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사람과 무슨 관계세요?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누가 내 어머니고 내 형제들이냐?" 하고 반문하셨다. 그리고 당신 주위에 앉은 사람들을 둘러보시며 이르셨다. "이들이 내 어머니고 내 형제들이다.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바로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마르 3,33-35).
민들레국수집 손님 중에 아픈 분을 모시고 병원에 가면 느끼는 것이 있습니다. 입원수속을 밟을 때 직원이 물어봅니다. "
환자 분과는 무슨 관계예요?"
"아무 관계가 아닌데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 관계가 없다는 말을 이해할 수 없어 합니다.
아버지도 아니고 형이나 오빠나 동생이 아니고 친척도 아닌데 왜 환자의 보호자로 자청하는지 이해를 할 수 없다고 합니다.
"관계가 없으면 보호자가 될 수 없나요?" 이런 경우가 없었다고 합니다. 교도소에 형제들을 방문하러 가도 꼭 물어봅니다. 무슨 관계이길래 면회를 하려고 하느냐? 영치금을 넣어드리려고 해도 물어봅니다. 무슨 관계냐고 묻습니다. 요즘은 그냥 지인이라고 합니다.
아무 관계도 없으면서 남을 돕는 것은 참으로 희한한 일이 되어버린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습니다.
민들레국수집을 찾아오셔서 식사를 하시는 분들을 봅니다. 국수집에 들어오시면서 봉사자들께 "안녕하세요?" 인사를 합니다. 그런데 우리 손님들이 서로 인사하는 경우는 참 드뭅니다. 모르기 때문입니다. 아니 아무 관계가 없기 때문입니다. 누군지 얼굴을 아는데 이름은 알려고도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혼자 식사를 하곤 봉사자들께 고맙다고 인사하곤 갑니다.
우리 손님들은 한 분 한 분이 더없이 착한 분들이 많습니다. 오늘도 어느 손님이 서울에서 오셨습니다. 정신장애가 있어서 집에서 취사를 해서 밥을 해 드실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어떤 고마운 분이 쌀 20킬로를 자기에서 선물해줬는데 자기에게는 소용이 없어서 민들레국수집으로 택배로 보냈다고 합니다.
그런데 마침 돈이 없어서 후불로 보냈는데 하면서 택배비 칠천 원을 제게 줍니다. 세상에... 나와 아무런 관계도 없는 남에게, 남에게 점 하나 떼어 버리면 님이 되어 버리는 희한한 일을 우리는 체험할 수 있습니다. 남에서 점 하나 떼어버리면 님이 된다는 유행가처럼.
"너희는 내가 굶주렸을 때에 먹을 것을 주었고, 내가 목말랐을 때에 마실 것을 주었으며, 내가 나그네였을 때에 따뜻이 맞아들였다. 또 내가 헐벗었을 때에 입을 것을 주었고, 내가 병들었을 때에 돌보아 주었으며, 내가 감옥에 있을 때에 찾아 주었다."(마태 25,35-36).
나와 아무런 관계도 없는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내가 가진 것을 나눈다면 우리는 아무 관계 없던 사람과 형제관계, 친척관계, 부자관계가 된다는 희한한 일을 누릴 수 있습니다.
오늘은 닭백숙을 했습니다. 손님께 제발 밥 조금만 푸세요. 고기 좀 많이 드시고요. 아주 기분 좋아 하십니다. 오늘 민들레 꿈 어린이 밥집에서는 정통 이태리식 스파케티를 만듭니다. 부평 십정동에 있는 어린이 카페 까사미아의 셰프께서 오셔서 우리 어린이 손님들께 해물 스파게티를 대접하는 날입니다. 오늘은 어린이 손님들이 무척 많이 올 것 같다고 합니다. 어린이 밥집에서는 요즘 저녁 마감시간을 30분이나 늦췄습니다.
예수살이 공동체의 단양 산위의 마을에서 정성스럽게 키운 유기농 배추를 많이 보내주셨습니다. 김치를 담기 위해 소금에 약하게 저려놓았습니다. 내일 아침에 버무릴 것입니다. 겉잎은 데쳐서 우거지로 준비해 놓았습니다. 배추가 무척 답니다. 김치로 담아놓으면 아주 맛있을 것 같습니다.
민들레희망지원센터에는 우리 손님들이 빨래를 합니다. 빨래가 마를 동안 입을 반바지와 티셔츠를 준비해 놓았습니다. 그런데 가난한 우리 손님들이 반바지와 티셔츠를 입고 가버립니다. 슬리퍼까지 신고 가버립니다. 봉사자들이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입고 밖으로 나갈 수 없게 빨간 색이나 노란 색 옷을 준비하면 어떻겠는지 물어봅니다. 오죽하면 입고 가실까 생각하고 없어지면 그냥 보충하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