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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쳐라"의 진짜 뜻은

조성제 2014. 09. 29
조회수 11445 추천수 0


동이의 음악



우리 국민들이 좋아하는 역사극을 보면 죄인을 문초할 때 “매우 쳐라”고 말한다. 이렇게 매질을 하게 되면 거짓이든 진실이든 토설하게 하게 되어 그 사건의 전말이 분명하게 밝혀지는 것이다. 그러면 죄인을 때리는 행위를 왜 “매질”이라고 하였을까?


한자에서 “매昧”란 말은 새벽, 또는 동틀 무렵을 나타내는 뜻이지만, 하늘에서는 북두칠성의 꼬리별 뒤쪽에 자리 잡은 별자리의 이름도 “매昧”다. 
이 “매昧”에 대한 기록이 <예명당위禮明堂位>에서 인용하여 <강희자전>에 나오는데 “매昧는 동이의 음악이다.” 라고 하였다.


북두칠성한겨레자료사진.jpg

*북두칠성. 한겨레 자료사진


우리가 모두 잘 아는 북두칠성은 국자 모양으로 생겼다. 그래서 복조리를 섣달 그믐날 팔러 다니는 것은 바로 북두칠성의 복을 파는 행위인 것이다.
북두칠성의 머리 부분을 선기옥형璇璣玉衡이라 하고 꼬리 부분을 두표斗杓라 한다. 선기옥형은 북두칠성의 두 번째 별 천선성天璇星, 세 번째 별 천기성天機星, 다섯 번째별 옥형성玉衡星을 의미한다. 천선성과 천기성은 북두칠성 머리 부분에 있는 별이고, 옥형성은 몸통부분에 해당하는 별이다.
두표斗杓는 북두칠성의 손잡이 끝 부분으로 꼬리별이다. 두표의 뒤쪽에 매昧라는 별자리가 있다. 매昧는 동틀 무렵을 뜻하는 것으로 해가 아직 뜨지 않았다는 뜻이다. 만물이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여명의 시간인 혼돈을 나타내는 말이다. 바로 이때 “매”별에서 음악이 시작된다.


북두칠성의 꼬리인 두표斗杓가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게으름을 부리는 태양을 깨우기 위하여 매昧별을 두드리면 태양이 떠오르게 되는 것이다. 태양이 떠오르면서 혼돈의 시간이 끝이 나는 것이다. 태양을 깨우는 과정에서 매를 두드리므로 음악이 발생하는 것이다. 두斗드림은 바로 별을 두드린다는 뜻이다. 서양의 악기인 드럼이란 이름도 여기서 비롯되지 않았나 한다. 또 두斗는 북두칠성을 의미하므로 북두칠성에게 드린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렇게 두드린다는 말은 북두칠성이 혼돈의 시간을 끝내고자 매별을 두드려 태양을 깨우는 가운데서 비롯되었다. 


‘두드린다’ 의미에서 비롯된 민간신앙은 경주지방의 독특한 민간신앙으로 전해되고 있는 두두리豆豆里 신앙에 그 흔적들이 남아 있다.
두두리 신앙은 <삼국유사>에 가록된 비형랑 설화에 기원을 두고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의하면 두두리는 경주 남쪽 10리에 있는 왕가수王家藪란 숲에서 제사지냈다고 한다. 두두리豆豆里는 두드린다는 의미로 도깨비라는 설도 있다. 우리 민속에선 도깨비가 귀신을 쫓는 역할을 한다. 북두칠성의 두표斗杓가 매昧별을 두드리고 날이 밝아오면 귀신은 달아난다. 도깨비가 귀신을 쫓는 다는 것은 결국 두표斗杓가 매昧별을 두드리면 날이 밝아 귀신이 달아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또 두두리豆豆里 신앙을 대장장이 신앙이라고도 하는데, 이것은 두豆자가 가지는 모양이 바로 대장간에서 단조나 판금 작업을 할 때 반드시 필요한 모루의 모습과 닮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곤장치는 모습충남교육연구소.jpg

*곤장치는 모습의 재현. 출처 : 충남교육연구소


사극에서 빠지지 않고 나오는 대사 중 하나가 바로 “죄인을 매우 쳐라” 는 호령이다. 바로 매昧별을 두드려 태양을 깨워 혼돈에서 벗어나듯이, 죄인을 쳐서 사건의 전말을 태양이 떠오른 듯 밝혀내겠다는 뜻으로 “매를 쳐라”라는 말로 사용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북두칠성은 자미원이라는 거대한 시계판 위에 회전하는 시계바늘이다. 바로 두표가 아침 기상을 알리는 나팔수가 아닌 고수鼓手가 되어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태양을 위하여 두표가 매를 두드리면서 음악이 시작된 것이다. 이렇듯 “매”라는 말은 북두칠성이 연주하는 하늘의 음악으로 동이의 음악이라고 한 것이다. 이 음악은 바로 무당들이 신을 받을 때 물동이를 타고 맞이하는 일월마지 장단이다.


이렇게 보면 결국 매를 두드리고 태양을 깨우는 사람은 바로 무당인 것이다. 무당이 물동이 위에 올라 괭가리를 두드릴 때 바로 우주에서도 북두칠성의 꼬리별이 매를 두드려 태양을 깨우게 되는 것이다. 태양을 깨운다는 말은 바로 천지를 연다는 의미로 창조를 나타내는 의미이다. 무당이 일월마지를 하면서 매구(괭가리)를 치면 북을 두드려 하늘의 문을 열고, 징을 쳐서 땅을 깨운다. 이어서 장구를 쳐서 인간의 본성을 일깨우게 되는 것으로, 무당은 인간들을 혼돈混沌 속에서 구원해주는 메시아인 것이다. 무당들의 일월마지는 천지인을 일깨움과 동시에 조화를 이루어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하도록 기원하는 춤인 것이다.


일월마지를 무당의 춤이니 무무巫舞라고 할 수 있다. 이 무무巫舞는 바로 무천舞天으로 하늘을 향해 춤을 추는 것이다.
<설문해자>에서 “무축야여능사무형이무강신자巫祝也女能事無形以舞降神者” 라고 하였다. 이 말은 “무축은 여자가 하는 일인데 신을 받은 이가 춤으로 하므로 형체가 없다.” 라는 말이다. 무축巫祝은 무무巫舞를 이야기 하는 것으로 바로 무천舞天으로 하늘을 향해 기원하는 행위가 바로 춤이라는 말이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굿이다. 그러므로 신이 내린 여자가 춤을 추는 것을 굿이라 하고 이 굿의 행위가 바로 무축巫祝이며, 무천舞天인 것이다. 또 무축巫祝에서 따라오는 축祝 바로 무당 곁에서 축문을 읽는 사람을 이야기 하는 것으로 지금 법사라고 호칭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초어楚語>에는 “신명강지재남왈격여왈무神明降之在男曰覡女曰巫”라고 하였다.이 말은 신명이 내려있는데, “신명이 내린 남자를 격이라 하고, 신명이 내린 여자를 무라고 한다.”는 말이다. 여기서 무격이라는 말이 나오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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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제
53년 대구생. 공무원을 하던 중 굿판을 본뒤 모든 것을 던지고 무속 세계에 뛰어들었다. 2000년 <무속신문> 창간해 편집국장을 지냈다. 무천(舞天)문화연구소장으로서 무속의 근원을 우리 민족의 상고사 속에서 찾고 있다. 저서로 <무속에 살아있는 우리 상고사>, <상고사 속의 무속이야기><민족의 시각으로 바라본 동물의 상징성>, <신을 조롱하는 무당>, <무교이론ⅠⅡ>가 있다.
이메일 : muam777@naver.com      
블로그 : http://blog.naver.com/muam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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