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마을
휴심정의 기사와 글이 모여 있습니다.

임상심리 전문가 꿈꾸다…‘마음 치료’ 웹툰작가 됐어요

휴심정 2016. 02. 15
조회수 23556 추천수 0
00550704001_20160215.JPG
이서현씨의 그림일기 ‘나는 왜 그때 우울하다고 말하지 못했나’
‘그림일기’ 올리는 이서현씨
생활속 소소한 감정들 포착

전문가의 길 걷다 다른 선택
기간제 연구원 일하며 그림
“불안해도…느린 삶 살고파”

“잘 지내지?” ‘아니! ○○ 우울해. 이러기는 좀 곤란하니까.’

이서현(28)씨가 블로그(http://blog.naver.com/leeojsh)와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leeojsh)에 올린 그림일기 ‘나는 왜 그때 우울하다고 말하지 못했나’의 첫 장면이다. 언제 누구한테 우울하다고 말해야 하는지 모르는 이들은 이씨의 그림일기를 보며 ‘나도 그렇다’며 공감과 위로의 댓글을 남긴다.

동그란 몸집에 다양한 표정을 담은 그림일기 속 주인공은 심리학 전공자이자 생활인인 이씨가 느끼는 일상의 소소한 감정들을 대변한다. 16컷이 넘지 않는 짧은 그림일기 150여편에는 사회생활과 가족관계에 지친 이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상담심리·우울증과 자살의 문제 등 이씨가 평소 고민해온 생각들을 담은 그림일기는 블로그에서는 하루에 많게는 2000명 정도가 보며, 페이스북 구독자도 8000명이 넘는다.

그림일기 ‘나에게 자신감을 떠먹여줘’ 중에서
그림일기 ‘나에게 자신감을 떠먹여줘’ 중에서
그림일기 ‘가끔은 나 혼자 뒤쳐져 있는 걸까 두려워’중에서
그림일기 ‘가끔은 나 혼자 뒤쳐져 있는 걸까 두려워’중에서

현재 자살예방기관에서 기간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이씨는 한때 임상심리 전문가를 꿈꿨다. 명문대 대학원 석사과정까지 마친 그는 대학병원 임상심리상담실에서 수련과정 3년만 거치면 전문가가 될 수 있었다. 월 300만원 이상인 업계 최고 급여를 주고 가장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던 수련 과정이었지만, 수련생들이 겪는 군대식 문화, 장시간 노동에 지쳐갔다.

‘그림일기’ 올리는 이서현씨
‘그림일기’ 올리는 이서현씨

씨는 108명(전체의 약 10%)의 수련생 또는 전문가를 상대로 ‘임상심리 전문가 수련생 노동환경 실태조사’를 진행해 자신의 블로그에 올리기도 했다. 장시간 노동, 낮은 급여, 체계적이지 못한 교육 등 수련생들이 겪는 고통이 실태조사를 통해 드러나자, 임상심리학회도 처우 개선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블로그를 통해 수련생을 위한 노동법을 설명하기도 했던 그는 지난해 3월 ‘다른 삶을 살아보고 싶다’며 일을 그만뒀고, 이제는 남는 시간에 컴퓨터로 그림일기를 쓴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그림일기마다 수십개의 댓글을 주고받으며 또다른 심리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다른 길’을 선택한 이씨는 요즘 사람들의 정신건강을 좋게 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그림일기도 그가 찾은 새로운 방법이다. 동시에 그동안 빠르게만 살아왔는데 이제는 천천히 살아보고 싶다. 자신처럼 삶의 속도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이씨는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느린 삶’을 찾았지만 불안은 그대로다. 하지만 나 스스로 원한 불편함이니 받아들일 수 있다.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어떤 용기가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우리 현소은 기자 ecowoori@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휴심정
도그마의 감옥을 박차고 나와 깨달음과 행복을 위한 고무 찬양이 난발하는 곳, 그래서 더욱 알아지고 깊어지고 열리고 사랑하게 되고 행복해지는 곳, 단 1분도 쉬지 못하는 마음이 쉬는 곳, 잠시 뒤면 소란이 다시 몰려올지라도 1분만이라도 온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 휴심정 休心井입니다.
이메일 : hanispecial@hani.co.kr       트위터 : hoosimjung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전라도할매 마리안느와 마가렛전라도할매 마리안느와 마가렛

    조현 | 2017. 03. 06

    한센인촌인 전남 고흥 소록도에서 헌신적으로 봉사한 오스트리아의 두 간호사 의 삶이 다큐멘터리 영화와 책으로 동시에 만들어졌다.

  • “신부님은 우리 ‘숙자씨’들 가족이고 친구고 대빵이어요”“신부님은 우리 ‘숙자씨’들 가족이고 ...

    휴심정 | 2016. 04. 25

    맨 왼쪽이 최민석 신부.[짬] 광주대교구 가톨릭사회복지회 아름다운 동행 “니가 그라고 말해불면 대주교님께서 내가 ‘대빵(대장)질’한 줄 아시제~. 니, 웃겨분다, 이~!” “그라믄 신부님이 우리 ‘대빵’이제, 대빵 아니요?” 지난 22일 ...

  • 제주 왕벚나무, 첫 발견자 곁으로제주 왕벚나무, 첫 발견자 곁으로

    휴심정 | 2016. 04. 05

    1908년 첫 보고한 타케 신부 잠든천주교 대구교구청으로 옮겨심어국립산림과학원은 자생 왕벚나무가 처음 발견된 한라산 북사면 해발 600m 지점에서 수형이 웅장하고 꽃이 아름다운 왕벚나무 한 그루를 기준 어미나무로 지정했다. 4일 대구대교구청에 ...

  • 다산 조카딸 ‘정난주 순례길’ 열린다

    휴심정 | 2015. 11. 06

    내일 강우일 제주교구장 집전 개장‘백서사건’ 황사영 부인…제주 유배제주지역의 4번째 천주교 순례길인 ‘정난주 길’(빛의 길)이 7일 개장된다.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 천주교 순례길 위원회는 2011년부터 추진해온 천주교 순례길의 4번째 길이 7일 ...

  • 종이 울릴 때 욕망에 속았다는 깨달음종이 울릴 때 욕망에 속았다는 깨달음

    휴심정 | 2015. 11. 02

    예수원 건물은 저마다 비슷한 외관을 갖추고 있다. 건물마다 깨어 붙인 돌들이 투박하고도 견고한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예수원 뒷산에서 내려다보면 마른풀이 내려앉은 지붕들도 여럿 보인다. 사진 박유리 기자[토요판] 르포‘설립 50주년’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