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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에 담긴 인간평등주의

휴심정 2015. 07.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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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의 작가 J.R.R. 톨키엔

[세상 속에서 진리를 증언하는 사람들]


권은정 작가 |  unexpectedn@gmail.com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6년 영국 버밍엄 근처에 살고 있던 에디스라는 젊은 부인은 밤잠을 이룰 수 없었다.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람소리만 나도 문간으로 뛰어 나가는 일이 잦았다. 왜 그랬을까. 에디스의 남편은 징집되어 프랑스의 솜므 전쟁터에서 싸우고 있었다. 당시 병사들은 하루에 수 천 명이 죽을 정도로 사망률이 높았다. 전쟁터에 나간 장정이 있는 집안에서는 전사통지서를 배달하는 우편배달부의 노크소리를 가장 두려워했다. 하지만 에디스는 남편과 살아서 재회할 수 있는 행운을 누렸다. 남편의 이름은 존 로널드 루엘 톨키엔(J.R.R. Tolkien), 나중에 <반지의 제왕>, <호빗> 등으로 세계적인 필명을 떨쳤던 바로 그 사람이었다.

 
톨키엔은 1892년 남아프리카에서 태어났다. 영국의 은행 직원이던 그의 아버지가 남아공에 전근 와서 낳은 첫 아들이었다. 톨키엔이 세 살 때에 그의 어머니가 그와 남동생을 데리고 영국으로 여름휴가를 떠났다. 아버지는 뒤따라 합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톨키엔의 아버지는 남아공에서 급성 풍토병에 걸려 갑자기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하루아침에 청상과부가 된 젊은 어머니 마벨은 어린 아들 둘을 데리고 친정집으로 들어가 살게 되었다. 매사에 정성을 다하던 마벨은 어린 자식들을 직접 열심히 가르쳤다. 덕분에 톨키엔은 네 살 때에 이미 글을 읽고 쓸 줄 알았으며 집에 있던 책을 모조리 독파할 정도로 조숙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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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실한 개신교 신자였던 마벨은 조금씩 가톨릭 신앙에 이끌리게 되어, 톨키엔이 여덟 살 때 가톨릭에 정식 입교하였다. 아이들도 함께 세례를 받았다. 그러나 가톨릭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있던 그녀의 친정과 시댁은 마벨의 개종을 이유로 그녀에 대한 모든 경제적 지원을 끊어 버렸다. 그때부터 마벨은 아이들을 데리고 독립하여 매우 어려운 삶을 살아야만 했다. 마벨은 톨키엔이 12살 나던 해에 심한 당뇨로 사망했다. 나중에 톨키엔은 "어머니가 고립과 고생을 각오하면서 자기 신앙을 선택했고, 그 후 생활고로 건강이 나빠져 죽음에 이르렀으므로 순교한 거나 다름없다."라는 추모의 글을 남기기도 했다.


죽음을 맞기 전 마벨은 평소 알고 지내던 버밍엄의 프랜시스 모건 신부에게 아이들의 교육을 부탁했다. 모건 신부는 매일 새벽미사에 두 아이를 복사로 세워 미사를 드린 후 함께 아침식사를 하고 학교에 가도록 했다. 그리고 아이들이 꿋꿋하게 학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톨키엔은 모건 신부가 자신의 양아버지 같은 분이었고 작가로 커 갈 수 있도록 많은 영감과 감화를 준 분이라고 회고한 적이 있다.


톨키엔은 성장기의 이런 배경 덕분에 거대한 신화의 세계를 창조한 세계적 작가가 된 후에도 평생 가톨릭 신앙의 '인간 평등주의' 이상을 놓지 않았다. <반지의 제왕>을 비롯한 톨키엔의 그 웅장한 작품 속에서 가톨릭 신앙의 모습을 찾아보는 것도 뜻깊은 일이 될 것이다.


*이 글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실린 것입니다. http://www.catholic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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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도그마의 감옥을 박차고 나와 깨달음과 행복을 위한 고무 찬양이 난발하는 곳, 그래서 더욱 알아지고 깊어지고 열리고 사랑하게 되고 행복해지는 곳, 단 1분도 쉬지 못하는 마음이 쉬는 곳, 잠시 뒤면 소란이 다시 몰려올지라도 1분만이라도 온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 휴심정 休心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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