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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안들고 끝내주는 결혼식

최철호 2018. 03. 09
조회수 4951 추천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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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삶을 가로막는 힘은 잡히지 않고 보이지 않는다. 말로 이길 수 있는 게 아니다. <밝은누리> 젊은이들은 혼인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정신과 물질 면에서 부모로부터 독립해 주체로서 새 삶을 사는 계기로 삼는다. 혼수품을 마련하고 살림집 장만하는 것도 가능한 한 부모에게 의존하지 않고 단순 소박하게 한다. 혼인식 때도 한 번 입고 마는 특별한 옷이 아니라 한복이나 평소 즐겨 입는 옷을 입는다. 혼인예식은 먼저 혼인한 이들과 젊은이들이 신랑 신부와 함께 기획하고 준비해 마을잔치로 한다. 혼인식마다 새롭고 창의적인 잔치다.

 그런데 이렇게 멋진 혼인 과정에서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다. 반대하는 ‘어떤 힘’에 부딪힌다. 주로 부모님 반대로 시작되지만, 반대하는 실체가 꼭 부모님이 아니다. 맞서야 할 실체가 뚜렷하지 않다. 가부장 문화에서는 엄마가 먼저 나선다. “나는 괜찮은데, 네 아빠가 이해하시겠냐?” 그럴 때면 큰맘 먹고 아빠를 만난다. 아빠와 어려운 얘기 나눌 생각 하면 심장부터 뛰는 딸들은 먼저 편지로 할 얘기를 전하는 슬기를 발휘한다. 아무리 무섭고 고집불통인 아빠라도 장성한 딸의 편지 받으면 마음이 부드러워진다.


 그래도 반대가 꺾이지는 않는다. “나는 충분히 이해하겠는데, 큰아버지나 고모가 이해하시겠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만나서 해결해야 할 대상이 엄청 많아지고 모호해진다. 말이 큰아버지고 고모지, 집안 어른 누구든 등장할 수 있는 거다. 또 한 번 큰맘 먹고 거론된 집안 어른들을 찾아뵙고 말씀드린다. “네 혼인식인데 네가 알아서 하면 되지! 근데 손님들이 좀 이상하게 느끼지 않겠냐? 그냥 사람들이 하는 대로 사는 게 좋을 거다.” 이제 누구를 만나 풀어야 하지! 반대는 여전한데, 맞서야 할 실체가 뚜렷하지 않다. 제풀에 지치게 하는 구조다. 이러다 보면 많은 경우 그냥 지쳐서 포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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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습적인 삶을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려다 보면 이런 실체 없는 싸움에 자주 직면한다. 이럴 때는 말로 해결하려 하지 말고 정성껏 나누되 그냥 뜻한 바대로 살면 된다. 그 삶이 참되고 고운 것이라면 결국 삶을 보고 이해할 것이다. 관습의 힘은 그럴듯한 말로 이길 수 없다. 말은 천 냥 빚을 갚는 힘도 있지만, 우리 삶을 떠도는 말은 많은 경우 실체 없는 허상이다.


 말은 잘 주고받았는데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어릴 때 뚜렷하게 경험했다. 고등학생 때 우리 집을 어렵게 만든 사람을 만났다. 나름 담판 짓는 마음이었다. 다방이라는 곳을 처음 갔다. 엄청 긴장되었다. 준비한 얘기를 설득력 있게 했다. 반응도 기대 이상이라 뭔가 해결되는 듯했다. 근데 얘기를 마치고 나오는데 기분이 묘했다. 얘기는 잘되었는데, 달라질 게 아무것도 없었다. 허깨비와 싸운 느낌이었다. 세상을 지탱하는 다른 화법이 있다는 걸 느꼈다. 그때 깨달음이 이후 ‘말도 안 되는 세상’을 사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그냥 뜻한 바대로 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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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철호
1991년 생명평화를 증언하는 삶을 살고자 ´밝은누리´ 공동체를 세웠다· 서울 인수동과 강원도 홍천에 마을공동체를 세워 농촌과 도시가 서로 살리는 삶을 산다· 남과 북이 더불어 사는 동북아 생명평화공동체를 앞당겨 살며 기도한다· 청소년 청년 젊은 목사들을 교육하고 함께 동지로 세워져 가는 일을 즐기며 힘쓴다.
이메일 : suyuh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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