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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과 함께 더불어 살기

이남곡 2011. 07. 07
조회수 9113 추천수 0

소인배 등 조롱받으면서도 현실에서 이상 찾은 공자의 길

‘마음’은 현실적인 실천의 장…‘대안’도 주류 전망 가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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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어 18편을 보면 다음과 같은 장면이 나온다.

<<장저와 걸익이 함께 밭을 갈고 있는데, 공자께서 그곳을 지나시다가 자로를 시켜 그들에게 나루터 있는 곳을 물어보게 하셨다.

장저가 “저 수레에 앉아 고삐를 잡고 있는 사람이 누구요?”하고 물어, 자로가 대답하였다. “ 공구(孔丘)이십니다.”

“저 사람이 바로 노나라의 공구라는 분이오?”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나룻터 쯤은 알고 있을텐데....”

걸익에게 물으니, 걸익이, “당신은 뉘시오?”하고 물어, “중유올시다.” “노나라 공구의 제자요?” “그렇습니다.”

그러자 걸익이 “도도한 물결에 온 천하가 다 휩쓸려 있거늘 이를 누구의 힘으로 바꾸겠소? 당신은 사람을 피해 다니는 인물을 따르기보다는 세상을 피해 사는 인물을 따르는게 어떻겠소?‘하며 흙 덮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자로가 가서 이 일을 말씀드리니 길게 탄식하면서 말씀하셨다. “ 새나 짐승과는 함께 떼지어 살 수 없으니, 내가 사람들과 함께 살지 않으면 누구와 함께 산단 말인가? 천하에 도가 있으면 나는 구태여 바꾸려 들지 않았을 것이다.”>>


 마음 속에 이상향을 품고 있는 사람들의 경우 그 삶의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 것 같다. 여기서 보는 장저나 걸익 같은 사람들의 삶과 공자의 삶의 다름은 고금을 통해 대표적인 것이 아닌가 보여진다.

 

 공자는 현실과 이상을 그 어느 쪽에 치우치지 않고 결합하려 한 점에서 대단히 뛰어난 성현이라고 생각한다.

노자(老子) 류(流)의 생각에 대해서도 대립각이 그의 마음에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게 사는 것이 좋겠지만, 지금의 사람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심정을 여기 저기서 말하고 있다.

 

 다만 무도한 현실 속에서 고통 받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그를 현실 참여로 이끄는 것이다.

대의(大義)에 대한 다소의 지향이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바탕이 권력의지나 자신의 이익에 의해 움직이는 곡학아세(曲學阿世)하는 사람들과는 그 차원이 다른 것이다.

 

 현실을 피하지 않고, 그것도 주류사회를 정면으로 마주해서 바꿔보려는 공자의 보편적이며 현실적인 태도가 요즘 들어 더욱 생각된다. 장저나 걸익 같은 사람들이 요즘에도 많은 것 같다. 다 그런 것은 아닐지 몰라도 ‘마음’ 운운하며 현실에서 빗겨나 있는 사람들이 생각 난다.

 

 21세기를 ‘마음의 시대’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이것은 현실에서 벗어나 ‘은자(隱者)적 삶’을 살려는 것과는 다르다. 어떤 의미에서 20세기가 물질혁명, 사회혁명의 시기였다면 이제 인간의 관념을 변혁하는 것이 주된 테마로 되는 시대라는 의미이다. 그런 의미라면 ‘마음’은 가장 현실적인 실천의 장이 되는 것이다.

 

 ‘대안운동’이라는 말이 있다. 대안학교, 대안경제, 대안화폐 등. 그 때 ‘대안’이라는 것이 정말 보편성을 가지려면 언젠가 ‘주류’로 될 수 있는 전망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점에서 생각해 보면 공자가 그의 이상을 그 당시의 사회 속에서 실현하려고 했던 때보다 훨씬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지금은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왜 그런 ‘로망’을 갖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지금의 소비중심의 대중문화나 거대자본에 의한 생산이 ‘도도한 현실’로 인식되어 그것을 대체할 새로운 문명 같은 것은 보통의 경우 현실적으로 다가오지 않는 것 같다.

 

 새로운 사회나 새로운 문명을 보편적 대안운동으로 하기 위해서는 뭔가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의 사회 안에서, 그 태내(胎內)에서 새로운 영역을 넓혀 가는 것이 중요하다.

예컨대 ‘대안학교’도 좋은데, 공교육 안에서 그것을 정상화하기 위한 노력에 더 힘을 모아야 하지 않을까.

작은 ‘대안기업’을 해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나 공공성을 높여가는 노력에 더 힘을 모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대기업의 노동조합이 그 진정성과 도덕성을 통해서 기업문화를 바뀌게 하는데 일조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노동운동이 진보에 기여하는 것이다.

 

그런 점은 공자에게서 배울 것이 많은 것 같다. 그는 지금 생각하면 그 어려운 봉건군주제 하에서 그 흐름에 몸을 담구고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을 실현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다보니까 ‘조롱’도 많이 받는다. ‘그 안 될 줄 알면서도 헛되이 애쓰는 사람’이라던가 또는 ‘벼슬에 목말라 하는 소인배’라는 식으로...

정말 옳은 방향이라면 누가 오해하고 비판해도 그것을 고까와하지 않고, 흔들림 없이 해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더구나 공자 시대보다 너무나 좋은 환경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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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곡
서울대 법대 재학 때부터 민주화에 투신 4년간 징역을 살고 나온 뒤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함과 겸손으로 진리를 향한 실험을 멈추지 않고 있다. 정토회 불교사회연구소장을 거쳐 경기도 화성 야마기기마을공동체에 살았으며, 2004년부터 전북 장수의 산골로 이주해 농사를 짓고 된장·고추장 등을 담그며 산다. 서울에서 매주 ‘논어 읽기’ 모임을 이끈다.
이메일 : namgok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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