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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럽고 질투나고 아파 울던 날

혜민 스님 2012. 03. 20
조회수 23910 추천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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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때 전식구가 삭월세 단칸방에 살았던 나는 명절때 큰아버지집에 갔다 오고나면 한동안 우울해 졌다. 큰아버지 집은 서울에서도 가장 학군이 좋은 곳에 위치한 방이5칸, 화장실이 2개나 되는 아파트에 사셨기 때문이다. 햇볕조차 잘 들어오지 않는 작은 우리집 단칸방에 있다가 큰집에 가면 완전 딴 세계에 온것 같았다.

 

 일단 냄새부터가 달랐다. 아파트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려면 우리집과는 다른 오묘한 좋은 향기가 났다. 거기다 현관문 근처에는 내가 평소에 가지고 놀고 싶었던 농구공, 배구공, 자전거 같은 것들이 가득했고 거실로 들어서면 텔레비젼에서나 보던 편한 소파와 유명작가 판화 그림이 벽에 잘 배치되어 있었다.

 

 또한 내가 그렇게 배우고 싶었지만 돈이 없어 제대로 배울수 없었던 피아노가 손님방에 놓아져 있었다. 이렇게 아름답고 넓은 공간을 아버지의 바로 윗형이 가지고 사신다는 것이 나에게는 항상 잡힐듯 잡히지 않는 신기루처럼 느껴졌다.

 

큰아버지네는 사촌형과 사촌 동생이 있었는데 큰아버지 가족이 몇년동안 미국에 살다오셔서 그런지 그들과 나 사이에는 큰 강이 자리잡고 있는듯 했다. 사촌형은 그 강의 건너편에 서서 나나 내 남동생에게 손을 내밀어 이리오라는 제스쳐를 잘 하지 않았기 때문에 큰집에 가도 사촌들과 같이 놀지 못하고 나는 항상 내동생과 놀다가 오곤했다. 어떤이는 왜 그러면 내가 먼저 사촌형에게 살갑게 다가가지 못했냐고 되물을수도 있겠지만 사실 없는자가 있는자에게 손을 먼저 내밀기는 결코 쉬운일이 아니지 않는가. 또 거기다 만나는 장소가 내집도 아니고 내가 손님으로 간 큰집이 아니었던가.

 

어른이 되어서 지금은 그렇게 없이 살았던 콤플랙스에서 어느 정도 초탈해져서 이처럼 편하게 이야기를 할수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내 초등학생때만 하더래도 큰집은 나에게 참으로 힘든 존재였으며 큰집에 다녀오고 나면 내 부모님을 한참동안 원망하게 만드는 존재였다. 명절때마다 나의 학교 성적이 언제나 사촌들의 성적과 비교 당하는 자존심 상하는 순간들을 반복적으로 경험해야 했고 열악한 가정 환경속에서 나 혼자 아무리 열심히 분투를 해도 사촌들의 그 산을 넘지는 못했다.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일이 한가지 있는데 그것은 초등학교 5학년때쯤 할머니 생신을 축하하기 위해 온 가족이 또 모이는 자리가 있었다. 가기 싫다는 나의 손을 억지로 잡고 부모님은 나와 내 동생을 데리고 큰집에 갔다. 인사를 하는둥 마는둥하는 나에게 고모들은 사촌들과 함께 놀것을 종용하였고 나는 정말로 오랜만에 사촌 동생과 말을 섞게 되었다.

 

 사촌 동생은 최근에 부모님께서 사 주셨다는 미국에서 사 온 장난감을 하나 보여 주었다. 사진기처럼 보이는 것이 였는데 무슨 칼라로된 둥근 필름을 끼고 사진기안을 보면 미국의 여러 국립공원 모습의 사진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이 였다. 사촌은 내가 그 장남감을 가지고 놀아도 된다고 허락을 했고 나는 한참동안 내동생에게 보여 주고 설명을 해 주면서 가지고 놀았다.

 

그런데 한참을 보면서 놀다보니 그 둥근 필름이 잘 돌아가지 않아 조정하는 과정에서 구겨지고 찌져저 버렸다. 아뿔사, 이를 어쩐다. 이 사태의 수습을 위해 한참을 고민하다가 나는 결국 그 필름 자체를 아파트 밖으로나가 아예 버려 버렸고 필름 자체가 없어진 것을 내가 모르는 체 했다. 사촌 동생은 당연히 그 필름이 어디갔는지 나에게 묻다가 계속되는 질문에도 내가 모른다고만 하니까 큰어머니께 일렀고, 다시 큰어머니는 내가 진짜 모르는지 나와 내동생을 추궁 하셨다.

 

그런데 큰어머니로 부터 그 질문을 받는 순간 내안에서 나도 모르게 울컥하면서 올라 오는 것이 있었는데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서러움, 분노, 미움, 시기, 짜증, 억울함이 혼합된 정말로 복잡 미묘한 감정이였다. 한참동안 감정에 복받쳐 엉엉 울다가 다시는 큰집에 가지 않겠노라고 스스로에게 맹세를 했지만 다음해에 또 어쩔수없이 부모님 손에 이끌려 따라갈수 밖에 없었던 운명이였다.

 

어른이 되어서 생각해 보면 아마도 그때 나는 내가 없는 부분을 사촌들이 가지고 있다는 것에 질투를 한것 같다. 질투라는 주제로 청년법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내안 깊은곳에서 끄집어 낸 이 기억의 회상은 사실 지금도 많이 아프다. 하지만 그 기억을 다시 들여다 보면서 질투라는 감정에 대해 내 스스로가 몇가지 발견한 것이 있는데 이점을 독자분들과 나누고 싶다.

 

일단 질투의 대상은 나와 멀리 떨어져 있거나 나와 많이 다른 대상이 아닌 나와 대체로 비슷한 주변 사람을 통해 일어난다는 것이다. 결국 내가 가지고 있지 않는 어떤 부분을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것을 보고 일어나는 감정이다. 그 감정의 농도가 옅으면 단순한 부러움으로 그치지만, 진했을 경우 사람들은 질투가 분노로 강한 미움으로 심지어 폭력으로도 전이 될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감정은 그 대상의 아주 일부분만을 우리는 본것이다. 내가 없는 어느 특정 부분을 가지고 있으므로 나보다는 그가 훨씬 행복할것 같지만 실제로 그 사람 전체를 보게 되면 꼭 그렇다고만 이야기 할수 없는 부분들이 있다. 또한 질투라는 감정은 현재 나의 모습이 불만족스럽다는 마음의 표현이다. 그런데 이런 마음을 잘 돈발해서 부정적 감정을 그 대상으로 표출하는 것이 아니고, 나에게로 돌려 잘 승화시키면 나 스스로를 발전시키게 만들수 있는 기회가 된다            

                                               .       

나의 앞의 예와는 다르게 질투의 대상이 물질적 환경이나, 지위가 아니고 사람인 경우, 그 질투는 내 근원의 외로움 그리고 죽음의 공포와 맞부딪치게 된다. 누군가를 내 마음대로 조정해서 나만을 바라보는 해바라기와 같은 부인이나 남편, 애인이나 친구로 만들고 싶은데 다른 사람에게 그의 관심이 빼앗길까봐 겁이 나서, 혹은 혼자될까봐 두려워서 드는 느낌이다.

 

이런 경우에는 우리가 진정으로 홀로됨을 느껴보기전에는 그 근본적인 질투의 마음이 해결이 되지 않는다. 둘이 있어도 좋고 내 혼자 스스로 있어도 괜찮은 상태가 되지 않는한 대상을 옮겨가면서 우리 중생은 끊임없이 질투심을 일으키게 될것이다.  질투나는가? 질투의 감정에 빠져 나를 잃어버리지 말고 왜 그런 감정이 나는지 자세히 관찰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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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민 스님
조계종 승려이자 미국 메사추세츠주 햄프셔대 종교학과 교수. 미국 UC버클리대에서 영화를 공부하다 방향을 바꿔 하버드대 대학원에서 비교종교학 석사를 받고 출가했으며, 프린스턴대에서 종교학 박사를 받았다. 종교계 최고 트위터리언이자 아픈 청춘들을 위로하는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
이메일 : monkhaemin@naver.com       트위터 : @haeminsunim      
블로그 : http://blog.naver.com/monkhae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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