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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 싸움으로 고래 등 터지지 않게!

오강남 2015. 09. 10
조회수 10115 추천수 0




새우 싸움에 고래 등 터진다?

-작은 이들의 힘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속담. 주로 큰 나라들이나 큰 집단들 간의 상호 이권 다툼으로 작은 나라들이나 작은 집단들이 무고하게 희생되는 일을 두고 하는 말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생겨난 초강대국 미국과 구소련 간의 냉전체제 때문에 한국이 삼팔선에서 등이 터지게 되고 드디어는 허리가 동강나는 고통까지 겪어야 했다. 또 얼마 전에는 미국 로스엔젤리스에서 흑백인들 간의 거대한 인종분규에 휘말려 비당사자들인 한인 가게들이 불타 없어지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모두 고래들의 싸움에 애민하게도 약소국 한국이, 약소민족 한국인들이 당하게 된 구체적인 예들이다.


또 최근에는 중국의 전승기념일을 두고 오라, 가지 말라, 미국의 사드 설치를 두고 설치하라, 하지 말라 등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의 등이 터지지나 않을까 노심초사이기도 하다.


이제 다시는 고래들의 전쟁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 그 동안 고래들이 꾸준히 핵폭탄 등 온갖 정예무기를 장만해두었는데 일단 싸움이 났다가는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듯이 새우 등만 터지는 정도가 아니라 바다에 있는 모든 생물들이 몽땅 멸종할 것이고, 고래 자신들마저 물론 살아남을 수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fight1.jpg

*싸우는 사람들. 영화 <베테랑> 중에서


그런데 어쩐 일인지 나는 중고등학교 다닐 때까지도 이 속담을 내 선입견에 따라서 “새우 싸움에 고래 등 터진다.”로 잘못 알고 있었다. 조그만 새우들이지만 고래 등에서 서로 싸우느라 꼬집고 하다가 잘못하여 고래 등을 꼬집게 되면 고래 같이 큰 동물이라도 어쩔 수 없이 등에 상처를 입게 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식으로 내 멋대로 해석했던 것이다.


곰곰이 따져 보면 이런 식의 ‘거꾸로 읽기’에도 일리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이렇게 읽으면 더 적절한 속담이 될 가능성마저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우리 주위의 일상사를 살펴보면 ‘새우 싸움으로 고래 등 터지는 일’이 ‘고래 싸움으로 새우 등 터지는 일’보다 훨씬 더 흔한 것 같기 때문이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우선 형제간의 불화로 그 집안이 그대로 콩가루 집안 꼴로 되고 마는 일이 많다. 유산을 두고 싸운다거나 기타 사소한 이해관계나 인간관계 때문에 형제가 으르렁거림으로 온 집안, 나아가 대소가까지 이로 인한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계층 간, 지역 간의 갈등, 빈부간의 다툼 등으로 사회나 국가 전체가 몸살을 앓게 되는 일도 늘상 보게 되는 현상이다. 이것도 새우 싸움에 고래 등 터지는 꼴이 아닌가? 특히 이민 사회의 경우 사소한 일이나 감정 때문에 몇이서 서로 싸우는 바람에 한국인 전체가 손가락질 당하는 수가 있다. 몇몇 새우가 한인 사회 전체에 흠집을 내는 격이다.


뭐니 뭐니 해도 이렇게 새우 싸움에 고래 등이 터진다는 말은 종교계에 가장 잘 적용되는 것 같다. 교회에서 신자들끼리, 혹은 교회와 교회, 혹은 교파와 교파 간의 불화와 갈등과 시비와 세력다툼으로 서로 지지고 볶기 때문에 기독교 전체가 욕을 먹고, 나아가 기독교에서 받드는 하느님까지 고통을 받으시는 것 아닌가? 간디는 자기를 그리스도와 같은 사람(Christ-like)라는 말에 대해서는 고마워하면서도, 그리스도인(Christian)이라는 이름은 사절한다고 했다. 일부 기독교인들의 바람직하지 못한 행태가 문제라는 뜻이다.


기독교만이 아니다. 불자들 중에서도 서로 비구다 대처다 하거나 주지 스님 자리를 두고 서로 치고 박고하는 바람에 종단이, 나아가 불교나 불법 전체가 손상을 입게 된다고 해서 틀린 말일까?

 

더 크게 보면, 어느 종교가 자기 종교만이 옳은 종교라고 독선적인 주장을 하면서 이웃 종교를 비난하는 등으로 종교들 간의 분쟁이나 싸움으로 나날을 보내고 있으면, 이런 일로 아예 종교 자체가 비난의 대상이 되고, 종교 자체에 등을 돌리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가는 일이 생겨나는 수도 있다. 모두 새우 싸움으로 고래가 넘어가는 셈이다.


큰 고래들 싸움에 새우 등이 터지는 것은 어쩌면 우리 조그만 새우들로서는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는 숙명적인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새우 싸움에 고래 등이 터지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은 어느 정도 우리 새우들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우리 각자 새우의 능력과 책임성을 새롭게 인식하고 서로 물고 뜯고 꼬집으면서 싸우는 새우이기를 그만 둠으로 고래 등에 흠집을 내는 일을 하지 않을 각오를 새롭게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렇게 될 때 우리가 서있는 터전인 집안, 집단, 종교계, 국가, 세계가 그만큼 더 평화스럽고 안온해 지는 것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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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강남
종교의 기존 도그마를 그대로 전수하는 1차원적 학자에서 벗어나 종교의 진수로 가기 위해 도그마를 깨는 것을 주저하지않는 종교학자다. 서울대 종교학과와 대학원, 캐나다 맥매스터대에서 공부했으며, 캐나다 리자이나대 비교종교학 명예교수이자 서울대 객원교수다. 저서로 <종교,심층을 보다>,<예수는 없다>, <종교란 무엇인가> 등이 있다.
이메일 : hanispecia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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