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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화가 나는 이유

박미라 2018. 04. 11
조회수 3204 추천수 0


아이 통제하려는 마음 접으면 분노도 줄어듭니다

통제되지 않는 5살 딸 둔 전업주부 “나를 닮은 딸 때리는 내가 미워요”


사진14-.jpg »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Q) 잠든 아이 보며 미안하다 이야기하고 속상해서 이 글을 씁니다. 저는 7살 아들, 5살 딸을 둔 서른두 살의 전업주부예요. 대학 졸업하자마자 결혼하고 유치원 교사로 3년 일했고 둘째를 가지면서 전업주부가 되었어요. 아들은 말을 잘 들어주고 의젓하게 행동하는 아빠 닮은 착한 아이이고, 딸은 저를 닮아 천방지축 활발한 여자아이예요. 갈등은 늘 둘째와 생기는 것 같아요. 요구도 많고 고집 세고 감정이 세서 화가 나면 소리 지르며 우는데, 제가 그 소리를 들으면 점점 화가 나요. 그때 드는 생각은 ‘이 악쓰는 소리 정말 듣기 싫다. 다른 집에서 듣고 신고하겠다. 왜 얘는 이렇게 화가 많을까. 이 버릇을 고쳐주어야겠다’ 등등 그 소리가 너무 싫게 느껴져요.

3살, 4살 때는 온몸을 누르고 진정시킨답시고 훈육하는데, 아이는 그대로 잠들거나 제가 화를 못 참고 장난감 낚싯대 등으로 매를 들기도 했어요. 저는 부모님께 맞고 자라지도 않았고 학교 다닐 때 때리는 선생님은 이해가 안 되고 그랬는데, 제가 지금 제 아이를 때리고 있다는 죄책감이 저를 또 괴롭혀요. 얼마나 어떻게 반성해야 할까요. 제가 어떻게 해야 이 관계에서 승리하는 걸까요? 좋은 엄마, 고마운 엄마가 되고 싶은데, 직장과 커리어도 포기할 만큼 소중한 가족인데, 자고 있는 모습 보면 천사 같은 아인데 저를 닮은 모습일 텐데…. 이럴 때 우리 엄마는 웃으며 이해해줬는데 부족한 제 모습이 너무 속상해요. - 다연맘


A) 아이 재워놓고 홀로 자책하며 이 글을 쓰셨을 다연맘 님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래요. 많은 엄마들이 미숙한 엄마 노릇을 괴로워하며 남몰래 뜨거운 눈물을 흘립니다.


저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생긴 상처, 목표지향적이고 성마른 성격, 실수를 용납하지 못했던 완벽주의 등등 정리되거나 성찰되지 못한 제 내면의 문제 때문에 아이와 격렬하게 싸우고, 상처 주고, 또 후회하기를 반복했지요. 특히 저는 첫째 아이에게 못된 엄마였는데, 아이가 제 속도를 따라오지 않는다고 고함치고 윽박질렀답니다.


제가 이런 개인사를 고백하는 이유는, 엄마들이 너무 많이 자책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 때문입니다. 당신만 그런 게 아니라는 걸, 많은 엄마들의 공통된 아픔이란 걸 아시면 위로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미숙해도 괜찮습니다. 아이와 씨름하면서 조금씩 성장해 나가면 되니까요.


죄책감 때문에 괴롭다 하셨는데, 실제로 많은 육아서가 엄마의 죄의식을 우려합니다. 반성하는 건 좋지만 엄마로서 의욕이 꺾일 만큼, 우울해질 만큼 지나치게 죄의식을 느끼는 건 엄마 자신에게도, 그리고 아이에게도 좋지 않습니다. 우선 죄의식을 갖고 있으면 문제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없습니다. 자기감정을 억누르는 데 온 힘을 집중하느라 아이가 왜 그토록 흥분하는지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에요.


게다가 죄의식을 청산하지 못한 엄마는 활화산 같아서 아이가 자극해오면 다시 폭발합니다. 죄의식이 엄마 자신을 비난하고 감정을 억압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어떤 자책도 하지 마시고 당신의 불편하고 괴로운 마음을 가만히 느껴보세요. 아이를 위해서만 가슴 아파하지 마시고, 아이 때문에 마음고생 한 자기 자신도 위로해주세요. 아이에게 유독 화가 날 때는 육체적인 피로감을 점검해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사실 아이가 악을 쓰는데 그 누구도 마음 평온할 리 없습니다. 더구나 내 아이가 그렇다면 더더욱 불편하고 불안하지요. 아이의 모든 문제를 다 엄마 책임이라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다연맘 님, 이제 그 책임감을 내려놓으세요. 직장도 커리어도 기꺼이 접으셨을 만큼 좋은 엄마, 고마운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하셨겠지만, 진정으로 좋은 엄마는 아이를 자신의 책임감에서 해방해주는 엄마입니다. 두 아이를 키워보셨으니 아시겠지만 아이들은 제각기 타고난 성품이 있으며, 그것은 부모가 노력한 결과가 아닐 뿐 아니라 잘 변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니 당신이 모두 책임지고 통제하려고 애쓰지 마세요. 통제하려는 마음을 내려놓으면 그만큼 분노도 줄어듭니다. 그러면 아이가 떼쓰는 걸 비교적 차분하게 지켜보실 수 있을 거예요. 가만히 바라보시면서 왜 그러는지, 불편한 게 뭔지 물어봐주세요.


관계에서 승리하는 법을 물으셨는데, 그것이 자식과의 관계일지라도 인간관계에서 승리하는 법이 있을까 싶습니다. 건강한 관계는 제패하거나 승리하는 게 아니고 서로 조율하고 수정하면서 유지해나가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건강한 관계엔 조화뿐 아니라 불화도 포함돼 있다는 말씀입니다.


글에서 보니 아들은 아빠를 닮아 좋은 성격을 가졌고, 딸은 엄마를 닮아 천방지축 활발하다고 서술하셨네요. 요구도 많고 고집 세고, 감정이 세다는 표현도 하셨고요. 아들과 남편의 성격을 높게 평가하는 반면 자신과 딸에 대해선 그렇지 않다고 느끼시는 것 같습니다.


대체로 엄마들은 자기 성격을 닮은 자식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성격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기 때문이겠지요. 그래서 자기가 자신을 미워하는 만큼 자식을 미워하고, 자신의 성격을 감추고 억누르는 만큼 자식에게도 그렇게 합니다. 다시 말해 자신이 아이를 대하는 태도는 자기가 자신의 성격 특성을 대하는 태도와 같다는 것입니다.


다연맘 님, 자신의 성격을 좋아하지 않으셨다면 이제는 그 태도를 변화시켜야 합니다. 그 어떤 성격이든 살아가는 데 유용한 점도, 불편한 점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타고난 성격은 호불호의 대상이 아니고, 수용의 대상입니다. 유용한 점은 잘 살리고 불편한 점을 보완하면서, 더 나아가 불편한 점이 가진 긍정성을 새롭게 발견하면서 당신과 당신을 닮은 둘째 아이의 성격을 사랑스럽게 바라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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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라
심신통합치유학 박사다. 페미니스트저널 <이프> 편집장, <여자와닷컴> 콘텐츠팀장을 지냈고, 마음치유학교에서 ‘치유하는 글쓰기’ 프로그램을 안내중이다. <천만번 괜찮아>, <치유하는 글쓰기>, <완벽하지않아도 괜찮아>등의 저서가 있다.
이메일 : blessm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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