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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광수, 은메달 걸고 중국집 알바 뛰다

김인숙 수녀 2012. 05. 31
조회수 8736 추천수 0

‘나눔의 집’ 짐 덜어주려 자립 결심
사장 부탁 끝내 거절 못하고 결국 검정고시 포기
“자기만 위해 살 수 없잖아요. 나중에 봐도 돼요”

03834400_P_0.jpg » 한겨레 자료사진.


광수는 계모의 손에 붙들려 아침 일찍부터 살레시오 수도회에서 운영하는 그룹 홈 <나눔의 집>에 들어섰다. “이 아이를 맡기고 싶어요. 키울 형편이 안 되거든요. 남편이 갑자기 사고로…. 참말로 이 년은 왜 이리 복자가리가 없는지…….” 계모는 자신의 신세타령을 곡하듯 쏟아놓고선 치맛자락을 날리며 떠나갔다. 광수의 불끈 쥔 두 주먹이 계모의 등 뒤에서 부들부들 떨었다. ‘좋아, 모두들 떠나가라. 떠나가라. 난, 당신들처럼은 살지 않을 거야.”

광수는 자기를 버린 친엄마와 계모에 대한 미움과 분노를 담배와 술로 삼키며 간신히 중학교 졸업장을 손에 쥐었다. 그러고선 어느 날 자립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신부님, 그리고 수사님, 저 많이 생각한 결심입니다. 제가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면 그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구체적인 계획도 덧붙였다. ‘비행 친구들을 떠나 다른 지역에서 새롭게 시작하고 싶다. 고등학교는 스스로 돈을 벌어서 검정고시를 치르겠다’고 말했다. 광수의 결심은 시설의 도움을 받지 않고 살아보겠다는 강한 의지에서 나온 힘이었기에 비굴하지 않았다. 책임자인 김종수 신부와 백분도 수사는 며칠을 생각한 끝에 결정을 내렸다. 광수의 진정성 있는 자립 의지는 받아들여졌다.

분도 수사는 광수의 뜻대로 서울을 벗어나 대전에 방을 얻고 당장 필요한 가전제품을 구입하러 재활용센터를 찾았다.

“광수야, 밥솥 크기 좀 봐라. 이거 어떠냐?”
“수사님, 그건 너무 커요.”
“야 임마, 우리가 가면 밥도 안 줄래?”
“아, 맞다. 밥솥은 큰 걸로, 큰 걸로 해요.”

중고 냉장고, 세탁기, 밥그릇, 국그릇, 숟가락과 젓가락, 찬장, 냄비 등을 마련해 주고 분도 수사는 발길을 돌렸다. 

광수는 중국집 알바를 시작하였다. 그리고 검정고시 학원도 등록했다. 분도 수사는 두 달에 한 번씩 광수를 찾아갔는데 갈 때마다 방문이 열려 있었다. 처음에는 녀석이 깜박 잊었나 싶었다. 

“광수야, 가져 갈 것도 없지만 방문은 걸고 다녀야지.”

광수는 문을 잠그는 것을 잊어버린 게 아니었다.
“이 동네에 와서 사귄 아이들이 몇 명 있는데요. 내가 없을 때 그 아이들이 쉴 곳이 없어요. 그러면 다른 곳에 가서 나쁜 짓을 하잖아요. 그래서 방문을 안 걸어요.” 

이렇게 말 하고선 잠깐 머뭇거리면서 광수는 다음 말을 이었다. 
“그리고, 잔돈도 방에 조금 놔둬요. 그 아이들이 필요하면 써도 돼요.” 

자기도 어려운 가운데에서 광수는 남을 배려하며 살고 있었다. 

2년이 흐른 어느 날. 광수를 만나러 찾아간 분도 수사에게 저녁을 사 드리겠다며 나섰다. 설렁탕 그릇을 다 비울 즈음 광수는 미리 준비한 봉투를 내밀었다. 봉투 안에는 자립할 때 마련해 준 가전제품 일부 값이 들어 있었다. 

“무료로 받고 싶지 않는 제 마음이에요. 수사님, 이 돈으로 저와 같은 아이에게 또 써 주세요.”

광수는 그때까지 가전제품 가격을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서울로 올라오는 버스 속에서 분도 수사는 광수 녀석의 지난 일이 떠올랐다. 아마 광수가 중학교 3학년 때 저지른 일로 기억된다. 그 녀석이 어느 날 친구들과 슈퍼에서 과자를 털었다. 그런데 자기를 제외한 친구 세 명이 다 붙잡혔다는 소식을 알게 된 광수는 즉시 지구대를 찾아가 용서를 청했다. 

“제가 주범입니다. 그러니 제 친구들을 용서해 주시고 보내주십시오. 제가 모든 벌을 받아야 합니다.”

그 날 경찰은 이런 녀석은 처음 봤다며, 광수와 아이들을 간단히 훈방하고 모두 돌려보내주었다. 

가을이 되었다. 날씨가 쌀쌀해지면 보일러 문제도 있고 해서 분도 수사는 광수를 만나러 대전을 내려갔다. 한 번 낙방하고 다시 도전한 검정고시 결과가 궁금하여 물었을 때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시험을 응시 안했다는 것이다. ‘아니, 어찌 그런 일이…. 일 년 대사이며, 그렇게 합격을 자신 있어 했지 않는가.’ 그러나 광수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날(검정고시가 있는 날) 제가 근무하는 중국집에서 큰 행사가 있었어요. 사장님이 저를 대신 할 사람이 없다고 해서 시험을 포기하고 일을 했어요.” 

그러면서 하는 말은 이랬다.    
“자기만을 위해서 세상은 살 수 없잖아요, 수사님. 괜찮아요. 검정고시는 나중에 또 봐도 돼요.” 

다음 해 4월, 광수는 대입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합기도 사범이 되기 위한 새로운 꿈도 시작했다. 중국집 알바를 마치면 도장을 나가서 청소를 해 주는 조건으로 합기도를 무료로 배웠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대전시 체육대회 합기도 일반부에 출전하여 은메달을 땄다. 광수는 은메달을 목에 걸던 그날도 어김없이 오후에 중국집에 출근하였다. 
 
어느새 29살 총각이 된 광수는 지금 헬스장에서 매니저를 맡고 있다. 얼마 전 분도 수사는 광수와 술자리에서 술에 취해 흘린 녀석의 말에 가슴이 아팠다. 

“수사님, 제가 나눔에 집에 살 때 나와 같은 아이들이 30명 넘게 살았잖아요. 그래서 전, 신부님과 수사님의 짐을 덜어주려고 일찍 독립을 결심했던 거예요. 실은 그게 제 자립의 진짜 이유였어요. …… 저도 나이를 먹어가나 봐요. 예전 살던 일들이 추억처럼 밀려오네요. 수사님, 돈을 좀 벌면 저도 후원자가 될께요.”   

아침부터 비가 내려 목마른 나무들이 오랜만에 목을 축이고 있다. 방울방울 빗방울이 꽃잎에 앉아 오늘은 빗방울 꽃으로 피었다. 텃밭에 심은 상추와 고추도 한층 푸르게 올라왔다.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자연의 이치만 봐도 광수 말은 천만번 맞는 말이다. 

“세상은 자기만을 위해서 살 수 없잖아요. 괜찮아요. 검정고시는 나중에 또 봐도 돼요.”

분도 수사는 텃밭을 돌며 혼자 고개를 끄덕인다.  



돈보스코의 예방교육 영성   | | | | | | | | | |
청소년은 어려움에 저항하여 이겨나갈 때마다 매번 그의 날개는 강해집니다. 결단력 있게 행동하기로 결정할 때마다 새로운 용기로 무장됩니다. 인생을 성공으로 이끄는 비결, 즉 돈보스코가 그의 청소년들에게 심어주던 비결은 “항구하게 노력하는 용기”였습니다. 따라서 예방교육자 돈보스코는 교육자들에게 말합니다. 교육한다는 것은 자기 학생들로 하여금 그들의 어려움들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그리고 그들이 회득한 선한 것들 속에 뿌리를 내리도록 하기 위해 가끔이 아니라 끊임없이 지속적으로 도와주는 것을 말합니다. 그렇다면 그러한 교육적인 활동은 명백히 교육자와 교육을 받는 사람 사이의 가능한한 최대의 지속적인 접촉를 전제로 합니다. 예방교육자 돈보스코는 “교육자는 제자들의 행복을 위해 계속 전념하는 사람이다.”라고 정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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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숙 수녀
청소년 교육에 헌신하는 살레시오 수녀이며 작가입니다. 지난 5월에 또 한 권의 책 <괜찮아, 인생의 비를 일찍 맞았을 뿐이야>를 냈습니다. 먼저 방황해본 10대 아이들이 또래 친구들에게 들려주는 멘토링 책입니다.
이메일 : clara21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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