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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의 빛을 찾는 퀘이커

오강남 2019. 04. 24
조회수 8408 추천수 0

명상-.jpg

 

퀘이커라는 흥미로운 종파가 있습니다퀘이커와 그 창시자를 살펴보고 싶습니다.

 

조지 폭스

-내 속에 있는 신을 깨달으라고 가르친 퀘이커교 창시자

 

서양 종교 중에서 선불교 전통에 가장 가까운 종교를 하나 꼽는다면 많은 사람이 주저하지 않고 퀘이커교Quakers를 지목할 것이다영국인 조지 폭스조지 폭스George Fox(1624~1691)에 의해 시작된 속칭 퀘이커교는 본래 ‘The Religious Society of Friends’로서 한국에서는 ‘종교 친우회’, 혹은 ‘친우회라 한다퀘이커교에서는 내 속에 ‘신의 일부that part of God’가 내재해 있다고 믿는다.

 

따라서 퀘이커교도들은 내 속에 있는 신을 직접 체험적으로 깨달아 알 수 있다고 믿고 이런 깨달음에 이르기 위해 힘쓴다퀘이커 내에도 일반교회와 비슷한 예배 형식으로 예배하는 ‘프로그램으로 하는 예배programmed worship가 있기는 하지만퀘이커 예배의 주종을 이루는 것은 ‘프로그램 없는 예배unprogrammed worship’로서기본적으로 ‘친우들Friends’이 한 자리에 모여 한 시간 동안 조용히 앉아 내 속에 빛으로 계신 신의 움직이심을 기다리는 시간으로 보내는 침묵예배이다그러다가 누구든지 내면의 빛이 비추었다고 여겨지는 사람은 그 빛을 다른 이들과 나누기 위하여 짧게 몇 마디씩 간증을 한다.

 

그러기에 이들에게는 직업적인 목사minister가 없고 모두가 모두에게 ‘봉사하는 ‘봉사자들ministers’만 있을 뿐이다십일조 등 전통적인 예배의식을 배격하고 특정한 교리에 구애됨이 없이 오로지 신의 직접적인 체험을 종교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여긴다.

 

퀘이커 교도들의 깊은 영성과 이런 영성을 통한 열성적인 사회봉사는 널리 알려져 있다종교학의 대가 루돌프 옷토Rudolf Otto는 그의 유명한 책 성스러움의 의미에서 개신교에서도 퀘이커교에서 실행하는 이런 침묵의 예배가 널리 채택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1, 2차 세계대전으로 고통당하는 사람들을 위한 봉사활동으로 미국 퀘이커 봉사위원회와 영국 퀘이커 봉사위원회는 1947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도 “내가 만일 유대인이 아니었다면 나는 퀘이커 교도가 되었을 것이라 하였다.

 

퀘이커 운동은 미국 역사 초창기에 독립운동흑인해방운동평화운동여성운동 등에도 지극히 큰 영향을 끼쳤다미국의 펜실베이니아 주는 그 별명 ‘Quaker State’가 말하는 것처럼 퀘이커 지도자 윌리엄 펜William Penn(1644~1718) 1681년 영국 왕 찰즈 2세로부터 얻은 땅에 평화와 관용이라는 퀘이커의 이상을 실험하기 위해 세운 주이다.

 

필라델-.jpg » 퀘이커 정신에 따라 만들어진 미국 필라델피아를 상징하는 시청사

 

그 주에 있는 가장 큰 도시 ‘필라델피아는 그리스어로 ‘형제우애라는 뜻으로시청 첨탑 꼭대기에는 윌리엄 펜의 동상이 서 있다. 2009년 기준 전 세계적으로 35만 정도의 교인들에 불과하지만 아직도 평화운동이나 사회개혁 운동에서의 영향력은 엄청나다 할 수 있다한국에서는 종교 사상가 함석헌(1901~1987) 선생님이 퀘이커 지도자로 활약하기도 했다필자도 캐나다로 유학 가서 1975년 이후 지금까지 부정기적이나마 캐나다 퀘이커 모임에 참석하고 그들의 활동에 이런 저런 모양으로 참여하고 있다.

 

마침 한국 친우회 홈페이지에 퀘이커교의 창시자 조지 폭스에 관해 훌륭한 글이 올라와 있기에 이를 간추려 본다.

17세기 영국 사회는 그야말로 격랑의 시기였다.왕정에서 공화정으로공화정에서 다시 왕정으로 뒤바뀌는 정치적 격변은 물론 지금까지 내려오던 가톨릭과 종교개혁으로 새로 등장한 개신교 간의 갈등으로 사람들은 심한 혼란을 겪고 있었다이런 시대적 상황 속에서 가톨릭이나 개신교 어느 파에서도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이런 사람들을 ‘구도자Seekers’라 불렀는데그들은 주로 신과의 직접적인 접촉과 새로운 계시를 통해 삶의 의미를 찾으려 했다조지 폭스도 이런 ‘구도자들’ 중 한 사람이었다그는 이런 사람들 중 일부를 모아 일종의 신앙 운동을 전개하고 이것이 오늘 퀘이커라 불리는 종교의 시작이 되었다.

 

조지 폭스.jpg » 조지 폭스 조지 폭스는 영국 중부의 청교도 신앙이 강했던 레스터셔지금의 페니 드레이튼이라는 곳에서 마을 사람들로부터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이라 불리던 방직공紡織工 아버지와 다른 부인들보다 뛰어난 교양을 지닌 어머니 사이에서 네 자녀 중 맏이로 태어났다조지 폭스의 어린 시절에 관하여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고공식 교육을 얼마나 받았는지 조차도 알려져 있지 않다그러나 그는 어려서부터 나이에 비해 신앙심이 깊고생각하기를 좋아했으며침착하고 분별력이 뛰어났었다고 한다.

 

그의 십대 시절폭스는 신부가 될 것을 바라는 친척들의 희망을 뒤로한 채 어느 구두 제조업자겸 목축업자 밑에서 일했다그는 우직할 정도로 정직하고 성실했다물건을 속여 팔던 시대에 사람들은 그의 성실과 정직을 비웃었지만결국은 그를 좋아하게 되었다.

윌리엄 펜에 의하면폭스는 양치는 일을 아주 좋아해서 양치는 솜씨가 훌륭했는데양치는 일은 순결하고 고독했던 폭스의 성격과 아주 잘 맞아떨어지는 일로서후에 하느님의 종으로서 사역하고 봉사하는 일의 상징이 되었다고 한다.

 

1644년 그의 나이 20세가 되던 해에 그는 심각한 고뇌에 휩싸였다친척들이나 여러 목사들을 찾아다니면서 위로와 해결을 구해 보았지만 모두 허사였다그들이 실제로 어떤 삶을 사는가그들의 신앙의 실상이 어떤가 하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번민과 좌절감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이런 그를 두고 친척들은 결혼을 시키려고도 하고어떤 사람들은 정치에 입문하라고도 했다그러나 영적 진리에 민감한 젊은이에게는 그러한 제안이 슬프기만 할 뿐이었다그는 이즈음의 심경을 자신의 일기Journal에 이렇게 기록 했다.

 

내 몸은 그야말로 슬픔과 고통과 괴로움으로 메말라 있었고그러한 고통들이 너무나 커서 차라리 태어나지 말거나 장님으로 태어나 사악하고 허망한 것들을 보지 않게 되거나벙어리로 태어나 헛되고 나쁜 말들이나 주님의 이름을 욕되게 하는 말들을 결코 듣지 않기를 바라는 게 나았을 것 같았다.”

 

고뇌하던 폭스는 하나 둘 깨달음을 얻어 가기 시작했다그는 그 일이 “주께서 내 마음을 여시어 된 일이라 했다신이 그에게 열어 보이신 깨달음에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개신교도이건 가톨릭교도이건 모두가 같은 그리스도인이다’, ‘진정한 그리스도인은 이름뿐인 그리스도인이 아니라 신의 자녀로서 죽음에서 생명으로 옮긴 자들이어야 한다”, “옥스퍼드나 케임브리지에서 공부했다고 해서 그리스도의 일꾼이 될 자격을 온전히 갖추는 것은 아니다”, “신은 사람의 손으로 만든 성전에 계시지 않고 사람들의 마음속에 계신다”, “여자들은 영혼이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남녀는 평등이다” 하는 것 등이었다.

 

이러한 깨달음들이 있긴 했지만 폭스의 고뇌가 다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번민을 씻기 위해서 ‘열림의 경험을 한 다른 사람들을 열심히 만났다그러나 안타깝게도 그가 도달한 결론은 자신의 처지에 대해 말해 줄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었다실의에 빠져 있던 바로 그때그에게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퀘이커.jpg » 한국 퀘이커(종교친우회) 모임. 2005년 모습

 

      “한 분한결같은 예수 그리스도가 계시니그분만이 네 처지를 말해줄 수 있다.”

폭스는 이 음성에 너무 기뻐서 펄쩍펄쩍 뛰었다.이 음성은 영의 문제로 고민하고 진리를 고대하던 그에게 이전의 다른 어떤 깨달음보다도 더욱 크고 뚜렷한 것이었다폭스가 들었던 그 음성이 후에 ‘내면의 빛이라 불리게 된 바로 그것이다그 빛은 또한 ‘속에 계신 그리스도’, ‘각 사람 안에 있는 하나님의 그것’, ‘하나님의 능력’, ‘하나님의 증거’ 등으로도 불리게 된다그 빛은 모든 사람에게 있다그 빛은 모든 사람을 비추는 것이다(요한복음 1 9). 이 음성은 이후 폭스 자신의 생애와 퀘이커의 역사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었다.

이 체험이 있은 후에도 그에게 성경이 크게 열리는 체험이 있었고사물의 이치가 훤히 보이는 경험이 있었다그는 신의 무한한 사랑과 위대함을 깨닫고 슬픔과 고통으로부터 벗어나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이러한 모든 체험들을 계기로 그는 자신이 ‘마치 새로이 만들어져 바뀐 것처럼 용모와 사람이 바뀌었다고 했다변화된 폭스에게 이제 세상은 온통 거두어 들여야 할 신의 씨앗들이 널려 있는 것으로 보였다그 후 미주에도 건너가 얼마동안 머물면서 자기의 생각을 전하기도 했다

 우리는 변화된 한 영혼이 얼마나 위대한 일을 해낼 수 있는가 하는 것을 조지 폭스의 경우에서 다시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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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강남
종교의 기존 도그마를 그대로 전수하는 1차원적 학자에서 벗어나 종교의 진수로 가기 위해 도그마를 깨는 것을 주저하지않는 종교학자다. 서울대 종교학과와 대학원, 캐나다 맥매스터대에서 공부했으며, 캐나다 리자이나대 비교종교학 명예교수이자 서울대 객원교수다. 저서로 <종교,심층을 보다>,<예수는 없다>, <종교란 무엇인가> 등이 있다.
이메일 : hanispecia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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