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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을 시작하기

서영남 2014. 03. 02
조회수 15042 추천수 0

노숙시작축소.jpg


젊어서는 엘리베이터 회사에서 노동을 했습니다. 

15년 정도 일했습니다.  무거운 것을 많이 들게되니 허리가 너무 아팠습니다.  그래서 그만두고 막노동을 했습니다.  직영팀에서 일했습니다.  일이 많을 때는 한 달에 스무 날도 넘게 일했습니다.  저녁에 소주 몇 병 마시면서 피곤한 몸을 달랬습니다.  어느 날입니다.  쓰러져서 병원에 갔습니다.  그 동안 조금 모아뒀던 돈은 병원비에도 턱없이 모자랐습니다. 

이번에도 병원에 있다가 나온지 사흘이 되었다고 합니다.  사흘을 제대로 먹지 못했습니다.  인력사무소에 갔습니다.  힘이 없어보인다고 일거리를 주질 않습니다.  배가 고파 민들레국수집에 왔습니다.  처음이라 창피해서 밖에서 어쩔 줄을 모릅니다.

들어오셔서 식사하라고 했습니다.


식사가 끝난 후에 이야기를 하고 싶답니다.

인천 서구 작전동에서 살았고, 엘리베이터 만드는 곳에서 15년이나 일했고, 허리가 아파서 막노동을 하면서 살았고, 지금은 몸이 아파서 병원에 있다가 나왔는데 돈도 없고 배는 고프고 일거리를 찾을 수도 없고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답니다.


노숙을 하는 방법을 알려주었습니다.  밤 열 시까지는 도사관에서 지낼 수 있으니 화도진 도서관에서 지내다가 병원 로비에서 지내다가 12시에 경비가 나가라고 하면 지하상가 중앙통로에서 지내다가 아침 열 시에 민들레국수집에 와서 밥을 먹고 민들레희망지원센터에 가서 씻고 빨래하고 독후감 발표를 해서 삼천 원을 받고, 저녁 먹고 도서관이나 병원 로비에서 지내다가 PC 방에는 12시 넘어서 들어가면 밤을 새울 수 있다고 알려주었습니다.

그렇게 노숙을 하면서 건강을 회복한 다음에 무엇을 해도 할 수 있다고 알려주었습니다.

조심할 것은 노숙하다보면 술을 한 잔 사주겠다는 사람과 어울리지 말고,  터무니없게 친절한 사람을 조심해야 한다고 알려주었습니다.

명의를 빌려주면 얼마를 주겠다는 사람을 조심해야 한다고 알려주었습니다.

노숙하는 사람이 처음 노숙할 때 나쁜 놈들에게 당하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남의 불행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노숙이 힘들다고 쉽게 유혹에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 


담배 한 갑 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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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남
전직 가톨릭 수사로, 인천에서 노숙자들과 가난한 이들에게 국수를 나누 는 민들레국수집 운영하고 있다. 1976년 가톨릭 한국순교복자수도회에 입회해 1995년부터 전국의 교도소로 장기수들을 찾아다니다가 천주교 서울대교구 교정사목위원회에 파견돼 출소자의 집인 ‘평화의 집’에서 출소자들과 함께 살았다.
이메일 : syepet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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