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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브루더호프 공동체를 찾아

조현 2005. 10. 28
조회수 7990 추천수 0
영국 다벨 브루더호프 공동체 
수수한 옷차림 위로 떠오르는 환한 미소
 
런던에서 헤이팅스행 기차를 타고 1시간30분 거리에 있는 로버트브리지역 인근에 영국 속의 이방지대가 있다. 

역에서 동쪽으로 300m 가량을 올라가면 확 트인 풀밭에서 양떼들이 평화롭게 풀을 뜯는 모습이 눈에 띈다. 그 풀밭 사잇길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은 선진국 영국의 어린이들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모습을 하고 있다. 꼭 끼는 옷을 입고 코를 훌쩍이는 그들은 마치 우리나라 50~60년대 어린이들을 연상케 한다. 

이곳이 세계 8곳의 브루더호프(형제들의 집) 공동체 가운데서도 가장 유서 깊은 영국의 다벨 브루더호프 공동체이다. 브루더호프는 독일의 저명한 강사이자 작가인 에버하르트 아놀드가 16세기 초 종교 개혁 당시 제도권 교회를 떠나 삶의 단순성과 형제애, 비폭력을 추구하던 후터파 공동체의 영향을 받아 1920년 독일의 산네르츠에 세운 공동체가 모태가 됐다. 공동체는 30년대 말 나치의 박해를 피해 이곳으로 옮겨와 오늘날 전세계에 2500명이 함께하는 브루더호프의 기반을 마련했다. 

이곳 2만여평의 대지에선 60여 가족 250명이 초대교회의 공동체 생활방식에 따라 일체의 사유 재산없이 부유하지도 가난하지도 않게 살아가고 있다. 

이곳 사람들은 겉치레에 연연하지 않는다. 집안에는 거울조차 두지 않고, 마을 길을 오가는 이들의 얼굴에선 화장기를 찾아볼 수 없다. 화려한 옷매무새도 없다. 공동세탁소에서 세탁되는 속옷들은 대부분 구멍이 나 있을 만큼 공동체 가족들은 '좋은 내 옷'을 갖는데 관심이 없다. 그렇지만 이곳에선 바깥 사람들의 경쟁에 지친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들은 청빈한 삶을 '즐기고' 있다. 

아침 식사는 각자 집에서 한다. 점심은 4시간 가량의 오전 작업이 끝난 뒤 공동식당에서 함께 먹는다. 오후 1시가 넘으면 사람들은 하나 둘씩 본부 건물 지하에 자리한 작업장에서 어린이 플레이 싱스(놀이기구)와 장애인용 기구 조립을 시작한다. 

"일 하는 게 얼마나 좋은데요." 마티르는 공작놀이를 하는 것처럼 작업을 즐겼다. 하지만 그의 손끝은 마치 어린 동생이나 장애인을 직접 돌보는 것처럼 조심스러웠다. 

이곳에선 굳이 위계나 나이를 앞세우지 않는다. 18살의 애런이 의젓하게 이 공장의 관리자 구실을 할 정도다. 

"여기서는 누구도 명령하지 않습니다. 자신을 스스로가 규제할 뿐이지요." 

한달 전 영국군 장교직을 그만두고 이곳에서 살고 있는 앤시는 "명령하는 것보다 더 효율적이면서도 즐겁게 일할 수 있지 않느냐"며 만족해 했다. 

기쁜 노동의 대가일까. 이곳에서 만든 제품은 이미 유명 상품으로 명성을 떨쳐 비싼 가격에 팔려나가고 있다. 

노동을 기쁘고도 당연한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것은 백발 노인에게도 마찬가지다. 본부 2층에 있는 쟁기출판사에선 손동작이 자유롭지 못한 백발노인들이 이달 중 런던에서 열리는 도서전시회 안내장 봉투를 붙이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곳에서 노인들이 임종 직전까지 일하다 집으로 돌아가 조용히 숨을 거두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사람들은 오후 5시께 작업을 끝내고 각자 안식을 즐긴다. 마을 어디서고 도란 도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남을 험담하는 일은 없다. 공동체의 초기 지도자 에버하르트 아놀드가 "어떠한 경우에도 본인이 없는 곳에서 상대에 대해 공개적으로 발언하거나 어떤 암시를 줘 비난해서는 안 된다"고 한 말이 불문률로 지켜지고 있다. 공동체 사람들은 문제를 지닌 당사자에게 직접 말하는 것을 큰 사랑의 방식으로 생각하고 있다. 브루더호프가 다른 공동체들과 달리 일치된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데는 이런 원칙이 큰 구실을 하는 셈이다. 

공동체가족은 저녁 7시 찬양과 함께 공동 저녁식사를 마친 뒤 다시 안식을 취한다. 가정에 텔레비전을 두지 않는 이들은 대화나 독서, 휴식 속에서 밤을 보낸다. 

처음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바깥 세상과는 너무 다른 모습에 당혹감을 느낀다. 공동체 방문을 허락받기도 까다로운 편이다. 브루더호프는 방문자에게 돈을 받지 않지만 노동과 식사 등 일체의 생활을 함께 하기를 원한다. 

"브루더호프는 유토피아가 아닙니다. 공동체의 순수한 삶을 지키기 위해선 자기 자신의 욕구를 포기해야 하는 희생과 투쟁이 요구됩니다." 방문 허락 여부를 결정하는 데이비드 힙스의 말이다. 

자신의 욕구를 포기한 빈자리를 이들은 인류애로 채워넣는다. 브루더호프는 죄수와 마약중독자들의 교화, 사형 폐지운동, 쿠바 어린이들과 교류 등의 봉사활동에 나서고 있다. 예수의 가르침을 그대로 실현하며 다른 사람들이나 그룹과 관계를 맺는 데 중점을 두고 것이다. 
이 공동체에 참여한 많은 사람들은 점차 초기의 당혹감이 사라지고 변화한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석달 전 스코틀랜드에서 처음 올 때 "모든 게 이상했다"던 마이클은 이렇게 말한다. "이제 어느 쪽이 이상한지 알게 됐습니다." 
다벨 브루더호프/조현 기자
(한겨레신문 1999년 3월 8일자)
 
세계적 명성 브루더호프의 교육 
서로 아끼고 돕는 법부터 배운다

브루더호프는 세계 최고의 교육 환경을 자랑하는 영국에서도 교육의 천국으로 손꼽힌다. 
아이들은 어린이집과 초등학교, 중학교까지 공동체가족과 자연 속에서 사랑을 체득하며 자란다. 
한국인 가족으로서는 유일하게 두달 전부터 다벨 브루더호프를 방문중인 박한길씨 부부의 말이다. 

"옆집에 갔을 때 5살난 지혜가 '화장실에 가겠다'고 하자, 같은 또래의 그 집 아이가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어 바래다 주더군요. 어려서부터 부모로부터 '친구보다 잘 해야 한다'는' 경쟁의식부터 배우는 한국의 아이들과 달리 이곳의 아이들은 친구를 배려하고 사랑하는 것부터 배웁니다." 

아직 영어를 잘 못해 의사소통이 불편하지만 지혜는 "친절한 이곳이 한국의 유치원보다 좋다"고 주저없이 말했다. 

텔레비전이 없는 이곳에서 주로 부모 등 공동체 가족들과 깊은 대화와 교제, 독서에 많은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은 공동체 밖의 고등학교에서 대부분 두각을 나타내고 있고, 상당수는 영국의 명문대에 진학하고 있다. 또 성장시기를 이성에 대한 관심으로 보내기보다는 내적 성숙에 초점을 맞춰 결혼 전까지 순결 유지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들은 청년이 되면 1년 이상 바깥 세상을 경험한 뒤 브루더호프에 남을 것인지를 결정할 것을 권유받는데, 95% 가량이 브루더호프에 남는 길을 선택하고 있다. 
다벨 브루더호프/조현 기자
(한겨레신문 1999년 3월 8일자)


[이 기사의 자세한 내용은 <세계 어디에도 내 집이 있다>(한겨레출판 펴냄)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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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 한겨레신문 종교전문기자
걷고 읽고 땀흘리고 어우러져 마시며 사랑하고 쓰고 그리며 여행하며 휴심하고 날며…. 저서로 <그리스 인생학교>(문화관광부장관 추천도서),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누리꾼 투표 인문교양 1위), 숨은 영성가들의 <울림>(한신대, 장신대, 감신대, 서울신대가 권하는 인문교양 100대 필독서). 숨은 선사들의 <은둔>(불교출판문화상과 불서상), 오지암자기행 <하늘이 감춘땅>(불교출판상). 한국출판인회의에서 ‘우리시대 대표작가 300인’에 선정.
이메일 : cho@hani.co.kr       트위터 : hoosimjung       페이스북 : hoosim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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