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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첫 남자 아빠에게, 하늘로 부치지 못한 편지

손까리따스 수녀 2018. 08. 01
조회수 1005 추천수 0

fathers-day-2135265_960_720.jpg » 사진 픽사베이.

여학생이라면 대부분 사춘기 때 좋아하는 남자 선생님 한 분쯤은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요즘은 그 대상이 선생님이 아니고 아이돌 스타로 변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 부끄럽고 우스운 이야기지만 그때는 멀리서 그 선생님이 걸어오면 가슴이 뛰고는 했다. 유독 그 선생님이 가르치는 과목만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던 나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다시는 그 선생님을 볼 수 없다는 생각에 무척 슬퍼했던 것 같다. 그때는 한없이 멀리만 느껴졌던 먼 지방으로 전근을 가셨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강의를 하기 위해 그 도시를 일 년에 서너 번을 다녀오지만 열댓 살 소녀에게는 갈 수도 없는 먼 길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 후, 물론 지금도 가끔 ‘얼굴’이라는 노래를 어디선가 들으면 그때와 그 선생님 생각이 많이 난다. 물론 옛날처럼 눈가에 눈물이 촉촉하게 적셔지지는 않지만 말이다.
people-2557503_960_720.jpg » 아빠와 딸. 사진 픽사베이.
어린 여자 아이에게는 가장 위대하고 훌륭하고 이상적인 남자는 ‘아빠’다. 커서 아빠랑 결혼하겠다는 여자 아이들을 유치원에서 종종 보게 된다. 딸을 결혼시킬 때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입장하는, 사위에게 몇 초라도 딸의 손을 늦게 내어주려는 아빠들의 모습을 가끔 결혼식장에서 본다. 그럴 때마다 자녀들에게, 특히 딸에게 아빠는 큰 산이요, 보디 가드며 끝없는 내 편이었다는 것을 느낀다. 

그런 아빠를 얼굴도 기억나지 못할 만큼의 나이에 잃어야 하는 아이들도 참 많다. 두 살, 네 살, 1학년, 3학년….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위해 ‘옹달샘’을 진행하기도 하는데 엄마가 울까봐, 속상해 할까봐, ‘아빠 보고 싶다’라고 투정도 못 부리는 아이들은 가끔 그 속내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수녀님, 오늘 아빠가 생각이 나요. 언제나 환하게 웃던 아빠 얼굴 말이에요. 항상 밝게 웃으셨는데…. 그런데 오늘 우연히 아빠 사진을 보니 더 생각이 나요. 왜 그럴까요? 그래서 그런지 눈물이 나요. 아빠는 그래도 고통이 없을 거예요. 왜냐하면 아빠는 착하니까요.

우리 아빠는 내가 제일 좋다고 했는데…. 지금 제 기분을 아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근데 지금 아빠가 편할까요? 지난 기억이 아닌 지금 아빠가 사는 나라 말이에요. 저는 지금 나라가 더 좋은데…. 아빠 혼자 계시면 외롭겠다. 우리 얼굴도 못 보니까. 나도 아빠가 살아계실 때가 제일 좋았는데…. 아빠가 없으니까 재미가 없어요.

우리 아빠, 우리한테 말도 잘 못하셨는데…. 아빠 생각이 많이 나요. 사진 붙잡고 울면 아빠가 돌아오는 것도 아닌데 자꾸만 눈물이 나와요.

애들이 자꾸 ‘너 진짜 불쌍하다. 너희 아빠 돌아가셨냐?’하면 정말 속이 상해요. 아빠가 부디 좋은 나라에 가서 잘 살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고통 없이 말이에요.”



초등학생인 이 아이는 돌아가신 아빠가 생각나고 그리울 때면 꿈에서라도 아빠 얼굴을 보게 해 달라고 기도를 하면서 하늘에 계신 아빠에게 편지를 쓰듯이 우리 수녀원으로 편지를 보내고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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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까리따스 수녀 가톨릭 마리아의 작은자매회
손까리따스 수녀 1990년 가톨릭 마리아의작은자매회 입회해 1999년 종신서원했다. 갈바리호스피스, 춘천성심병원, 모현호스피스 등을 거쳐 메리포터호스피스영성연구소에서 사별가족을 돌보면서 사별가족돌봄자들을 양성한다. 또 각 암센터 및 호스피스기관 종사자, 소진 돌봄 및 예방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호스피스 교육을 하고 있다.
이메일 : egoeim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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