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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 사제로서 부끄러운 이유

박기호 신부 2016. 1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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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위의마을.jpg » 산위의마을 공동체 식구들. 사진 산위의마을 제공



“건강한 사람에게는 의사가 필요치 않으나 병자에게는 의사가 필요하다”(마태 9,9~13)
마을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전화 홈페이지 서신, 또는 방문으로 상담하신 분들을 대합니다. 좋은 생각으로 좋은 삶을 위해 설레는 마음으로 물어온다고 보기 때문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정성껏 안내 합니다. 하느님께 추수할 일꾼을 보내달라고 늘 기도하는 저로서는 하느님께서 보내신 분이라는 믿음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기도의 응답이라는 마음도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예수님께 죄송하고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저는 추수할 일꾼을 보내주십시오 기도하면서 상담할 때는 되겠다 안되겠다 판단하여 거절할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거절하고도 마음이 편치 않지요. 그 가운데도 가장 마음에 걸리는 것이 교도소 수감자들과 알콜중독, 조울증, 정신질환을 가진 이들을 거부할 때입니다.

우리 마을 같은 가정을 가진 평신도들의 공동생활 공동체는 개신교의 재세례파(아나밥티스트) 전통입니다. 400년 전부터 시작된 제자들 생활입니다. 그 전통을 이어받아 세계 곳곳에 크리스챤 공동체가 많고 우리나라에도 동광원 예수원 한결, 민들레, 보나콤 공동체 등 수십 곳이 있습니다.

가톨릭교회에서의 공동생활은 독신들로 이루어진 수도회의 전통에 따라 가정을 가진 공동체는 생소할 뿐이지요. 그래서 우리 마을은 큰돈을 들여 자주 홍보하고 있지만 10년이 넘어도 겨우 이 수준입니다.

우리 마을에 방문이나 체험생활 등으로 다녀가신 분들이 산위의 마을에 대해 일종의 증언같은 기능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마을 가족 중에 알콜 중독자가 두 명만 된다면, 교도소 출소자도 있고 조울증 환자도 있다면 그들이 한 두 명의 소수 가족 밖에 안될지라도 타인에게 말할 때는 그들 소수를 먼저 말하게 됩니다.

마을의 삶을 먼저 말하고 나서 ‘알콜 중독을 치유하러 온 사람도 있었다’라고 말해야 옳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고 가족 중에 특별한 사람을 먼저 말합니다. 그러면 듣는 사람은 산위의 마을이 그런 사람들이 모인 시설인줄로 알게 되지요. 정상적인 가정이 그런 마을을 살러오겠어요? 그들 자신도 그런 시설이 없어서가 아니라 싫어서 마을을 찾아오는 건데.공동체가 건강하면 한두 명 정도야 기피할 이유가 없습니다. 공동생활을 통해서 그들이 회개하고 치유 받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우리에게는 그런 능력이 없음을 인정하기 때문에 공동체를 지키고 가족들과 아이들을 보호하는 것을 첫째 의무로 삼는 저로서는 어쩔 수가 없게 됩니다.

실제로 알콜릭 가족도 한 두명 받았었고 조울증 환자도 살았던 적이 있었는데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심지어는 ‘의사는 문제없다는데 신부님이 환자 취급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항의하며 퇴촌한 가족도 있었습니다.
사실 이것은 그들의 문제가 아니고 우리 마을의 문제입니다. 마을에서 가족으로 받아들였다면 책임지고 교육과 양성을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나 불확실한 대상을 안고 가기에는 저의 믿음이 너무 부족합니다. 미사 드릴 줄 아는 것이 고작인 제가 어떻게 하겠습니까?

예수님은 당시 죄인으로 취급받던 세관장 마태오의 집에 초대받아서 식사를 했습니다. 그것에 대해 율법학자들은 ‘죄인과 어울린다.’고 비난한 것입니다. 이에 “건강한 사람에게는 의사가 필요치 않으나 병자에게는 필요하다.” 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치유사이시 회개시킬 능력을 가지셨고 실제로 마태오는 회개하여 가진 것을 나눠주고 예수님을 따랐고 열 두 사도로 선발되었습니다. 이것만 봐도 전과자다 알콜릭이다 상관없이 공동체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은 누구에게나 있다고 보아야 맞습니다.

문제는 두 가지라고 생각됩니다. 정말 회개하여 새 삶을 찾아서 마을에 입촌하던가 아니면 마을의 내공과 치유력이 월등해서 그를 회개시킬 수 있는 힘이 있던가 입니다. 우리 마을이 빨리 성장해서 흙의 영성과 공동생활의 기쁨을 통해서 상처받은 누구에게라도 치유의 은사를 풍성히 베풀어 줄수 있는 공동체가 되기를 고대합니다. (2016.9.21.) *

밤날씨가 추워졌다. 알로에를 실내로 들여둬야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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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호 신부
1991년부터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1998년 ‘소비주의 시대의 그리스도 따르기’를 위해 예수살이공동체를 만들어 실천적 예수운동을 전개했다. 소비주의 시대에 주체적 젊은이를 양성하기 위한 배동교육 실시했고, 5년 전 충북 단양 소백산 산위의 마을에서 일반 신자 가족들과 함께 농사를 짓고 소를 키우며 살아가고 있다.
이메일 : sanimal@catholic.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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