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님글방
휴심정의 멋진 벗님들이 전하는 나눔의 글 마당입니다.

불면의 밤, 발바닥으로 숨쉬라

최상용 2011. 08. 29
조회수 33921 추천수 3

 골머리 앓다보면 혈액순환 잘 안돼 손발 찬 탓

코가 발바닥 중앙에 있다고 여기면서 의식 집중

 

q3.jpg

곽윤섭 기자 

 

잠 못 들어 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은 것 같다. 상담을 해보면 기나긴 밤을 꼬박 지새웠다며 하소연을 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그래서 하나 둘 셋 넷......백, 양 한 마리, 두 마리......백 마리를 세며 잡념을 없애려 하지만 오히려 정신만 말똥말똥해지며 온갖 생각들이 천정을 가득 메운다고 한다. 혹은 애써 잠들었는데 조그마한 소음소리 때문에 깨어서 시계를 보니 채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다시금 잠을 청하려 하지만 도통 깊은 잠을 잘 수가 없다고 푸념한다.

 

‘잠이 보약’이라는 경구는 동서양 사람 모두가 주장하는 통념이 된지 오래다. 불면의 원인은 무엇일까? 몸 속 구석구석을 흐르는 혈액순환의 관점에서 보자면, 말초신경이 모여 있는 손발까지 순환이 이루어지지 않은 수족냉증이 한 원인이다. 손발이 차다는 것은 우리 몸의 주인인 마음이 온통 머리에만 집중되어 일어나는 현상이다. 달리 말하면 상기증(上氣症)이다.

 

현대인들의 생활시간 대부분이 머리로써 해결해야 되는 일에 투입되기 때문이다. 예전처럼 주로 손발을 활용하는 직업보다는 골머리를 싸매야 되는 ‘브레인 증후군’ 탓이다.

 

이러한 후유증은 잠자리까지 파고든다. 마음을 비우고, 낮에 있었던 일들도 잠시 잊어버리자며 잠자리에 눕지만 가슴에 쌓인 오욕칠정의 감정들이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니, 쉬 잠들지 못한다. 그렇다면 방법은 없는가!

 

종식(踵息)이 불면의 해결책이다.『장자』「대종사편」에 보면 “진인의 호흡은 깊고 깊어 踵息(종식)으로 하였으나 보통 사람들은 목구멍으로 숨을 쉰다.”는 내용이 있다. 이는 곧 숙면의 조건을 말하고 있는데, 해답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의 의식이 온통 머리에 집중되어 있거나, 잠자리에 들어서서 까지 코로 들고나는 호흡만을 바라보아서는 상기증을 해소할 수 없다.

 

종식이란, 의미상 발뒷꿈치(발꿈치 종:踵)로 하는 호흡(숨 쉴 식:息)을 말하는데, 이제는 코가 발바닥 중앙의 용천혈에 있다고 상상하면서 그곳에 의식을 집중하자. 들숨을 쉴 때는 용천혈을 통해서 들어와 발 안쪽의 간・비・신장의 경락을 따라 배꼽을 중심으로 한 복부로 올라오고, 내쉴 때는 복부에 차있던 숨이 다리 외측의 위・담・방광의 경락을 따라 내려가 용천혈을 통해 배출된다고 집중한다. 호흡은 인위적인 것보다는 자연스럽게 들고나는 숨결을 지켜보면서 행하는 게 좋다.

 

이렇게 집중하면서 하다보면 보통 15-20호흡을 관찰하기도 전에 잠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게 보통사람들의 경우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불면증으로 고생한 사람이라면, 처음에는 집중도 안 될뿐더러 어느 사이 다른 잡념에 빠져드는 경우가 많다. 그러한 사실을 알아차린 순간 다시금 마음을 집중하여 반복하다 보면 어렵지 않게 익힐 수 있다.

 

이렇게 하다보면 차갑던 발에 따스한 온기를 느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항상 손발의 온도를 마음으로 인식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발이 차가운 사람도 이렇게 하다 잠을 자고 일어나면 대부분 발이 따뜻해져 있음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숙면이 건강의 첩경이다. 이러한 방법은 곧 숙면을 유도하기 위한 수단이다. 잠 중에서도 숙면만이 지친 몸을 회복할 수 있다. 숙면(熟眠)이 왜 강력한 치유수단이 될까? 이는 바로 무념무상(無念無想)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잠에는 램(REM: Rapid Eye Movement: )수면과 비램(non-REM)수면이 있는데, 얕은 잠인 램수면 상태에서는 꿈을 꾸며 대뇌와 소뇌의 인식작용이 가동되지만 깊은 잠인 비램수면 상태에서는 대뇌와 소뇌는 휴식기에 들어간다. 그러나 이 때 오직 ‘생명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뇌간’만이 대뇌와 소뇌의 다양한 정보로 인한 간섭 없이 본연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된다.

 

비램수면 중에는 대뇌와 소뇌에서 발생하는 온갖 잡념 등으로 인한 간섭이 없기 때문에 뇌간은 이 시간에 불필요한 정보를 지우고 몸 전체의 생리작용이 정상적으로 가동될 수 있도록 최대한 신체 각 부위를 원상으로 환원시키려 노력한다. 숙면 중에는 우리가 인식할 수 있는 의식작용이 멈추기 때문에 ‘무념무상’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바로 이 ‘무념무상’의 상태가 중요하다.

 

요즘 유행하고 있는 다양한 명상법이나 불교의 참선법은 바로 ‘무념무상’의 상태를 유도하기 위한 방법이다. 명상(瞑想)이란 생각을 어둡게 하는 것, 즉 무분별하게 일어나는 온갖 잡념을 없애고 오직 한 생각에 머물며 대뇌와 소뇌의 인식작용을 최대한 억제 시키려는 수행법이다. 참선(參禪) 역시 한 생각에 머물기 위해 화두(話頭)를 잡고서 일체 다른 생각이 일어나지 않도록 집중하는 법이다.

 

명상이나 참선이 심신(心身)의 건강법으로서 각광받는 이유가 바로 대뇌와 소뇌, 그리고 뇌간의 역할을 이용한 ‘대뇌와 소뇌 잠재우기’나 다름없는 것이다. 누구나 대략 하루 8시간 정도의 수면을 취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누가 비램수면 상태인 ‘깊은 잠’에 머무는 시간이 많은가에 달려있다.

 

숙면으로 빠져들어 가는 방법이 바로 수공법(睡功法: 잠을 자면서 심신을 수련하는 방법)의 기초단계이다. 처음에는 부지불식(不知不識)간에 잠에 빠져 들지만 점차적으로 정(定)의 상태를 확보해가는 수행법이다. 이러한 수공법의 핵심은 몸은 깊은 잠에 빠져들지만 마음은 고요한 상태로 깨어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다음 원고에서부터 단계적으로 설명할 생각이다.

 

대부분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잠자리에 드는 것을 하루의 마침으로 여기는데, 이제부터는 잠자리가 곧 하루의 시작이라는 생각으로 정성스럽게 시행해 보자.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최상용
신문과 잡지사 기자로 활동하다가 동양철학에 매료돼 원광대에서 기(氣)공학과 기(氣)학을 공부한 동양철학박사. 현재 인문기학연구소 소장으로 동양사상과 생활건강 및 명상에 대해 강의한다. 저서로는 한자의 강점인 회화적인 특징을 되살리고 글자에 담긴 역사적인 배경을 소개한 <브레인 한자>와 <한자실력이 국어실력이다>등이 있다.
이메일 : choisy1227@naver.com      
블로그 : choisy1227.blog.me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내 안의 나를 깨우는 장자내 안의 나를 깨우는 장자

    휴심정 | 2017. 02. 19

    소설처럼 읽히는 장자 3권 <장자>는 중국 전국시대 사상가인 장자가 직접 쓴 것으로 알려진 내편 7편과 전국시대 말부터 한대까지 후학들이 덧붙인 외편 15편, 역시 제자나 후학들이 쓴 것으로 보이는 잡편 11편 등 모두 33편으로 나뉜다. ...

  • 수면시간을 통해 건강을 회복하고 자기계발할 수 있는 방법수면시간을 통해 건강을 회복하고 자기계...

    최상용 | 2014. 04. 17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심신의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뇌간치유 수면명상법[하루3분 수면혁명]을 출간하고서 요즘엔 여러모로 분주하다. 그 중에서도 독자 분들로부터 오는 메일이나 쪽지에 답장을 하는 일이다. 연세 지긋한 분에서부터 바쁜 일...

  • 최상용 박사의 <수면 혁명>최상용 박사의 <수면 혁명>

    휴심정 | 2014. 03. 27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 불면증 이겨내고 잘 자는 법 <한겨레> 기자를 대상으로 수면명상법을 시연하고 있는 <하루3분, 수면 혁명>의 저자 최상용 박사기자가 도전해본 수면명상법…30분 투자로 숙면 성공수면명상 전문가 최상용(55·인...

  • 꿈을 기도하기에 가장 좋은 날, 정월 대보름꿈을 기도하기에 가장 좋은 날, 정월 ...

    최상용 | 2014. 02. 12

    정월 대보름날, 잠들기 전 소망을 기원하자 2008년 정월 대보름날 새벽에 강원도 영월군 주천면 판운리 섶다리에서 바라본 보름달. 김봉규 선임 기자 bong9@hani.co.kr [휴심정] 한가위와 정월 보름달 14일이 정월대보름이다. 우리 조상들은 정...

  • 숙면의 비법숙면의 비법

    최상용 | 2013. 12. 08

    우리에게 잠이란     한겨레 곽윤섭 기자   왜 우리는 인생의 3분의1이라는 시간을 잠자는데 할애해야 할까! 나이 30이면 10년을, 60이면 20년을 수면시간에 배당하다니 ‘이거 너무 아깝지 않은가!’하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