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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하는 어머니에 대한 대책

박미라 2017. 09. 18
조회수 1565 추천수 0


박미라의 <삶의 주인 되기>


어머니와 감정적 채무 청산의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어머니의 학대에 시달리는 가장, “엄마라 부르기도 싫어”


감정적 채무관계 청산이 우선

그러려면 냉정·단호해져야


경제적 독립도 필요한 듯


마음의 준비 단단히 해야



--사진1.JPG »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Q 돈 없는 죄로 부모가 가진 집 두 채 중에 한 채에 얹혀사는 한심한 가장입니다. 저희 부부는 애초에 결혼 반대를 무릅쓰고 서울에서 울산으로 도망가면서까지 아이도 낳고 행복하기만을 바라며 살았어요. 한 2년 정도. 그런데 하루는 엄마가 전화를 해서 모든 걸 용서할 테니 올라와서 결혼식도 하고, 아이도 봐줄 테니 아무 걱정 하지 말고 열심히 살라고 하더군요.


시작은 거기서부터입니다. 아무도 없는 집에 몰래 들어와 집안을 엎어놓고. 처음엔 도둑 든 줄 알고 깜짝 놀라 시시티브이(CCTV, 폐회로텔레비전)를 확인하면 엄마입니다(엄마라는 표현도 쓰기 싫네요). 혹시나 하고 물어보면 오히려 화내며 발뺌합니다. 시시티브이를 확인했다고 말하면 집안 꼴이 뭐냐며 되레 화를 냅니다. 정말 너무 화가 나서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더군요.


집 한 채를 볼모로 시도 때도 없이 나가라고 합니다. 울산에서 올라올 때 5000만원을 드렸는데, 그러면 나갈 테니 그 5000만원 돌려달라고 하면 그동안의 월세라며 절대로 주지 않습니다. 세상에 어떤 부모가 자식한테 월세를 달라고 합니까?



제 아들이 10살인데 저희가 맞벌이고 아이도 방학 기간이라 점심때 김밥이 먹고 싶다길래 돈을 싱크대 위에 놔두고 갔습니다. 그런데 또 엄마가 찾아와 그걸 보고 노발대발합니다. 아이에게 김밥을 먹이느냐고. 식당일 하는 저희 집사람더러 남의 집 식모살이하는 무식한 년이라고 욕하고, 돌아가신 장모까지 욕합니다.


솔직히 아이가 할머니 때문에 심리치료를 받습니다. 아이가 어릴 때 무슨 꼬투리를 잡아 성질을 부리며 아이를 문 앞에 버려두고, 네 엄마가 올 때까지 밖에 서 있으라고 했답니다. 아이가 8살 때 맹장 수술받고 병원에 누워 있는데, 병신같이 그거 하나 못 이기고 누워 있느냐고 도끼눈을 뜨고 아이를 째려보며 말하더군요. 그때 병실 다른 환자들과 간호사들이 친할머니 맞느냐며 혀를 차더군요. 할머니가 돌아가고 난 뒤 아이가 묻더군요. “아빠! 내가 아픈 게 그렇게 잘못된 거예요?” 아이 마음에 얼마나 상처였으면 그런 소리를 할까요? 아빠로서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진짜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할 사람이 아닌가 싶었어요. 언제 한번 따뜻하게 돌보지도 않았으면서, 누구 때문에 아이가 심리치료를 받고 있는데…. 정말 그 사람에게 살의를 느끼네요. 제가 부모를 정신병자라고 표현한 것에 거부감을 느끼신 분도 분명 계실 겁니다. 허나 저는 분하고 원통해서 참을 수가 없네요. 이걸 어찌 해결할까요? 안정현


A 안정현님, 저는 당신의 분노가 정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머니의 선을 넘은 행동, 사람을 무시하는 그 안하무인의 태도, 폭력적인 독설에 대해 화내고 그녀를 미워해도 됩니다. 만천하에 어머니의 악행을 고발해도 좋습니다. 그렇게 하는 게 당신에게 위안이 된다면 말이지요.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습니다. 아내와 아이를, 그리고 당신 자신을 그토록 오랜 시간 무방비로 어머니의 폭력에 노출시켰던 이유는 무엇입니까? 어머니에게 빼앗긴 돈 5000만원 때문입니까? 집이 없고 가난해서였습니까?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필요했나요? 정말 그런 경제적인 이유 때문입니까?


제 생각은 좀 다른데, 당신이 어머니로부터의 심리적 독립을 망설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머니의 사랑과 선의를 기대하는 마음과 어머니의 뜻을 어기고 결혼한 것에 대한 죄책감이 한데 뒤엉겨 어머니에게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지요. 부모-자식 관계라는, 계산기를 아무리 두드려도 값이 나오지 않는 관계에 빠져 현실의 고통을 해결하지 못했던 건 아닐까요?


또 다른 이유도 있을 수 있습니다. 어머니를 미워하기 때문에 느끼는 죄의식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 죄의식 때문에 어머니를 미워할 수밖에 없는 이유, 어머니에게서 벗어날 수밖에 없는 명분이 필요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분석심리학자 융은 가까운 사람에게 느끼는 분노나 미움을 긍정적인 신호로 평가합니다. 친밀한 관계에서 느끼는 증오나 미움 같은 감정은 심리적인 독립에 필수 요소라는 것이지요. 그는 그것을 개별화의 충동이고 본능이라고 했습니다. 즉 지나치게 밀착된 관계에서 벗어나 개별적이고 독립적인 인격으로 거듭나고자 할 때, 애착했던 상대에게 불편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지요.


그러니 안정현님, 어머니를 미워하는 데 다른 사람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아도 됩니다. 당신의 불편감, 분노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세요. 당신의 극단적인 분노는 어머니와의 감정적 독립을 너무 오래 미뤄두었다는 신호입니다. 자신의 불편감을 인정하고 대책을 세웠더라면 아마 살의를 느끼는 데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겁니다. 이제 어머니와 당신 사이의 감정적인 채무관계를 청산하세요. 사실 감정적 채무는 편견이나 착각인 경우가 참 많습니다.


감정적 채무를 청산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채무관계를 명확히 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결혼해서 자식까지 있는 어른이라면 이제 어머니는 당신에게 타인입니다. 그녀는 당신에게 5000만원의 돈을 받고 집을 빌려준 집주인이고, 당신은 집을 사용한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임차인입니다. 아이를 돌봐줬다면 그에 상당하는 비용도 내야 합니다. 형편이 안 된다면 그 또한 갚아야 할 금전적 빚으로 계산하세요.


그녀는 당신이 세 들어 사는 집의 성격 나쁜 집주인입니다. <크리스마스 캐럴>에 나오는 스크루지 영감처럼 말이지요. 월세가 밀려도 임차인을 당장 내쫓을 관계가 아니니 그건 다행입니다. 이제부터는 그녀를 잘 다루어야 합니다. 당신의 집에 그녀가 함부로 드나들지 못하게 대책을 세우고, 당신의 가족사에 함부로 간여할 수 없게 하세요. 그럴 때 당신은 냉정하고 단호해야 합니다. 한편으론 그녀를 잘 달래야 합니다. 그러려면 그녀가 정말 하고 싶어하는 말이 무엇인지, 원하는 게 뭔지도 들어줘야 하지요. 적절한 협상도 해야 하고요. 그건 절대 비참한 일이 아닙니다. 당신이 이 세상을 살아갈 때 경험해야 하는 일이며, 터득해야 할 기술일 뿐입니다. 당신의 가족이 안정적 기반을 마련할 때까지 그녀와의 관계를 잘 유지하세요. 물론 완벽한 화해 같은 건 어려울 겁니다. 그러니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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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라
심신통합치유학 박사다. 페미니스트저널 <이프> 편집장, <여자와닷컴> 콘텐츠팀장을 지냈고, 마음치유학교에서 ‘치유하는 글쓰기’ 프로그램을 안내중이다. <천만번 괜찮아>, <치유하는 글쓰기>, <완벽하지않아도 괜찮아>등의 저서가 있다.
이메일 : blessm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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