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님글방
휴심정의 멋진 벗님들이 전하는 나눔의 글 마당입니다.

용기있는 자여, 거부하라

법인 스님 2012. 08. 10
조회수 10936 추천수 1


2009625720_71ce5879_IMG_0606.jpg

 청년출가학교 참여자들이 용타 스님의 설법을 경청하고 있다.




‘백년삼만 육천일이 절집의 한나절의 한가로움에 미치지 못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중국 청나라 순치 황제가 18년 동안의 권력을 내려놓고 출가하면서 읊은 소회입니다. 저는 20대 시절 이 시가 솔직히 싫었고 내심 반발했습니다. 도피와 은둔의 냄새가 베어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 구절이 다르게 다가옵니다. 권력의 한가운데 자리잡은 욕망의 삶, 그것의 탐착 속에서 엉켜진 허망한 욕망의 실체들과 마주하며 알아챈 황제의 깨달음입니다.


황제는 욕망의 탐욕 덩어리인 권력자의 인생길에서 그 무상함을 절감하게 되었던 겁니다. 그러자 그 처절한 무상함 위에서도 흔들림없는 견고한 삶을 찾았고 비로소 그것을 보게 된 것입니다. 바로 부처님의 삶 곧 출가수행자의 삶이었던 겁니다. 아마도 그는 무엇보다도 전쟁과 권력투쟁의 틀에서 벗어나 자유롭기를 원했을 것입니다. 하루를 살아도 욕망이 쉬어진 자리에서 인간적인 삶을 경험하고 싶었을 겁니다. 자신의 의지대로 행하되 가장 인간적인 모습으로 진정한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삶 속에서 마음 편히 살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모든 것을 내려놓은 한가로운 절집의 한나절 풍경에 매료당하고 만 것입니다.

순치 황제의 삶은 지금 우리의 삶입니다. 끝없는 욕망의 틀에서 길들여지고 있지만, 그 속박에 매이지 않으려 무의식적 저항을 하고 있는 현재 우리 삶의 딜레마적 단면입니다. 그래서 삶의 딜레마를 해결하는(문제풀이의) 데 목말라하는 청춘들을 만나기로 했습니다. 삶의 도리에 어긋나지 않으며 삶의 질을 변화시키고 욕망을 잘 운용하여 자유로워지고 싶은 청춘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내려놓고 바라보는 “청년출가학교”로 열정적이고 고뇌하며 또 다른 삶에 도전하고자 하는 청춘들을 초대하였습니다. 대한불교조계종 교육원이 2012년 임진년 7월 1일, 땅끝마을 달마산 미황사에서 뜨거운 청춘들을 위한 “청년출가학교”를 개원했습니다. 


41명의 청춘들에게 “청년출가학교”의 설립목적을 설명하는 도중 도법 스님은 의도된 노련한(?) 실수를 하셨습니다. “여러분! 여기 왜 오셨어요? 교육원 스님들이 왜 이 출가학교를 만들었다고 생각하세요? (일동, 다소 긴장하며 침묵) 여러분들 머리 깎이고 중 만들려고 청년출가학교를 개설한 것이에요.(일동, 애써 웃으면서도 여전히 긴장) 그러니까 조계종의 음흉한 의도가 있는 줄도 모르고 여러분이 걸려든 것입니다. 하하하.”


그렇습니다. ‘청년출가학교’는 삶의 대안과 희망으로서 불교출가수행자의 삶을 살고자 하는 청년들에게 가치있는 삶의 길을 안내하기 위해서 만들었습니다. 출가수행은 자신에게도 좋은 삶이고 대중에게도 유익한 삶이기 때문에 적극 알리고 그들을 맞이해야겠다는 생각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최근 출가자가 감소하고 고령화되는 위기감에서 시작한 것도 굳이 숨기지는 않겠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굳이 삭발하고 승단에 입문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삶을 얽어매고 있는 사회의 억압 구조에 매몰되지 않고 자기 소신적 삶을 펼칠 수 있는 용기를 갖게 하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었습니다.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41명의 청년들이 집이 떠나 그 길을 찾아왔습니다. 8박 9일의 일정은 진지했고 여유로웠습니다. 그 시간 동안에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으며 마음껏 아파하며 함께 울고 웃었습니다. 그리고 스승의 말에 귀 기울이며 묻고 또 물었습니다. 아니 자신에게 상대방에게 묻고 또 질문하며 부질없는 생각의 벽을 허물고, 그 엉켜진 그물을 걷어내고자 아프게 몸짓했습니다. 아픔의 먼지를 툭툭 털어내는 몸짓이 끝나니 비로소 자유와 감동을 향해 마음을 열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세계를 향한 날개짓을 이제야 할 자신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고들 말했습니다.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이 속도와 경쟁에서 비롯된 가치의 상실이라는 것을. 또 무엇을 내려놓아야 할 것인지도 알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를 힘들게 하는 그것을 내려놓아야 하는 것임을.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도 알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내가’ 의미 있고 감동적인 삶을 찾기 위해서는 사회의 일반적인 통념을 초월한 넓은 시야를 가져야만 되는 것임을 깨달았다고들 합니다.


2009625720_fcc5f32b_IMG_1427.jpg 

미황사 주지 금강 스님과 함께 참선 중인 참여자들





2009625720_6c1ef52b_IMG_0592.jpg 

선체조로 몸을 풀고 있는 청년출가학교 학생들





2009625720_57bfde79_IMG_1003.jpg





8박9일 동안 얼굴과 마음이 크게 달라진 청년들 앞에서 나는 참으로 오랜만에 보람을 느꼈습니다. 세상 사람들에게 출가수행자의 존재 의미가 어떻게 다가가고 있었는지,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를 절실하게 체험했습니다. ‘보살은 대비심으로 보리를 구한다’라는 『화엄경』의 경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깨달았습니다.   


이 청년들을 집으로 보내면서, 저는 다음 ‘청년출가학교’의 길을 모색하고 가늠해봅니다. 이 시대 청년들에게 무엇을 줄 것인가? 그들에게 불교는, 부처님은, 출가수행자는 무엇을 안내하고, 마주한 문제들을 해결해가는 방법을 어떻게 가르쳐줄 것인가를 거듭 생각해봅니다. 이런저런 생각에 문득 ‘청년출가학교’ 입학식과 졸업식에 모두가 다짐한 고불문이 떠오릅니다. 제 스스로의 다짐이기도 했던 그 고불문은 아마도 향후의 청년출가학교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길은 곧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이제 사람이 사는 세상 속에서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르며

어떻게 하는 것이 행복한 삶의 길인지

묻고 또 물을 것이며, 

마침내 사람이 가야할 길을 찾을 것입니다.


묻지 않은 자에게 답은 주어지지 않습니다. 

정직하게 묻는 자에게 답은 분명하게 주어집니다. 

길은 그 어디에도 있지 않고

길은 그 어디에도 있습니다. 

길은 가고자 하는 이에게 열려있음을 깨닫습니다.  


                                  -고불문 중에서-



청년들이여, 기억하십시오. 

부처님처럼 절망하고, 그 절망을 넘어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길은 내 삶을, 우리가 사는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결단과 노력에서 열린다는 것을. 

진정한 출가는 용기있는‘거부'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사진 출처 : 미황사 홈페이지 www.mihwangsa.com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법인 스님
16세인 중학교 3학년 때 광주 향림사에서 천운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으며, 대흥사 수련원장을 맡아 '새벽숲길'이라는 주말 수련회를 시작하면서 오늘날 템플스테이의 기반을 마련했다. 실상사 화엄학림 학장과 <불교신문> 주필, 조계종 교육부장을 지냈으며, 전남 땅끝 해남 일지암 암주로 있다.
이메일 : abcd3698@hanmail.net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