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터치
휴심정이 만난 사람들을 함께 만나보세요. 또 '인간은 변하는가, 변하지 않는가'란 인류정신사의 가장 큰 주제를 오해 테마로 한 인터뷰와 이에 대한 목사와 신부, 스님, 주역의 대가와 심리학자 등 10명이 모여 토론한 대담을 선보입니다.

“‘죽어도 좋다’던 스님, 죽어보니 어떠하십니까”

조현 2008. 10. 31
조회수 17681 추천수 0

   [산중한담] 성묵 스님 입적
 집착 끈 툭 끊어지듯 터지는 웃음 방생 몇 번이던가
 산자들에게 남긴 찬 얼음물 같은 말 “살면 더 좋고!”

 

웃음 2.jpg 성묵 스님이 입적했다. 47세다.
 성묵 스님은  경북 봉화 태백산 각화사 서암에서 홀로 수행정진하던 중 ‘유행성 출혈열’에 감염돼 지난 30일 안동의 병원에 이어 대구 경북대병원에 입원했으나 이미 바이러스가 온몸에 퍼진 상태여서 손을 쓰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의 선방에서 안거를 나거나 태백산 정상 부근에서 홀로 생식을 하며 정진하던 성묵 스님은 2년여 전 “조계종 총무원에 선승도 함께 참여해야 한다”는 주위의 권유를 뿌리치지 못하고 총무원 기획국장을 맡아 상경해 조계사 인근의 옥탑방에서 홀로 정진하면서 일했다.

  그러던 중 선원에서 수행하다 그를 눈여겨 보았던 서울 강남 삼성동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의 권유로 봉은사 선원 선감을 맡아 재가자들의 참선을 지도하면서 조계종민족공동체운동본부 사무처장으로서 남북 화해를 이끌었다.
  봉은사 선방의 수행 열기가 고조되면서 강남권의 대표적인 수행공간으로 자리매김케 한 그는 2개월 전 모든 직책을 내려놓고 “이제 수행에 전념하겠다”면서 서암으로 내려가 독살이를 시작했다.

 풀을 베는 등 암자를 정비하면서 홀로 살다다 유행성 출혈열에 감염됐으나 감기몸살 정도로 여기고 있다가 치료시기를 놓치고 말았다.
 빈소는 경북대병원 장례식장 104호다. 영결식과 다비식은 2일 오전 10시 경북 의성군 단촌면 구계리 고운사에서 봉행된다. (053)420-6144.

 

서암.jpg

   성묵 스님이 홀로 정진했던 태백산 속 외딴 암자 서암.
  

 

조현과 도솔암 등산.jpg

    성묵 스님과 함께 태백산 도솔암을 오르며.

 

지난겨울, 성묵스님과의 동행




옛탑2.jpg 잠들지 못한 10월의 마지막 날. 새벽부터 비가 내린다. 그의 죽음을 아파하는 자연물들의 감응인 것일까.
 <하늘이 감춘 땅>의 ‘봉정사 중암’편인 143쪽에 호탕하게 웃으며 “입 벌려 웃을 줄 모르는 이야말로 천치가 아닌가’라며 호탕하게 웃고 있는 선승이 바로 그다.
 성묵 스님은 서울 강남의 천년고찰인 봉은사의 재가 선방을 책임진 선감이었다.1980년대 봉암사 선방 등을 다니면서 선객들 사이에 이름깨나 날렸던 선승인 명진 스님이 주지를 맡으면서 선방을 맡을 인물로 그를 스카우트했다.
 나는 우연히 두 달 동안 한 선방에서 성묵 스님과 참선 정진한 적이 있다. 아예 선방에서 매일 밤을 보냈기에 그와 일거수일투족을 함께 했다. 애초 수십년 동안 전국의 주요 선방을 다니며 참선을 해온 선객이니만큼 성묵 스님의 기상은 활발했다.
 그와 오래 대면하면서 들어왔던 그의 말버릇 하나가 뚜렷했다.
 “죽어도 좋고!”
 그는 무슨 말끝에 늘 “죽어도 좋다”고 했다. 결국 원하던 게 안 돼도 좋고, 뜻이 이루어지지 않아도 상관없고, 실패해도 괜찮다는 뜻이었다. 그 순간 집착과 고집을 바라보는 마음이 해탈되었다. 바라보는 이마저 해방이 되었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말은 그 뒤에 이어졌다.

 

봉은사.jpg

  봉은사 선방의 성묵 스님.

중암 앞.jpg

  그가 은사 스님과 함께 살던 경북 안동 봉정사 뒷산에 지었던 중암 앞에서.


 “살면 더 좋고!”
 죽어도 좋지만, 지금 살아 있으니 얼마나 좋으냐는 반전이었다. 지금 자신의 상태를 ‘죽음’과 비교해서 얼마나 좋은 상태인지 여실히 자족하고 자각하게 하는 말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늘 도솔천에 머물렀다.
 “죽어도 좋고! 살면 더 좋고!”
 그의 말끝에서 무거운 집착의 끈들이 툭 끊어지듯 터지는 웃음을 방생한 것이 몇 번이었던가.
 그는 선방 도반이라며 내가 <하늘이 감춘 땅>을 찾아나설 때 눈 쌓인 태백산 일대와 운달산 등을 직접 앞서 안내했다.
 한겨울 눈밭을 함께 헤메면서도 한번도 구겨진 인상을 본 적이 없었다.

도솔암2.jpg

  도솔암에서 태백산을 내려다보는 성묵 스님.

금선대.jpg

  운달산 금선대에 홀로 앉아 있는 성묵 스님.


 그가 갔다.
 ‘죽어도 좋은 세상’으로. 그리고 맨날 죽겠다, 못살겠다는 산자들에게 찬 얼음물 같은 축복의 말을 남겼다.
 “살면 더 좋고!”
   스님! 지금 경계가 어떠하십니까?
   “하 하 하…”
  
  글·사진 조현종교명상전문기자 cho@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태그 :
조현 한겨레신문 종교전문기자
걷고 읽고 땀흘리고 어우러져 마시며 사랑하고 쓰고 그리며 여행하며 휴심하고 날며…. 저서로 <그리스 인생학교>(문화관광부장관 추천도서),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누리꾼 투표 인문교양 1위), 숨은 영성가들의 <울림>(한신대, 장신대, 감신대, 서울신대가 권하는 인문교양 100대 필독서). 숨은 선사들의 <은둔>(불교출판문화상과 불서상), 오지암자기행 <하늘이 감춘땅>(불교출판상). 한국출판인회의에서 ‘우리시대 대표작가 300인’에 선정.
이메일 : cho@hani.co.kr       트위터 : hoosimjung       페이스북 : hoosim119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지금 세대 인간들의 책임지금 세대 인간들의 책임

    조현 | 2018. 12. 04

    어떤 이득도 가족들을 하나가 되게 하는 일치와 사랑보다 더 위에 놓을 수 있는 것은 없기에 남한에서도 남북한 화해와 통일을 반대하는 이들이 많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 김영교수가 거리에 나선 이유김영교수가 거리에 나선 이유

    조현 | 2018. 11. 27

    ‘함께 사는’ 대지혜를 가르치지 않고, 나만 잘되면 된다는 소지혜 교육으로 김기춘, 우병우 같은 엘리트들을 기른 이 나라 교육계의 일원으로서 반성과 혁신의 길에 나서지 않을 수 없다

  • 선수행의 대전제는 바른 행실선수행의 대전제는 바른 행실

    조현 | 2018. 11. 26

    ‘선(禪)수행자라면 자고로 첫째, 바른 행실과 행동을 해야한다. 즉 계율을 지켜야한다.

  • 지도자의 심법지도자의 심법

    조현 | 2018. 11. 23

    그는 ‘지도자란 무엇이냐’란 물음에 “네 가지 실력을 갖춘 자”라고 답한다.

  • 최후의 아나키스트 김미령최후의 아나키스트 김미령

    조현 | 2018. 11. 13

    그는 아나키스트는 무질서가 아니라 “내가 합의하지 않는 질서를 거부하는 것”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