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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덜대다 고기 못먹은 그 노숙인, 참 고소하다

서영남 2011. 06. 27
조회수 8847 추천수 1

태풍 메아리가 지나갔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민들레국수집은 비가 조금 새는 정도로 피해가 적습니다. 손님들이 너무 배가 고픈 모양입니다. 비를 맞으면서 서울에서 오신 분입니다. 어제 저녁을 먹었는데도 배가 너무 고프다고 합니다. 

 

손님 한 분이 밥을 접시에 담으면서도 얼굴에 수심이 가득합니다. 모텔에서 월세 이십오 만원에 지내는데 이번 달에는 겨우 십만원을 가져다 주었답니다. 내일까지 돈을 마련하지 못하면 방을 비워야 한답니다. 비가 오는데 일할 곳도 없습니다. 장마가 계속되면 방세를 내지 못해 거리로 나오는 사람이 많아집니다.

 

손님들은 노숙을 하고나면 온몸이 죽을만큼 아프다고 합니다. 어디가 아프시냐고 물으면 온몸이 모두 아프다고 합니다. 종합진찰을 한 번만이라도 받아보면 소원이 없겠다고 합니다. 틀이를 해 줄 수 없느냐고 물어봅니다. 방을 얻어달라고 합니다. 외로워서 죽을 것 같다고 합니다. 결혼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도 합니다. 취직자리를 알아봐 달라고 합니다. 그저 안타까운 사연을 듣기만 합니다. 겨우 초코파이 하나 내밉니다. 커피 한 잔 마시도록 합니다. 안타깝습니다.

 

6월 26일(일) 태풍이 인천을 지나간다고 합니다. 아침에는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붑니다.비가 그칠것같지 않으니 아침부터 손님들이 몰려옵니다. 비에 젖은 분들도 많습니다. 동천홍에서 비가 쏟아지는데도 불구하고 맛있는 짜장을 가져오셨습니다. 손님들이 참 맛있게 드십니다. 엔젤 화인께서 좋은 분과 함께 오셨습니다. 개포동 자매님께서 새벽에 남양주 유기농 비닐 하우스에 가서 채소를 수확해서 싣고 오셨습니다. 직접 비닐하우스에 가서 고생하시면서 풋고추와 근대 그리고 배추를 아주 많이 가져오셨습니다. 사과치과 원장님께서 오셨습니다. 베로니카께서 민들레 식구인 영인(가명)씨의 치과 치료를 부탁드렸습니다. 혼쾌히 허락해주셨습니다. 난곡동 성당 청년 여덟 명이 자원봉사를 왔습니다. 비바람 속에서 아주 성실하게 일을 했습니다.

 

민들레의 집이 이제 수리 하는 것이 마무리가 되어갑니다. 새로 전기와 수도를 끌어오느라 시일이 많이 걸렸습니다. 보일러도 새로 교체했습니다. 그런데 바닥에서 물이 샙니다. 겨우 물 새는 곳을 찾아서 고쳤습니다. 이제 장판만 깔면 수리가 끝납니다.

 

건축 쓰레기를 어떻게든 처리해야하는데 새로 민들레의 집 식구가 될 세 분이 비오는데도 불구하고 깨끗하게 치웠습니다. 나무도 시원하게 손질했습니다. 이제는 살림살이만 장만하면 새로 민들레의 집 식구가 될 분들이 입주만 하면 됩니다. 현재는 세 분이 새 식구가 될 것입니다.

 

6월 27일(월) 태풍이 지나갔습니다. 그래도 비는 내립니다. 아홉 시입니다. 열 시가 되려면 한 시간이나 남았습니다. 그런데 노란 배낭을 짊어진 분이 왔습니다. 자기 같은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어야 한답니다. 식사하시도록 했습니다. 밥 먹으면서 계속 중얼거립니다. 밥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는 둥, 반찬이 별로라는 둥, 파출소가 어디에 있느냐고도 묻습니다. 손님 대접이 별로라고 합니다. 한참 속을 부글부글 끓게 만들었습니다. 밥을 다 먹고 나가면서 어! 고기가 있었네! 안타까워 합니다. 돼지고기 장조림을 보질 못했었나봅니다. 고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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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남
전직 가톨릭 수사로, 인천에서 노숙자들과 가난한 이들에게 국수를 나누 는 민들레국수집 운영하고 있다. 1976년 가톨릭 한국순교복자수도회에 입회해 1995년부터 전국의 교도소로 장기수들을 찾아다니다가 천주교 서울대교구 교정사목위원회에 파견돼 출소자의 집인 ‘평화의 집’에서 출소자들과 함께 살았다.
이메일 : syepet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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