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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하는 우리 손님들이 안녕하지 못합니다

서영남 2013. 12. 23
조회수 19477 추천수 0

 

안녕들 하십니까?

 

안녕들하십니까편집.jpg


오늘 아침은 춥습니다. 
노숙하시는 우리 손님들이 안녕하지 못합니다.
안 **님이 며칠 전에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우리 vip 손님들이 숙연합니다.  술을 마시는 분도 거의 없습니다.  아무리 힘들고 삶이 고달프더라도 술을 마시면 저렇게 되는구나!  깜짝 놀란 마음들입니다.
 
침낭을 찾는 분들이 점점 많아집니다.  이제 민들레가게에는 침낭이 몇 개뿐인데...  구월동 어느 주차장 건물에서 노숙하는 분이 침낭을 찾습니다.  을지로 3가역에서 지내는 손님도 침낭이 있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용산역 굴다리 밑에서 노숙하는 분도 침낭을 찾습니다.
 
민들레국수집 앞 교회 담벼락에서 며칠 노숙하던 노인이 있었습니다.  민들레국수집 십년 단골 손님입니다.  술을 좋아합니다.  지난 십년 동안 몇 번이나 아들이 찾아와 집에 모시러 가려고 했지만 집에 가지 않겠다고 고집했습니다.  이젠 힘이 없습니다.  교회 담벼락에서 벌벌 떨면서 너무 추워서 잠도 잘 수 없다고 합니다.  노인의 사진을 찍어서 아들에게 보냈습니다.  이젠 모셔가도 좋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어제 아들이 어머니와 함께 아버지를 찾으러 왔습니다.  이제는 순순히 아들따라 집으로 갔습니다. 
 
이슬왕자님이 오늘은 설거지 봉사를 합니다.  며칠 전에 당뇨 측정을 했더니 500이 넘었습니다.  인슐린을 맞아야 하는데 술을 먹는데 정신이 팔려있습니다. 
 
치아가 부실한 우리 손님들이 무나물을 참 좋아합니다.  부드러워서 먹기가 아주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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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남
전직 가톨릭 수사로, 인천에서 노숙자들과 가난한 이들에게 국수를 나누 는 민들레국수집 운영하고 있다. 1976년 가톨릭 한국순교복자수도회에 입회해 1995년부터 전국의 교도소로 장기수들을 찾아다니다가 천주교 서울대교구 교정사목위원회에 파견돼 출소자의 집인 ‘평화의 집’에서 출소자들과 함께 살았다.
이메일 : syepet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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