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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망했던 어머니를 닮고있는 나

박미라 2019. 01. 21
조회수 5074 추천수 0

먼저 아이가 귀찮게 느껴지는 이유를 적어 보세요
아이에게 냉정했던 어머니 원망했던 주부 “엄마 닮아가는 내가 싫어요”

 

사진27--.JPG »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Q. 어린 시절 제 어머니는 회사일과 승진을 매우 중시하는 분이어서, 퇴근하셔서도 회사일을 하거나 책을 읽는 것 등에 시간을 쓰느라 자식들의 질문이나 부탁도 굉장히 성가셔하셨던 분입니다. 그런 어머니에게 상처를 많이 받아서 저는 자식을 낳으면 절대 그렇게 하지 않으리라 결심했습니다. 저도 직장을 다니면서 아이를 낳아 키우게 됐는데, 아이에게 늘 옆에 있어 주고 사랑을 많이 주는 어머니가 되고 싶어서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도 그만두고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저도 어머니가 했던 걸 아이에게 똑같이 반복하고 있고, 이 문제 때문에 매우 괴롭습니다. 아이가 질문이나 부탁을 하거나 작은 실수를 하게 되면, 제가 아이에게 제 시간과 노동을 쓰는 게 너무 아깝고 귀찮고 성가십니다. 그래서 짜증과 화를 지나치게 내고 있습니다. 어머니가 저에게 했던 행동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이것을 어떻게 해결해야 될지 모르겠습니다. 아이 때문에 회사를 그만뒀다는 원망도 전혀 없고, 아이 곁에 있어 줄 수 있다는 게 정말 기쁜데도, 이상하게 일상에서 제가 하는 행동은 어머니의 차갑고 냉정하고 귀찮아하던 행동과 너무나 똑같은 것입니다.

 

제가 어머니에게 가진 분노가 너무 커서 그런 거 같아서, 최근에는 어머니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고 어머니가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음을 이해하면서 어머니에 대한 분노가 많이 없어졌는데도, 왜 저는 어머니와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지, 도저히 저의 알 수 없는 이 마음 때문에 고통스럽습니다.

 

A. ‘나는 엄마처럼 하지 않을 거야’ 하고 수없이 다짐했는데, 아이를 낳아 기르다 보니 어느덧 엄마처럼 하고 있더라는 이야기는 사실 여성들에게는 거의 괴담에 가깝습니다. 그렇게 미워하고 원망했던 어머니의 모습을 닮다니, 참 인정하기 어려운 현실일 겁니다.

좀 뜬금없는 이야기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인도의 영적 구루(힌두교, 불교, 시크교 같은 종교에서 스승을 일컫는 이름. 종교 지도자)인 오쇼 라즈니쉬가 ‘역효과의 법칙’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한 사람이 아무도 없는 넓은 길에서 자전거를 배우려고 합니다. 그 길가에 붉은색의 작은 이정표 하나가 서 있었는데, 자전거를 배우려는 사람은 문득 그 이정표에 부딪칠까 두려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길이 넓어서 눈을 감고도 이정표에 부딪치기가 쉽지 않은데, 두려움이 너무 커져서 그의 눈에는 이정표만 보입니다. 자전거에 올라탄 그는 자꾸 이정표를 향해 갑니다. 이정표에 부딪치는 일만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다짐할수록 넓은 길은 보이지 않고 이정표만 크게 느껴져서 결국 그는 이정표와 부딪치고 맙니다.


모성심리를 연구하는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완벽주의나 흑백논리적 사고가 어머니들을 우울증에 빠지게 한다고 경고합니다. <아이와 함께 찾아온 눈물>의 저자 아리엘 달펜은 그 같은 사고의 예로 ‘항상 ~해야 해’ ‘절대 ~해선 안 돼’ 하는 생각들을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세상의 많은 딸들이 어머니가 되어 하는 생각이 바로 그것입니다. ‘절대 엄마처럼 되지 않을 거야. 엄마 같은 실수를 범해서는 안 돼’ 하는 것들이지요.

 

이런 부정적이고 완고한 생각은 그 자체로 긴장과 불안을 불러옵니다. 절대 ~하면 안 돼라고 생각할수록 실패하지 않아야 된다는 생각도 강해지기 때문이에요. 그러나 세상에 절대 안 되는 일이란 존재하지 않고, 실패는 자명한 사실이 됩니다. 그러면 자책감과 우울감만 깊어질 것이고,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서 앞으로는 더욱더 절대 안 된다고 다짐할 겁니다. 일종의 부정적 사고의 악순환입니다.

 

김민지님, 어머니로서 전전긍긍하며 고민하시는 모습에 위로의 마음 보냅니다. 이제, ‘나는 엄마처럼 하지 않을 거야’ 하는 다짐도, ‘내가 왜 엄마처럼 하고 있지?’ 하는 자책도 내려놓으세요. 아이에게 잘해 주지 못하는 것만으로도 속상한테, 거기에 ‘엄마처럼 잘못하고 있다’는 평가까지 덧붙여지면 마음이 더 무거워지고 고통스러워질 겁니다. 어머니의 냉정함은, 당신에게 너무 큰 불행감이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판단이나 편견도 없이, 아이에 대한 당신의 태도를 곰곰 생각해 보세요. 모든 생각과 행동과 감정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귀찮고 성가시다는 생각도 애초에는 아이에 대한 염려에서 시작되었을 수 있습니다. 양상은 비슷해도 당신의 어머니와는 전혀 다른 이유로 아이에게 화를 냈을 수도 있구요. 또는 어머니처럼 하지 않으려고 너무 애를 쓰다 지쳐 있는 상태일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땐 정말 아이를 향해 웃는 시늉을 내기도 어렵지요.

 

어머니의 딸로 오래 영향 받았는데 당연히 그 마음의 그늘도 존재할 겁니다. 그 또한 천천히 치유해 나가셔야 합니다. 그러니 ‘절대 ~하면 안 돼’라는 생각 대신, ‘그럴 수도 있어. 나라고 완벽한가. 조금씩 달라질 거야’ 하는 마음을 가지세요. 그러면 훨씬 마음이 가벼워질 거예요.

 

김민지님에게 두 가지 글쓰기를 권합니다. 하나는, ‘아이가 내게 뭔가를 요구하면 나는 귀찮고 성가시다고 느낀다. 왜냐 하면…’으로 시작하는 글을 써 보세요. 귀찮고 성가신 마음을 충분히 토로하시고, 왜 그런 감정과 생각을 갖게 됐는지 원인도 찾아보세요. 아이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억누르는 것보다 먼저 할 일은 김민지님 자신의 마음을 아는 일입니다. 글을 쓸 때 그 어떤 경우에도 ‘그러면 안 돼’ 하고 자신을 질책하시면 안 됩니다. 실컷 분통을 터뜨리세요. 그렇게 감정을 해소할 수 있다면 아이에게 좀 더 친절해지실 수 있을 거예요.

 

또 한 가지, 당신이 어머니로서 어떤 장점을 가지고 있는지 날마다 5분씩 목록으로 적어 보세요. 최대한 많이, 그리고 아주 구체적으로 적어 보는 겁니다. 아이에게 반찬을 만들어 줬다. 아이 방을 청소해 줬다. 아이가 사랑스러운 태도를 보일 때 웃어 줬다. 아이에게 예쁜 옷을 사 줬다 하는 식으로요. 심지어 오늘은 마음이 편안했다, 이런 것도 좋습니다.

 

추측건대 하루 종일 아이에게 화와 짜증을 내지는 않으실 겁니다. 그러니 자신의 긍정적인 태도에 관심을 갖고 찾아보시고, 그 부분을 칭찬해 주세요. 인간은 스스로에 대해 자부심을 느낄 때 세상에 대해서도 관대해질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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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라
심신통합치유학 박사다. 페미니스트저널 <이프> 편집장, <여자와닷컴> 콘텐츠팀장을 지냈고, 마음치유학교에서 ‘치유하는 글쓰기’ 프로그램을 안내중이다. <천만번 괜찮아>, <치유하는 글쓰기>, <완벽하지않아도 괜찮아>등의 저서가 있다.
이메일 : blessm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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