? 만약에 남편이 밖에 나가서 첩을 세 명이나 두고 싶은 요구가 있다고 하면 그런 것도 자기가 들어줄 거예요?”

 

“그렇게 하면 안되지요.”

 

“그 얘기나 이 얘기나 무슨 차이가 있어요?” (청중들 웃음)

 

“그런데 신랑의 남동생도 있어요. 신랑의 남동생은 한달 전에 이혼을 했어요. 저희 집에 자꾸 들어올려고 합니다.”

 

“이제 남 얘기 그만 하고요. 안된다고 얘기하면 된다니까요. ‘내가 너하고 결혼했지 동생하고 결혼한 것도 아니고, 너 엄마하고 결혼한 것도 아니다. 너가 가서 엄마를 돌보든지, 너가 가서 너 동생을 돌보든지 하는 건 좋다. 그러나 나는 안된다’ 이렇게 얘기하면 됩니다. ”

 

“이미 그렇게 얘기는 했어요. 그런데 얘기하고 나니까 너무 미안한 거예요.”

 

“미안해할 필요 없어요.”

 

“미안해 하지 않아도 될까요?”

 

“네, 미안해 하지 않아도 돼요.”

 

“그런데 저는 미안한데요.”

 

“미안하면 데려와서 같이 살면 돼요.” (청중들 배꼽 잡으며 웃고 박수)

  

“길 가는 사람도 데려와서 같이 사는데, 시동생 시누이 시어머니를 데려와서 같이 못 살 이유가 없지요. 자기가 원하면 데려와서 같이 살면 돼요. 그런데 자기가 원하지 않으면 자기가 데려와서 살아야 할 의무는 없기 때문에 거절해도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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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한테 자꾸 요구하는 느낌을 받으니까 남편한테 거리를 두게 되어서요.”

 

“남편한테는 잘해 주세요. 남편의 요구는 요구인 것이고, ‘여보, 그거는 안돼요’ 얘기하고 다른 건 또 잘해주세요. 또 그 얘기 하면 ‘여보, 그거는 안돼요’ 하고 또 다른 건 잘해주면 됩니다.”

 

“아하, 그렇네요.” (청중들 웃음)

 

“이제 그 방법을 알았어요?”

 

“네, 저는 그 말을 하는 게 너무 힘들었습니다.”

 

“괜찮아요. 백번 말해도 ‘여보, 그건 안돼요’ 말하고 다른 건 잘해주세요. 남편을 미워하지 말고요. ‘내가 백번 말했는데도 또 말해요?’ 이러면 안돼요. 같이 살고 싶은 건 남편의 의견이고, 안된다는 건 내 의견이니까요. 죄송하다고 말할 필요 없어요. 이것은 내가 잘못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남편이 어떤 얘기를 해도 ‘여보, 그건 안돼요. 나는 우리 가정의 행복을 지켜야 할 책임이 있어요’ 이렇게 말하면 됩니다.”

 

“시부모님이 자꾸 불편함을 표시하면 어떡하죠?”

 

“불편함을 표시하든 말든 무슨 상관이예요? 불평을 좀 들으면 되지요. 그럼 불평 좀 안 들으려고 시어머니와 같이 살다가 서로 원수 되는 게 낫겠어요? 아니면 짜증내는 소리만 좀 듣고 말래요? 질문자가 저한테 묻고자 하는 심리는 시어머니도 짜증 안내고, 남편도 싫어하지 않고, 시어머니 안 모시고도 살 수 있는, 이런 길이 없느냐 하는 거죠? 그런 길은 없어요.” (청중들 웃음과 박수)

  

“남편과 대화를 하면 늘 허전하고 외롭습니다. 그럴 땐 어떡하죠?”

 

“우울한 마음으로 애기를 키우는 게 애기한테 나쁠까요? 즐겁게 애기 키우는 게 애기한테 좋을까요? 엄마가 이 남자와 사느냐, 저 남자와 사느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핵심은 애기가 볼 때 엄마가 행복한 것이 중요해요. 엄마가 행복하게 살면 아빠가 없어도 괜찮아요. 아빠가 죽었다고 울고 불고 하면 아빠가 죽어서 애기가 나쁜 것이 아니라 엄마가 울고 불고 하기 때문에 애기가 나빠집니다. 아빠가 죽고 다른 남자와 연애를 해도 엄마가 웃으면서 살면, 또 혼자 살아도 웃으면서 살면 애기는 건강하게 잘 자랍니다. 지금 질문자의 문제는 본인이 우울하다는 것입니다. 남편이 그런 요구를 자꾸 하니까 질문자가 지금 허전한 겁니다. 남편의 요구를 다 들어주지 못하니까요.

 

그러니 질문자는 입장을 분명히 하세요. 우리 가정을 지키는 것은 내가 해야 할 일이지만, 남편은 또 자기 형제를 돌봐야 할 책임이 있겠지요. 그러나 두 가지를 섞을 필요가 없어요. 남편이 그런 것은 남편의 일이고, 나는 내 자식을 돌보는 것이 내 일이니까 남편이 돈 번 것 중에 나눠줄 수 있으면 돈을 좀 포기하면 돼요. 자기 번 돈을 자기 엄마한테 주는 것은 내가 상관할 필요가 없잖아요. 자기 동생한테 주는 돈도 내가 상관할 필요가 없겠지요. 그렇게 간섭하지 않으면 괜찮아요. 그러나 ‘같이 사는 것은 안됩니다, 돈을 주는 것은 알아서 하세요.’ 이렇게 해야 합니다. 길 가는 사람한테도 보시하고 절에도 보시하는데 자기 가족한테 보시 좀 하면 어때요?

  

이렇게 삶의 가닥이 분명하면 아무 문제가 안돼요. 시어머니가 좀 싫어해도 웃으면서 ‘안녕하세요’ 하고요. ‘너는 같이 사는 게 싫니?’ 물으면 ‘저는 시어머니와 같이 사는 것 보다는 우리 남편과 같이 사는 것이 훨씬 좋아요’ 이렇게 얘기하면 됩니다. 사실대로 말하면 됩니다. ‘남편은 엄마 모시고 사는 게 좋겠지만 저는 둘이 사는 게 더 좋아요’  이렇게 얘기하세요.”

 

“시어머니 눈이 아주 부리부리 하거든요.”

 

“부리부리 하면 어때요? 부리부리 하면 지 눈 부리부리 하지 나하고 무슨 상관이예요?" (청중들 배꼽 잡고 웃음)

  

"여자로 태어난 것이 큰 죄가 아니에요. 자기 중심을 딱 잡고 살면 돼요.”

 

“감사합니다.”

 

질문자가 마지막에 당당한 목소리로 ‘감사합니다’ 라고 대답하자 청중들이 뜨거운 격려의 박수를 함께 보내주었습니다. 질문자의 밝아진 표정을 보니 잔잔한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이 글은 정토회 '스님의 하루'에 실린 것입니다.

http://www.jungto.org/buddhist/budd8.html?sm=v&b_no=68127&page=2&p_no=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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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 스님
1988년 괴로움이 없고 자유로운 사람, 이웃과 세상에 보탬이 되는 보살의 삶을 서원하고, 정토회를 설립했다. 기아·질병·문맹퇴치운동과 인권·평화·통일·생태환경운동에 앞장서는 실천하는 보살로서 2000년 만해상을, 2002년에 라몬 막사이사이상을, 2007년엔 민족화해상을 수상했다.
이메일 : book@jungto.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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