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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여라 뚝딱뚝딱 집짓자

최철호 2017. 12. 15
조회수 3880 추천수 0


집짓기1-.JPG


“이렇게 해서 뭐가 될까 싶은데 집이 지어지는 게 참 신기해요” “흙과 나무로 집 짓는 게 좋고, 함께 웃고 즐기며 일하는 게 재밌어요” 집짓기 울력에 함께한 이들이 하는 고백이다. 삼일학림에서 집짓기 공부하는 학생들도 같은 고백을 한다.    


 홍천마을 터전을 마련한 첫 해부터 씨 뿌리고, 뒷간 만들고, 집짓기 시작했다. 필요한 건물과 집들은 나무일과 흙일 배워 온 이들이 서로 가르쳐 가며 밝은누리 동무들이 함께 짓는다. 여러 생태건축 공법을 건물마다 다양하게 적용해 장단점을 연구하며 일한다. 벽이 반 쯤 헐린 옛 농가를 고쳐 짓는 것부터 시작했다. 도시에서 온 젊은이들이 돈 써서 집짓지 않고 스스로 배우며 일하는 게 기특하다고 마을 분들이 많이 도와주셨다. 예쁜 사랑채가 되었다.


 집짓기2-.JPG 강당은 계란판과 흙을 번갈아 쌓아 올려 벽체를 만들었다. 벽체가 두껍고 공기층도 생겨 별도 단열재를 쓰지 않아도 보온에 좋다. 흙일은 일손이 많이 들지만, 많은 이들이 함께 하면 오히려 즐거운 흙놀이가 된다. 아이들도 신기해하며 일손을 돕는다. 많은 사람들이 웃고 떠들며 큰 벽체에 달라붙어 있는 것 자체가 재밌는 그림이다.

 

해움과 달움은 원형집인데 양파망에 흙을 넣어 다지며 쌓아 벽체를 만들었다. 방문하는 분들이 제일 자고 싶어 하는 집이다. 원형집이 주는 아늑함에 끌리는 거다. 삼일학림 다섯 칸 집과 두 칸 집, 어울쉼터는 경량목구조, 별채는 한옥목구조로 지었다. 단열은 왕겨숯을 사용했다. 방들은 모두 장작불 지피는 구들방이다. 태양 빛과 열로 전기 만들고, 온풍기 만들어 쓴다. 태양열 온풍기는 겨울에도 해만 있으면 더운 열기를 내뿜는다.


 흙과 나무로 집 짓고, 하늘땅 은혜와 똥오줌으로 밭 생명 키우고, 아이들 가르치는 모든 삶에 참 많은 이들이 함께 한다. 한 뜻을 품고, 울력, 품앗이, 두레로 돕는 이들이 있기에 가능한 삶이다. 생태적 삶을 얼핏 생각하면 재료나 자연환경을 떠올린다. 그러나 실제로 살며 깨닫는 것은 결국 함께 하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거다. 화학제품 멀리하고, 복잡하고 돈 많이 드는 기술과 기계 의존을 줄이는 것도 필요하다. 자연재료와 에너지를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실제 삶으로 만들고 지속하게 하는 힘은 ‘함께 하는 사람’이다. 함께 할 사람이 없으면 현실화시키기 어렵고, 시작해도 지속하기 어렵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라는 시와 노래가 있다. 고난을 함께 이겨내는 동지를 향한 힘찬 고백이다. 상처를 주고받는 게 사람이고, 믿을 수 없고 이해하기 어려운 것 또한 사람이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사람이 희망이다. 생명을 억압하고 소외시키는 불의한 세상과 슬픔에 굴하지 않고, 비켜서지 않는 이들이 깨닫는 희망 또한 사람이다. 맞잡은 손, 부둥켜안은 가슴이 짙푸른 숲과 꽃이 되고, 산과 강으로 어우러진다. 우리가 품은 꿈들이 이뤄진 곳에는 늘 꽃 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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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철호
1991년 생명평화를 증언하는 삶을 살고자 ´밝은누리´ 공동체를 세웠다· 서울 인수동과 강원도 홍천에 마을공동체를 세워 농촌과 도시가 서로 살리는 삶을 산다· 남과 북이 더불어 사는 동북아 생명평화공동체를 앞당겨 살며 기도한다· 청소년 청년 젊은 목사들을 교육하고 함께 동지로 세워져 가는 일을 즐기며 힘쓴다.
이메일 : suyuh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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