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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다니는 정신병원

홍성남 2017. 06. 05
조회수 9379 추천수 0


저는 걸어다니는 ‘정신병원’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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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어린 시절부터 청년기까지를 어리바리하게 살았습니다. 마치 우물 안 개구리처럼 내 안에 매몰되어 살았고, 온실 안의 식물처럼 현실감 없이 공상 속에서 살았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말귀도 못 알아듣고(지금도 그렇지만) 사오정처럼 딴소리하기 일쑤였습니다. 사람들이 그런 나를 이상한 사람 취급하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당연히 대화 상대도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저는 내게 문제가 있다는 생각은 못하고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남들 탓만 했습니다. 그 상태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대신 내 안에 더 높고 견고한 벽을 만들었지요. 벽 안에 나만의 세상을 만들어놓고는 밖으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낮에는 공상, 밤에는 꿈으로 붕 뜬 삶이었습니다. 

 

 그러다가 군대를 가게 되었습니다.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난생처음 몸으로 사는 삶을 살았고, 공상이 아닌 현실을 살게 되었습니다. 우울증과 불안증, 강박증과 결벽증, 분열증…… 걸어 다니는 정신병원이었던 제가 정신병원에 입원하지 않을 수 있었던 건 순전히 대한민국 군대 덕분이었습니다. 덕분에 우물 밖으로 조금 머리를 내밀 수 있었지요. 


 하지만 제대를 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병이 도졌습니다. 다시 시작된 방황은 어느 때보다 심각했습니다. 아무 일도 안 하고 방 안에 틀어박혀 하루하루 시간만 죽였습니다. 그러다가 절에 들어가서 수도승이 될 생각을 했지요. 그러던 어느 날 동네 아주머니가 저를 물끄러미 쳐다 보더니 그러더군요. 

 “얼굴에 신기가 있어.”

 그 말에 박수무당이 될까를 진지하게 고려해보기도 했습니다. 

 

 결국 신학교의 문을 두드리게 된 것은 어려서부터 성당에 다닌 경험 때문이었을 겁니다. 신학교에만 들어가면 내 인생의 모든 숙제가 풀릴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신학교생활은 또 다른 물음의 연속이었고, 그 물음은 신학교를 졸업하고 신부가 된 후에도 계속 되었습니다.  힘들어서 신부 노릇 못하겠다고 징징대기도 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내 마음감옥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책을 읽기도 하고, 스승을 찾아 헤메기도 했지만 답답한 마음은 가시지 않았습니다. 그 누구도 시원한 답을 주지 않았습니다. 

 꼭 집어서 “당신 문제가 이런 것이니 이렇게 해보시오” 하는 말을 듣고 싶었는데, 정작 돌아오는 말은 이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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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믿음이 약해서 그러니 굳건한 믿음을 가지세요.”

 “하느님 뜻에 따라 살면 됩니다.” 

 “기도가 부족해서 그렇습니다. 열심히 기도하십시오.”

 

 답답함은 더욱 커져만 갔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심리 상담을 받을 기회가 생겼습니다. 오랜 기간에 걸쳐 상담을 받으면서 새로운 세상이 열렸습니다. 가슴속이 뻥 뚫렸습니다. 비로소 내가 가진 문제들을 볼 수 있었고, 그 문제들의 원인을 알 수 있었고, 그러니 당연하게 해결책이 보였습니다. 인생의 숙제가 풀린 기분이었습니다. 그렇게 마음의 감옥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수십 년을 걸치고 있던 죄책감의 옷, 열등감의 옷, 원망의 옷, 허위의 옷을 다 벗고, 맺히고 꼬인 것들을 풀고 나니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후 심리학에 푹 빠져 상담심리학을 공부했습니다. 대학원에 들어가 시간과 체력을 쪼개가며 공부하는데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교우 분들을 대상으로 상담을 하기 시작했지요. 그러면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적지 않은 분들이 나와 비슷한 문제로 고민하고 고통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래서 영성심리상담의 관점에서 교우 분들의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러다가 고약한 일을 겪게 되었습니다. 제가 있던 본당 주변이 재개발 되면서 온갖 협잡꾼들, 투기꾼들과 전쟁아닌 전쟁을 치러야 했습니다. 성당을 빼앗길지도 모르는 불안감에 병이 생기고 다시 우울감이 도져 마음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오기가 발동했습니다. 그 동안 공부했던 온갖 심리치료기법을 동원하여 저의 마음을 추스르며 위급한 성을 지키는 장수의 심정으로 그들과 싸웠습니다. 그 결과 지금 성당은 번듯한 모양으로 새로 지어져 많은 교우들에게 평화를 주고 있습니다.

 

 5년 여에 걸친 긴 싸움에 지친 저는 1년 휴식을 취한 후 비로소 많은 분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보직을 부여 받았습니다. 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가 바로 그곳입니다. 

 이곳을 찾는 분들에게 제가 “요즈음 뭣 때문에 힘드세요?” 라고 물으면

 “돈이 없어서요.” 혹은 “몸이 아파서요” “가족이 힘들게 해요”라는 대답이 대부분입니다.

 ‘제 안의 문제로 힘들어요’라는 분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가 만난 많은 분 중 몇몇 분들은 돈이 좀 없어도, 건강이 안 좋아 누워 있어도, 가족 중 분란을 일으키는 이가 있어도 크게 동요하지 않고 마음의 평화를 지키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분들은 자신을 힘들게 하는 것은 ‘자신이 마음’이지 다른 어떤 것도 아니라는 걸 아시는 분들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힘든 원인 중 첫 번째는 우리가 우리의 마음을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우리들은 우리의 마음이 감옥에 갇혀 있다는 것을 모른 채 안타깝게도 스스로를 채찍질 합니다. 그런데 그런 행위는 대게 부모, 학교, 사회로부터 잘못 교육받아 잘못 형성된 양심과 도덕, 그리고 심지어 신앙이 만들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먼저 감옥에 갇힌 내 마음부터 벗어나게 해주십시오. 그리고 힘들면 힘들다고, 아프면 아프다고도 하십시오. 그렇게 여러분의 마음부터 챙기십시오. 

 괜찮습니다. 아무도 여러분에게 뭐라 할 사람 없습니다. 그동안 저보다 마음의 병이 심한 사람 본적이 별로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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