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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이 아니라 자신이 웬수

법륜 스님 2011. 09. 28
조회수 18343 추천수 0

남 보기 좋은 물건처럼 만들려고하다 안되면 버럭

아무리 잘해줘도 내 식대로만 하면 그에게는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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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와 아이     사진  <한겨레> 자료

 

오늘날 많은 엄마가 자식을 남 보기에 좋은 물건처럼 취급합니다. 얼굴 예쁘고, 신체 건강하고, 공부 잘하고, 말 잘 듣고 그런 아이를 만들고 싶어 해요. 그래서 좋은 옷을 입히고, 값비싼 음식을 먹이고, 과외를 시키고, 유학 보내면 부모 노릇 잘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건 착각이에요. 아이들은 이러한 조건 없이도 잘 살 수 있지만, 부모의 따뜻한 품을 느끼지 못하면 자기 자신뿐 아니라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지 못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부모가 아이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길은 무엇일까요?


자식을 갖기 전 마음의 준비를 잘 해야 합니다. 부부 사이에 갈등이 생긴 상태에서 자식이 생기면, 아이에게 주는 피해는 엄청납니다. 왜냐하면 아이는 연약하기 때문에 부모의 상황에 고스란히 영향을 받게 돼요. 불안과 초조, 분노와 갈등의 감정이 아이에게 그대로 전해지는 겁니다. 그것이 어른이 될 때까지 영향을 줍니다.


자식을 심성이 건강한 사람으로 키우려면, 먼저 부모의 심리가 안정되어 있어야 합니다. 경제적으로 부유하냐 가난하냐는 별 상관이 없어요. 그러니까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고 자기 업에 자기가 못 견디고, 마음의 준비가 덜 됐다 싶으면 결혼할 생각을 하지 않는 게 좋아요. 그래도 조금 자기 조절이 된다 하면 결혼을 하더라도 자식을 안 낳는 게 낫습니다. 만약 자식을 낳으려면 정말 그 아이를 위해서 노력해야 합니다. 그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서 행복해질 수 있도록 하는 게 자식에 대한 부모의 의무예요. 그렇지 않으면 장난감을 가지고 놀든지 강아지 사서 키우며 놀면 돼요. 남들 다 한다고 자식 낳아서 왜 자식에게 불행을 안겨 줍니까?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아서도 혼자 몸일 때와 같이 여자의 심성으로 살면 자식을 잘 키우기 힘듭니다. 이런저런 자극에 흔들리며 불안해하고, 자기 마음대로 안 된다고 성질내던 습관대로 아이를 키우면, 아이도 엄마처럼 불안정하고 분노심을 품게 됩니다.
아이가 건강하고,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고, 행복하려면 먼저 엄마 마음부터 중심을 잡아야 합니다. 이리저리 흔들리는 불안한 여인의 마음이 아니라, ‘내 아이는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지킨다’는 엄마의 마음을 가져야 해요. 그래야 아이가 그 마음을 지지대 삼아 잘 자랍니다.


만약 남편이 마음을 몰라준다고 미워하는 마음을 내면 어떨까요? 심리적으로 안정이 안 되겠지요? 이때 이해하고 좋아하는 마음을 내야 합니다. 또 경제적으로 좀 곤궁할 때 엄마가 가난에 찌들면 마음의 안정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이럴 때도 짜증을 내는 대신 검소하게 살면서 아이들이 주눅 들지 않도록 다독일 수 있어야 합니다.


엄마는 그 어떤 외부의 공격과 방해에도 자식을 보호해야 하는 책임이 있어요. 여자로서가 아니라 엄마로서의 책임이 있는 겁니다. 자식에게 엄마는 세상이고 우주이며 신인 거예요.


엄마는 미처 모르고 있지만, 자신의 어린 시절을 돌이켜 보면 부모가 어떤 존재인지 알 수 있잖아요. 그리고 엄마가 자신에게 준 상처 때문에 괴로운 것도 있을 테고, 그때의 결핍이 평생을 간다는 사실도 돌이켜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나를 돌아보면, 자식에게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할지는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자신을 보지 않고, 자식의 문제만 보니까 근본적인 해결이 안 되는 거예요.


결혼을 했으면 결혼해서 상대에게 맞춰 살 의무가 있는데 제 방식대로 살겠다고 고집하고, 애를 낳았으면 아이를 전적으로 보호할 의무가 있는데 그것을 부담스러워하고, 자기 성질대로 사니까 과보가 따르는 겁니다. 이것은 관계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이해하지 못하고,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할지 모르는 데서 오는 고통이에요. 수많은 관계 중 부모와 자식이 제일 아름다운 사이인데, 스스로 원수지간으로 만들고 맙니다.


그러니 ‘자식이 아니라 웬수야’라고 자식을 탓하기 전에, 부모로서 나는 어떤 마음인가를 먼저 돌아봐야 합니다. 그러면 바로 그 자리에, 자식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엄마 마음이 자랄 수 있어요. 그 마음이 없고서는, 부모가 아무리 자식을 위해 온갖 정성을 쏟아도 자식은 고통을 겪습니다. 길을 가던 어떤 남자가 예쁜 여자를 보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껴안았습니다. 그런데 그 여자는 성추행을 당했다고 화를 내겠지요. 이처럼 부모의 사랑이라 해도 자기 식대로 전한다면, 자식이 다 좋게 받아들이는 게 아니에요. 나는 사랑하는 마음으로 했지만 자식에게는 억압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걸 모르면 ‘나는 너희들을 이렇게 아끼고 사랑하는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 하는 원망만 하게 됩니다.


‘모든 문제는 자식 탓이 아니라 내 탓이다.’
이 이치를 이해할 때 비로소 자식 문제를 해결하고 진정한 엄마 노릇을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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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 스님
1988년 괴로움이 없고 자유로운 사람, 이웃과 세상에 보탬이 되는 보살의 삶을 서원하고, 정토회를 설립했다. 기아·질병·문맹퇴치운동과 인권·평화·통일·생태환경운동에 앞장서는 실천하는 보살로서 2000년 만해상을, 2002년에 라몬 막사이사이상을, 2007년엔 민족화해상을 수상했다.
이메일 : book@jungto.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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