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님글방
휴심정의 멋진 벗님들이 전하는 나눔의 글 마당입니다.

욕이 난무하는 아이들의 입에

김인숙 수녀 2012. 06. 18
조회수 13075 추천수 1


시 암송 아이들-.jpg

시외우는 아이들



 “야, 아∼ 씨발 내가 오늘 학교에서 수환이랑 존나, 문자를 하고 있는데 담임한테 딱, 걸린 거야. 아 씨발 핸드폰 뱄겼다 존나.” 


  경수가 교실에 들어오자마자 민철이에게 던지는 말이다. 조용히 책을 읽던 기태가 “아, 짱나” 하며 휙 돌아앉는다.  “헐, 니가 뭔데 지랄이냐.”   

      

은미 수녀는 방과 후 아카데미 교실로 향하던 발걸음을 그만 멈춘다. 그녀는 교실 밖에서 학교 수업을 마치고 미리 도착한 아이들의 대화를 유심히 들어보았다. 특별히 화가 난 것도, 누구를 향해 욕을 하는 것은 아니나, 아이들 대화에 계속 욕이 추임새처럼 들어갔다. 아이들은 이 지역 경상도 사투리도 은어도 아닌, 뜻은 알겠으나 곱지 않는 언어들을 섞어 사용하고 있었다. 그런 일이 있는 뒤, 은미수녀는 아이들이 사용하는 말과 표현에 대해 좀 더 주의를 기울여 들어보았다. 


 방가-반가워 / 안냐세요-안녕하세요 / 겜-게임 / 짱나-짜증난다 / 

 지대-무척, 매우 / 친친-친한친구 / 베프-베스트 프렌드 / 

 글고-그리고 / 초딩-초등학생 / 글쿤요-그렇군요 / 

 추카-축하 / 띤구-친구 / 뽀대난다-멋있다 / 잠수-가만히 보고 있다 /

 구리-거짓말 / 당근-당연하다 / 담탱이-담임선생님 / 

 음야-지루하다, 졸립다 / 허걱-놀랍다 / 헐-황당하다……


아이들의 순수한 동심과는 동떨어진 무분별하고 애매모호한 신조어들. 이런 언어를 쓰는 아이들의 표현은 쌈닭처럼 거칠었다. 친구와 관계를 맺는 데에도 나쁜 영향을 끼쳤다. 어른의 경우도 그렇지만 많은 경우, 아이들 사이의 갈등, 다툼도 사소한 말 한 마디에서 싸움의 원인이 되지 않던가. 그렇다고 아이들에게 무작정 고운 말을 쓰라는 훈계는 한 며칠 효과를 볼 수 있으나 계속하면 잔소리요, 효과 또한 희박하다.

  

은미 수녀는 아이들 내면에 있는 때 묻지 않은 동심의 세계를 어떻게 이끌어낼까? 아니 그보다 먼저 매일 사용하는 일상의 말들이 아이들다우면 참 좋겠다는 게 그녀의 가장 큰 바람이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바로 시 암송이었다. 그녀는 시 암송의 효과를 미리 예상해 보았다. 


우선 어릴 적 암송한 시는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기억 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 그래서 자신만의 특별한 지적 재산으로 간직할 것이다. 세계적인 사회운동가인 독일의 스테판 에셀은 시 암송에 대해 이렇게 고백 했다. 


 “마음과 정신 양쪽을 다 개발하려면 평소에 시를 암송하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는 시간을 꽤 많이 들여 시를 읽고 또 암송합니다. 암송하여 기억 속에 차곡차곡 쌓인 시 구절들의 아름다움. 이것도 나의 행복에 큰 도움이 됩니다.” 


시는 어떤 것에 대한 기쁨, 슬픔, 애틋함 등의 감정을 자기 생각으로 짧게 표현한 아름다운 마음이다. 아이들이 한편의 시를 암송하기 위해서는 반복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외우기 위해 몇 번씩 읽고, 읽다보면 시의 내용이 상상이 되고 그러다 보면 아이들의 정서적 풍부함과 감정 표현 또한 지금보다 분명 순화될 것이다. 또 시의 언어를 계속 반복하여 접하는 과정을 거치다 보면 그 시의 뜻을 자연스럽게 스스로 이해하고 자신도 필요에 따라 그 말을 사용하게 될 것이다.


그녀는 계획의 첫 단계를 시작했다. 먼저 아이들이 방과 후 아카데미에 도착하면 첫 눈길을 주는 곳에 자그마한 게시판을 마련하였다. 그리고 거기에 한 편의 시를 부착해 놓았다. 시의 내용과 어울리는 그림도 곁들었다. 시의 종류는 또래 아이들이 쓴 시, 아카데미 아이들이 쓴 시 그리고 어른들이 쓴 시 중에서 골고루 선택하였으며 계절의 흐름에 따라 아이들이 공감하기 쉬운 시도 택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암송 시의 길이와 운율은 아이들의 생활 강약을 고려하며 선택했다. 월요일에는 가장 단순하고 짧은 시, 학교 수업이 빡빡한 요일에는 밝고 리듬감 있는 시, 학교 수업과 방과 후 프로그램이 느슨한 날에는 긴 시를 골랐다. 


운율이 있는 시가 부착 될 경우, 흥이 많은 현철이는 박수를 치며 박자를 맞추거나 몸을 흔들며 노래하듯 시를 외웠다. 그러면 모여든 아이들에게 바이러스가 퍼지듯 전염이 되어 게시판 앞은 마치 작은 음악실로 변했다. 


시 암송 과정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은 아이들의 노력 자체에 한결같은 격려와 칭찬, 때로는 선물공세도 아낌없이 베풀었다. 또 계획적이고 의도적인 지도도 필요했다. 암송이 안 될 경우, 집에 갈 때 차를 타고 가는 혜택을 주지 않았다. 그러니까 시를 외울 때까지 수업이 연장되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방과 후 아카데미에 도착하자마자 게시판의 시를 확인하고 시부터 외웠다. 성질 급한 하나는 오는 도중 수녀님께 전화를 한다. “수녀님, 오늘 외울 시가 뭐예요. 문자로 좀 알려주시면….”


시 암송 아이들2-.jpg

시 외우는 아이들  



시 암송을 시작한지 한 달 정도는 아이들이 힘들어 했으나 그 후부터는 자연스런 습관으로 아이들은 동화되어갔다. 중간에 새로 들어온 아이들도 기존 아이들을 따라 으레 도착하면 시를 외우는 분위기였다. 아이들은 적어도 일주일에 평균 1편 이상의 시를 완벽하게 외웠다. 아무도 빼앗을 수 없는 자신만의 지적 곳간에 차곡차곡 문학의 꽃인 시들이 쌓여갔다. 꾸준히 시와 함께 놀기를 일 년쯤 하고 나니 어느 순간 아이들의 모습에서 다른 분위기가 느껴져 왔다. 매일 만나는 사람들 그리고 사물들에 대해 좀 더 깊은 관심을 갖고 바라보았다. 가을 햇빛이 반짝이는 억새를 보기 위해 아이들과 화왕산을 오르는 길이었다. 


  “수녀님, 여기 보세요. 여기 고마니 풀꽃이 있어요.”

정희의 외침에 아이들이 등산로 옆 개울가로 우르르 몰려갔다 정말 별사탕 같은 연분홍 꽃들이 무더기로 피어 개울을 덮고 있었다. 시 암송에서 만난 ‘고마니풀’을 그날 아이들은 직접 눈으로 보게 된 것이다.  


  “여기도 있어요.”

  “저기도 많이 피었어요.”

  반가운 탄성과 외침에 이어 아이들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큰 소리로 ‘고마니 풀’ 시를 합창했다. 


 고마니 풀 / 임길택

 

도랑가 아무 데나 수북이 자라 

시시한 풀이라 여겼는데 


가을 어느 날부터 

꽃을 피워 올렸습니다. 


가느다란 꽃대 위에 

하얗고 빨간 별사탕 같은 꽃들


도랑가 아무 데서나 

수북수북 피워 올렸습니다. 


지나가던 등산객들도 아이들과 고마니풀을 번갈아보며 환하게 웃었다. 은미 수녀는 생각했다. 시를 통해 이미 고마니 풀과 관계를 맺은 아이들이 ‘고마니 풀’을 함부로 할 수 있을까? 하늘, 땅, 바람, 비, 꽃, 구름, 나비, 이슬 등의 시를 외우는 아이들이 아무 생각 없이 자연을 함부로 파헤칠 수 있을까? 우정의 시를 암송하면서 친구의 소중함을 느낀 아이들이 자기 친구를 일부러 괴롭힐 수 있을까?         

 

시 암송은 자신의 감성을 이끌어내는 자연스런 방법이기도 했다. 어느 날 초등학생 정우가 자신과 같은 또래가 쓴 ‘안 아프다’라는 시를 소리 내어 외웠다.  


안 아프다 / 홍승기 


나는 그 애만 보면 

무조건 놀린다

아니면

무조건 때린다. 

그러면 그 애도 나를 때린다.

그런데 

안 아프다. 


시를 외우는 정우 얼굴에 자꾸 장난스런 웃음이 피식피식 피어났다. 정우는 수진이란 여자 친구를 무척 좋아하고 있는 중이다. 장난기가 발동한 은미 수녀는 정우에게 물었다. 


  “정우야, 너도 수진이가 때리면 안 아프지?”

  “예. 하나도 안 아파요.”

  “왜 안 아플까?”

  “몰라요. 아무리 세게 때려도 하나도 안 아파요.”


정우는 더 이상 대답하기 곤란한 듯 얼른 자기 자리로 달려갔다. 아이들은 책상을 치며 합창을 했다. 

  “정우가 수진이를 사랑한데요.” 

  “좋아한데요.” 

  “와-----”

정우처럼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에게 정말 공감 백퍼센트 시였다.  


견학을 다녀와 소감문을 쓸 때도 아이들의 변화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예전에는 거기에 무엇이 있었고 무엇을 보았다는 형상만 줄줄줄 쓰는 글이 많았는데 점점 아이들 글 안에 자기 생각과 감성이 깃들어 있었다. 


  “어머,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지?”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소감문을 시로 표현해도 괜찮다고 하면 아이들은 어려워하지 않고 시를 썼다.     


오늘도 은미수녀는 게시판에 새로 부착할 시를 고른다. 시를 암송하는 좋은 습관이 아이들 인생에 어떤 수를 놓을까? 그녀는 100세를 앞둔 노령의 시 암송가 스테판 에셀의 말을 다시 되새긴다. 


  “나의 내면 곳곳에 시가 깃들어 있고, 살아오면서 최악의 순간에도 시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나치 독일의 강제 수용소에 갇혀 있을 때도 시구에 담긴 운율의 힘을 빌려 마음을 달래곤 했습니다. 나에게 시란 명상과도 같습니다. 이제는 기억 속에 생생하게 살아있는 여러 편의 시들 덕분에 나는 편안하게 죽음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돈보스코의 예방교육 영성


예방교육자 돈보스코는 청소년들에게 좋은 습관을 갖도록 교육하라고 권고합니다. 청소년들에게 좋은 습관을 들이기 위해서는 다음의 기본적인 네 가지를 가르쳐야 합니다.


청소년들은 가능한 한 최고의 열성과 100m 선수처럼 제 때에 출발하는 좋은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이런 열성은 금방 포기할 유혹을 받지 않을 만큼 충분히 힘찬 출발과 충동을 주므로 성공을 가능케 합니다. 반면에 매일 다시 주어지는 기회를 다음으로 미루면 결코 다시 그 기회가 오지 않을 가능성이 커집니다.


이 새로운 좋은 습관이 자기 생활에 깊이 뿌리박히기까지 결코 어떤 예외도 허락지 말라고 가르쳐야 합니다. 좋은 의향만 가지면 되는 것이 아닙니다. 곧 행동으로 옮겨야 합니다. 


매일, 어떤 작은 희생이나 극기를 자발적으로 실천함으로써 자신의 의지력을 기르고 보존하도록 가르쳐야 합니다.  교육자는 시대의 요구를 판독하여 교육 현장에서 실행가능하며 효율적인 그리고 가장 적합한 교육적 방법을 연구하고 실행해야 합니다.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김인숙 수녀
청소년 교육에 헌신하는 살레시오 수녀이며 작가입니다. 지난 5월에 또 한 권의 책 <괜찮아, 인생의 비를 일찍 맞았을 뿐이야>를 냈습니다. 먼저 방황해본 10대 아이들이 또래 친구들에게 들려주는 멘토링 책입니다.
이메일 : clara212@hanmail.net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의심하고 또 의심하는 유형의심하고 또 의심하는 유형

    김인숙 수녀 | 2017. 06. 29

    천성적으로 주의 깊고 주저합니다.

  • 포기는 포기를 부르고, 1승은 1승을 부른다포기는 포기를 부르고, 1승은 1승을 부...

    김인숙 수녀 | 2015. 12. 01

    하지 않고 바라기만 하거나 일도 사람도 싫증나면 그만하루 또 하루 하다 보니 ‘54일 기도’ 세번째, 이젠 안다글의 주인공 청소년들은 살레시오 남녀 수도회에서 운영하는 <마자렐로센터>와 <살레시오 청소년센터>에 현재 살고 있습니...

  • 그래서 집을 나왔다, 그래도 엄마였다그래서 집을 나왔다, 그래도 엄마였다

    김인숙 수녀 | 2015. 11. 13

    친구집 찜질방 모텔…돈은 없고 결국, 뻔한 공식비슷한 처지니까 친구?…절대로, 단지 공범일 뿐글의 주인공 청소년들은 살레시오 남녀 수도회에서 운영하는 <마자렐로센터>와 <살레시오 청소년센터>에 현재 살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법원에...

  • 무슨 짓을 다 해도 죄만은 절대!무슨 짓을 다 해도 죄만은 절대!

    김인숙 수녀 | 2015. 10. 21

    글의 주인공 청소년들은 살레시오 남녀 수도회에서 운영하는 <마자렐로센터>와 <살레시오 청소년센터>에 현재 살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법원에서 ‘6호처분’이라는 재판을 받았습니다. ‘6호 처분’이란 소년법 제32조에 의한 보호처분을 말...

  • 왕따 속 숨겨진 모습, 허세왕따 속 숨겨진 모습, 허세

    김인숙 수녀 | 2015. 09. 22

    왕따 속 숨겨진 모습, 허세 글의 주인공 청소년들은 살레시오 남녀 수도회에서 운영하는 <마자렐로센터>와 <살레시오 청소년센터>에 현재 살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법원에서 ‘6호처분’이라는 재판을 받았습니다. '6호 처분’이란 소년법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